인생 책의 셀프 이미지
한 30년 쯤 전인가. 어느 절에서 조그마한 불상을 많이 보았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조그만 불상들이었다. 누가 설명하기를 그 수많은 불상 중에 자기하고 눈이 마주치는 불상이 자신의 모습이란다. 어린 마음에 신기했다. 정말 그런가? 왜 그럴까? 궁금했다.
심리학에서는 셀프 이미지(self-image)라고 있다. '자아상(自我像)'이라고 하는데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뜻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정의를 내려도 타인이 보는 나의 모습은 다를수 있다. 자아상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일과 사랑, 인간관계 등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 셀프 이미지는 그 사람의 앞으로 사회적 지위와 연봉, 내가 주변에 어떤 존재로 각인되는지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셀프 이미지는 이렇게 자신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이 자아상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과거의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다. 수많은 불상 중에서 나와 눈이 마주치는 얼굴은 어쩌면 이 자아상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경험을 하다보면 우리는 이렇게 필이 꽃히는 순간이 있다. 번개 맞은 것처럼, 몸과 마음에 전율을 남기고 지나가는 순간. 한 점의 그림일 수 있고, 라디오에서 우연히 흘러나오는 음악일 수도 있고, 한 권의 책일 수도 있다. 인생의 무엇이라고 할 수 있는 그 것. 그 이후로는 내 삶에 영구히 흔적이 남다.
책을 읽다보면 자기에게 맞는 책도 있고 맞지 않는 책도 있다. 영화를 봐도 누구에게는 재미있고 누구는 재미없듯이. 아무리 명작이라해도 그 책이 말하는 것과 내 마음에 동조하지 않으면 별로인거다. 그런 경우에는 이런 내용이구나 하고 넘어가면 된다. 세상에 읽어야할 책이 얼마나 많은가? 한 사람이 일주일에 한권씩 100년 동안 읽어도 겨우 5000권의 책을 읽는다. 서점과 도서관에 있는 수만, 수십만권의 책 중에서 겨우 5000권이다. 학문이나 책과 관련된 직업이 아니라면 우리 중 대부분은 평생 500권의 책도 읽기 힘들다.
더러는 인생책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읽고 인생관이 바뀌었다는 책도 있다. 그런 책을 일찍 만나는 것도 행운이다. 사랑도 그렇다. 수백, 수천의 사람 중에서 오직 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총 맞은 것처럼? 몸과 마음이 후둘겨 맞은 그런 느낌 말이다.
인생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 인생 책은 무엇인가요? 혹은 음악, 그림. 어쩌면 남자? 여자?
처음에 불상이 어쩌면 자아상과 연관있지 않을까고 했다. 요즘은 자아상일지 모르는 새로운 강력한 후보를 발견했다. SNS나 채팅창에서 사용하는 이모티콘이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모티콘이 묘하게도 그 사람의 이미지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외모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그 사람과 이모티콘이 희안하게 잘 어울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것도 일종의 셀프 이미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