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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프리카의 끝</title>
    <link>https://dnlsoli.tistory.com/</link>
    <description>읽고 쓰고 걷기</description>
    <language>ko</language>
    <pubDate>Thu, 11 Jun 2026 01:27:41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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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agingEditor>낙타</managing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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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프리카의 끝</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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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랑 혹은 콩깍지의 유통기한</title>
      <link>https://dnlsoli.tistory.com/267</link>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i&gt;오헨리의 『마지막 잎새』를&amp;nbsp;&amp;nbsp;패러디했습니다. &lt;br&gt;with gemini &amp;amp; claude&lt;/i&gt;&lt;br&gt;&lt;br&gt;&quot;지은아, 저기 좀 봐. 또 하나 떨어졌어.&quot;&lt;br&gt;&lt;br&gt;성미가 베란다 창문에 이마를 박은 채 아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침대에서 닭다리를 뜯던 룸메이트 지은은 귀찮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베란다 난간에는 두 달 전 성미가 남친 재현과 다이소에서 2천 원 주고 산 '대망의 강낭콩 키우기 세트' 화분이 덜렁 놓여 있었다.&lt;br&gt;&lt;br&gt;&quot;뭐가 또 떨어져. 낙엽 지는 가을에 콩잎 떨어지는 게 자연의 섭리지.&quot;&lt;br&gt;&lt;br&gt;&quot;아니, 내 눈의 콩깍지 말이야.&quot;&lt;br&gt;&lt;br&gt;성미가 가슴을 쥐어짜며 극적으로 돌아섰다.&lt;br&gt;&lt;br&gt;&quot;처음 만났을 땐 재현 씨 콧구멍에서 나오는 코털조차 '자유를 갈망하는 예술적 영혼의 깃털' 같았어. 그런데 어제 뼈다귀 해장국 먹는 걔를 보는데... 웬 멧돼지 한 마리가 골수를 빨고 있더라고. 이제 저 화분에 남은 콩잎은 딱 두 장이야. 저게 다 떨어지면 내 환상도 끝이야. 우린 헤어지는 거라고.&quot;&lt;br&gt;&lt;br&gt;지은이 양념치킨 소스가 묻은 손가락을 쪽 빨며 차갑게 대꾸했다.&lt;br&gt;&lt;br&gt;&quot;가시나 지랄하네. 그냥 사랑의 유통기한이 지난 거야. 떡볶이 시키게 카드나 줘.&quot;&lt;br&gt;&lt;br&gt;다음 날 저녁, 눈치 없는 남친 재현이 성미의 집 앞으로 찾아왔다. 그의 패션을 본 성미는 가슴이 턱 막혔다.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무릎이 발목까지 마중 나온 청바지. 심지어 바지 끝단에는 검은 얼룩이 묻어 있었다.&lt;br&gt;&lt;br&gt;&quot;성미야! 내가 너 주려고 완전 대박 아이템 구해왔어!&quot;&lt;br&gt;&lt;br&gt;재현이 가방에서 꺼낸 것은 동대문에서 덤핑으로 떼온 듯한, 거대한 캐릭터가 그려진 주황색 형광 커플티였다.&lt;br&gt;&lt;br&gt;&quot;이거 입고 내일 모레 센텀 쪽으로 드라이브 가자! 완전 인싸 같겠지?&quot;&lt;br&gt;&lt;br&gt;그 순간, 성미의 머리에서 '콰광-' 하고 콩깍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성미는 고개를 돌려 베란다를 바라보았다. 마침 불어온 바람에 콩잎 한 장이 가차 없이 날아가 버렸다. 이제 남은 콩잎은 단 한 장.&lt;br&gt;&lt;br&gt;&quot;재현 씨.&quot;&lt;br&gt;&lt;br&gt;&quot;응?&quot;&lt;br&gt;&lt;br&gt;&quot;우리 시간을 좀 갖자.&quot;&lt;br&gt;&lt;br&gt;&quot;어? 왜? 티셔츠 사이즈가 작아? 큰 걸로 바꿔올까?&quot;&lt;br&gt;&lt;br&gt;&quot;저기 베란다 화분 보여? 저기 마지막 남은 콩잎 한 장이 내 마지막 사랑이고 환상이야. 내일 아침, 저 잎마저 떨어지면... 우린 정말 끝이야. 다신 연락하지 마.&quot;&lt;br&gt;&lt;br&gt;성미는 차갑게 문을 닫아버렸고, 재현은 복도에 멍하니 남겨졌다.&lt;br&gt;&lt;br&gt;그날 밤, 하늘도 이 황당한 이별 위기를 애도하는지 천둥번개를 동반한 역대급 폭풍우가 몰아쳤다. 대형 태풍급 바람이 아파트 창문을 세차게 두들겼다.&lt;br&gt;&lt;br&gt;침대에 누운 성미는 눈물을 흘렸다.&lt;br&gt;&lt;br&gt;'끝이구나. 이 정도 바람이면 저 가녀린 강낭콩 잎사귀는 진작에 안드로메다로 날아갔겠지. 잘 가라, 나의 멧돼지 같던 첫사랑...'&lt;br&gt;&lt;br&gt;같은 시각, 아파트 단지 뒤편 쓰레기 분리수거장.&lt;br&gt;&lt;br&gt;재현은 비장한 눈빛으로 폭우를 맞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칠성사이다 페트병과 3M 절연테이프, 그리고 다이소제 주방용 가위가 들려 있었다.&lt;br&gt;&lt;br&gt;&quot;내 연애를 고작 강낭콩 따위에게 맡길 수 없다...&quot;&lt;br&gt;&lt;br&gt;재현은 이를 악물고 칠성사이다 페트병을 잎사귀 모양으로 서툴게 오려내기 시작했다. 손이 저려오고 빗물이 눈을 가렸지만, 그의 가위질은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생애 가장 처절한 예술 활동이자, 영혼을 갈아 넣은 '걸작'의 서막이었다.&lt;br&gt;&lt;br&gt;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성미는 무거운 마음으로 베란다 문을 열었다.&lt;br&gt;&lt;br&gt;&quot;어...?&quot;&lt;br&gt;&lt;br&gt;눈을 의심했다. 그 모진 풍파 속에서도, 나뭇가지들이 부러져 나가는 태풍 속에서도, 화분의 마지막 콩잎은 당당하게 살아남아 있었다. 심지어 어제보다 훨씬 더 파랗고, 윤기가 흐르다 못해 아주 형광빛으로 번쩍거리고 있었다.&lt;br&gt;&lt;br&gt;&quot;지은아! 지은아 일어나 봐! 콩잎이 안 떨어졌어! 이건 기적이야! 하늘이 우리 사랑을 축복하는 거라고!&quot;&lt;br&gt;&lt;br&gt;비명을 지르는 성미의 목소리에 지은이 부스스한 머리로 베란다로 나왔다. 지은은 가늘게 눈을 뜨고 콩잎을 응시하더니, 이내 화분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잎사귀를 톡톡 건드려 보았다.&lt;br&gt;&lt;br&gt;탁. 탁.&lt;br&gt;&lt;br&gt;경쾌한 플라스틱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lt;br&gt;&lt;br&gt;&quot;성미야.&quot;&lt;br&gt;&lt;br&gt;&quot;응? 왜? 너무 감동적이지?&quot;&lt;br&gt;&lt;br&gt;&quot;이거 강낭콩 잎 아니라 칠성사이다 패트병인데?&quot;&lt;br&gt;&lt;br&gt;&quot;어?&quot;&lt;br&gt;&lt;br&gt;자세히 보니 그랬다. 초록색 플라스틱 패트병을 정교하게 잎사귀 모양으로 잘라, 줄기에 초록색 청테이프로 무려 9겹을 칭칭 감아놓은 인공 조화였다. 심지어 잎사귀 표면에는 네임펜으로 '잎맥'까지 세심하게 그려져 있었다.&lt;br&gt;&lt;br&gt;그때, 성미의 휴대폰이 울렸다. 재현의 어머니였다. 전화를 받은 성미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lt;br&gt;&lt;br&gt;&quot;어휴, 성미 학생? 우리 재현이가 지금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서 연락했어. 이 미친놈이 새벽 3시에 쓰레기봉투를 우비 삼아 쓰고 남의 집 베란다에 매달려 있다가 경비 아저씨한테 도둑으로 몰렸대지 뭐니? 도망치다 미끄러져서 가스 배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구조됐는데, 손에는 웬 청테이프를 꼭 쥐고 있더라니까... 지금 가벼운 저체온증에 발목이 부러져서 실려 갔어. 혹시 무슨 일인지 알아?&quot;&lt;br&gt;&lt;br&gt;성미는 멍하니 칠성사이다로 빚어진 '마지막 콩잎'를 바라보았다.&lt;br&gt;&lt;br&gt;새벽의 폭풍우 속에서, 가스 배관에 매달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청테이프를 감았을 그 패기 가득한 바보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비록 센스는 빵점이고 패션은 엉망진창이지만, 자신과의 이별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가짜 콩깍지'를 연성해 낸 그 무식한 진심.&lt;br&gt;&lt;br&gt;&quot;하...&quot;&lt;br&gt;&lt;br&gt;성미의 입에서 깊은 한숨과 함께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멧돼지 같아 보였던 재현의 얼굴이 다시 아주 조금은 귀여운 아기 돼지 정도로 보이기 시작했다.&lt;br&gt;&lt;br&gt;&quot;지은아.&quot;&lt;br&gt;&lt;br&gt;&quot;왜. 병원 가냐?&quot;&lt;br&gt;&lt;br&gt;&quot;어. 가서 그 인간 등짝 좀 반으로 접어놓고 올게.&quot;&lt;br&gt;&lt;br&gt;성미는 옷걸이에 걸려 있던 주황색 형광 커플티를 껴입으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 베란다 창밖, 절연테이프로 단단히 고정된 칠성사이다 잎새는 아침 햇살을 받아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초록빛을 발하고 있었다.&lt;br&gt;&lt;br&gt;*끝*&lt;/p&gt;</description>
      <category>글</category>
      <author>낙타</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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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Wed, 10 Jun 2026 08:53:58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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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은하철도의 밤. 별의 다리를 건너서</title>
      <link>https://dnlsoli.tistory.com/266</link>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하시모토 준이 사망했다. 〈은하철도 999〉의 일본판 주제곡 작사가이다. 그 소식을 듣고 옛날 가사들이 떠올랐다.&lt;/p&gt;&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3&quot;&gt;汽車は闇をぬけて 光の海へ&lt;br&gt;기차는 어둠을 빠져나와 빛의 바다로&lt;br&gt;夢がちらばる 無限の宇宙さ &lt;br&gt;꿈이 흩날리는 무한의 우주야&lt;br&gt;の架け橋 わたってゆこう &lt;br&gt;별의 다리를 건너서 가자&lt;br&gt;ひとは誰でも しあわせさがす&lt;br&gt;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찾는&lt;br&gt;旅人のようなもの &lt;br&gt;여행자와 같은 것 &lt;/blockquote&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우리가 부르던 한국어 버전은 김관현이 번안했다.&lt;/p&gt;&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3&quot;&gt;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lt;br&gt;우주 정거장엔 햇빛이 쏟아지네&lt;br&gt;행복 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lt;br&gt;엄마 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오르네&lt;br&gt;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은하철도 999&lt;/blockquote&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원곡은 무한의 우주 속 고독한 여행자의 관조적 시선이고, 번안곡은 역경을 헤쳐나가는 소년의 불타는 의지다. 둘 다 맞다. 둘 다 슬프다.&lt;/p&gt;&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레이지버스의 뿌리&lt;/h3&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은하철도 999〉는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이다. 그의 〈은하철도 999〉, 〈우주해적 하록〉, 〈천년여왕〉은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레이지버스'라는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한다. 999 외에는 제대로 본 작품이 없어서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이 거대한 상상력의 뿌리를 따라가면 또 다른 거장을 만난다.&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640&quot; data-origin-height=&quot;79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dtkw2f/dJMcahksNdT/SF2hTCt63QNKtvihWvH831/tfile.webp&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dtkw2f/dJMcahksNdT/SF2hTCt63QNKtvihWvH831/tfile.webp&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dtkw2f/dJMcahksNdT/SF2hTCt63QNKtvihWvH831/tfile.webp&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dtkw2f%2FdJMcahksNdT%2FSF2hTCt63QNKtvihWvH831%2Ftfile.webp&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640&quot; height=&quot;798&quot; data-origin-width=&quot;640&quot; data-origin-height=&quot;79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h2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6&quot;&gt;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lt;/h2&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한국에서도 999의 모티브로 유명하다. 단순한 아동 문학을 넘어, 생명과 희생, 그리고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일본 문학의 걸작이다.&lt;/p&gt;&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투명하리만큼 슬픈 여행&lt;/h3&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조반니는 고독하고 가난한 소년이다. 신문을 돌리고, 인쇄소에서 일하고, 병든 어머니를 돌본다.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한다. 은하수 축제 밤, 외로운 언덕에 누워 있다가 &quot;은하정거장~&quot;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눈을 뜨면 달리는 기차 안이다. 은하철도. 그리고 그 자리에는 자신을 유일하게 따뜻하게 대해주던 친구 캄파넬라가 있다. 두 소년은 백조자리, 전갈자리, 남십자자리를 지난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우주 정거장들을 여행한다. 그 풍경들.&lt;/p&gt;&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3&quot;&gt;창밖으로는 다이아몬드와 이슬과 온갖 아름다운 것을 한데 모아놓은&amp;nbsp;&amp;nbsp;듯 눈부시게 찬란한 은하 바닥 위로 강물이 소리도 없이 흘러가고, 그 물줄기 가운데 푸르스름한 후광이 비치는 섬 하나가 보였습니다. 그 섬의 평평한 꼭대기에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멋진 하얀 십자가가 얼어붙은 북극의 구름으로 만든 듯 선명한 황금빛 후광에 둘러싸여 언제까지나 고요히 서있었습니다.&lt;/blockquote&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하지만 여행의 끝. 석탄자루 성운 근처에 다다르면 캄파넬라가 사라진다. &quot;진정한 행복을 위해 함께 가자&quot;는 말을 남긴 채.&lt;br&gt;&lt;br&gt;꿈에서 깨어난 조반니는 현실의 강가에서 듣는다. 캄파넬라가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고 진짜로 익사했다는 소식이다.&lt;br&gt;&lt;br&gt;〈은하철도 999〉는 은하철도라는 설정만 빌렸을 뿐이다. 반면에 〈은하철도의 밤〉은 참... 투명하리만큼 슬프다. 은하수가 사실은 죽은 영혼들이 건너는 강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그 아름다운 묘사들이 모두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친구가 다른 아이를 구하고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조반니. 그의 마음이 어땠을지.&lt;/p&gt;&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미야자와 겐지의 종교적 확신&lt;/h3&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이 책이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는 건 미야자와 겐지의 사상 때문이다. 슬픔을 넘어서 &quot;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quot;를 묻는 그 태도. 헌신과 희생이 허무한 소멸이 아니라, 우주의 커다란 흐름 속으로 돌아가는 과정처럼 그려진다. 참 오묘하다.&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2252&quot; data-origin-height=&quot;4000&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bjfnyf/dJMcabLkyJw/OfKJCKEegzIVNDQQl5dkok/tfile.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bjfnyf/dJMcabLkyJw/OfKJCKEegzIVNDQQl5dkok/tfile.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bjfnyf/dJMcabLkyJw/OfKJCKEegzIVNDQQl5dkok/tfile.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jfnyf%2FdJMcabLkyJw%2FOfKJCKEegzIVNDQQl5dkok%2Ftfile.jp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2252&quot; height=&quot;4000&quot; data-origin-width=&quot;2252&quot; data-origin-height=&quot;4000&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겐지는 1896년 이와테현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글을 잘 썼는데, 책은 안 팔렸다. 동화집 〈주문이 많은 요리점〉도, 시집 〈봄과 아수라〉도. 판타지가 낯설었고, 어린이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대였으니까.&lt;/p&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그는 작가로 먹고살 수 없었다. 농학과 재학 중에 〈화학본론〉을 읽고 감명받아 평생의 애독서가 되었다. 덕분에 농업고등학교 교사로 농업 발전을 위한 활동과 연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1921년 잡지에 동화를 발표했을 때 받은 원고료 5엔. 그것이 생전에 받은 유일한 원고료였다. 당시 쌀 10킬로그램이 2엔 50전이었으니, 큰 수입도 아니었다. &lt;br&gt;&lt;br&gt;미야자와 겐지 전집에는 700여 편이 수록되어 있다. 죽고 난 후 발굴된 것들이다. 그중 〈은하철도의 밤〉이 가장 걸작으로 꼽힌다. 판타지 형식으로 쓰인 이 작품은 은하를 환상적으로 묘사한 동시에, 죽은 뒤의 세계를 그린 심오한 작품이다.&lt;/p&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불교 가정에서 태어난 겐지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 [묘법연화경], 즉 법화경에 심취했다. 대승 불교의 근본 경전이다. 죽을 때 법화경 1000부를 인쇄하라는 유언을 남겼다.&lt;/p&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겐지의 종교적 확신은 명확했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생명을 다해도 광대한 우주 어딘가에 죽지 않고 산다는 것. 〈은하철도의 밤〉은 그 확신을 이야기로 옮긴 것이다. 사랑하는 동생 도시코를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려는 마음도 담겨 있었다.&lt;/p&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br&gt;조반니는 캄파넬라와의 여행을 통해 깨닫는다.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지만, 이별이 영원한 것은 아니라는 것. 이 세상의 이별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lt;br&gt;그래서 그는 다짐한다.&lt;/p&gt;&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1&quot;&gt;&quot;모두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라면 내 몸이 백 번 불타버려도 상관없어.&quot;&lt;/blockquote&gt;&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은하철도는 계속 달린다&lt;/h3&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젊은 나이에 죽은 겐지. 다수의 미발표작을 남겼다. 맑고 고결한 심성과 법화경 사상을 바탕으로 세상 모든 존재의 행복을 추구했던 사람.&lt;br&gt;&lt;br&gt;하시모토 준의 가사에 담긴 '빛의 바다를 향해 행복을 찾는 여행자', 김관현이 번안한 '그리움을 안고 달리는 소년', 그들 모두는 결국 미야자와 겐지가 평생 갈구했던 '모두의 진정한 행복'을 향해 달리고 있다.&lt;br&gt;&lt;br&gt;세상을 떠난 동화작가와 작사가를 생각한다. 그들이 구축한 은하철도의 세계는 현재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수많은 예술과 애니메이션으로 계속 재창조되고 있다.&lt;br&gt;&lt;br&gt;별의 다리를 건너서 간다. 계속 간다.&lt;br&gt;&lt;br&gt;&lt;/p&gt;</description>
      <category>책</category>
      <author>낙타</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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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9 Jun 2026 15:07:16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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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빛이 이끄는 곳으로(백희성)- 집에 대한 생각</title>
      <link>https://dnlsoli.tistory.com/265</link>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1&quot;&gt;모든 사람들에게 수많은 사연이 있듯이 집도 저마다 사연이 있는 법이다. 그 사연을 듣고 보고 느끼고 싶다면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사이에 집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주고 느끼게 해줄 것이다. 오래된 집은 그만큼 오랜 시간 누군가를 기다려 왔을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느껴줄 사람을……. 때론 몇 십 년, 때론 수백 년을 그렇게 기다릴 것이다.&lt;/blockquote&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h2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6&quot;&gt;어느 날 날아온 5%의 역설, 그리고 우리들의 집 이야기&lt;/h2&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며칠 전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임대료를 법정 한도인 5% 꽉 채워서 인상하겠다는 통보였습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권리라며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에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lt;br&gt;&lt;br&gt;세입자를 보호하겠다며 만든 '최대 5% 제한선'이, 어느새 주인들에게는 '당연히 올릴 수 있는 법적 권리'로 변해버린 순간이었습니다. 마치 그 이상은 주어야 한다는 최저임금이 &quot;이것만 주면 된다&quot;는 공시임금처럼 쓰이는 것처럼 말이죠. 선한 의도로 만들어진 제도가 도리어 발목을 잡는, 전형적인 '제도의 역설'입니다.&lt;br&gt;&lt;br&gt;이쯤 되니 문득 근본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우리에게 집이란 과연 무엇일까요?&lt;br&gt;&lt;br&gt;한국 사회에서 집은 단순히 비바람 피하고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닙니다. 정권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뜨거운 경제 문제이자, 한 사람의 사회적 성취와 계급을 증명하는 거대한 상징물이죠.&lt;br&gt;&lt;br&gt;하지만 동시에 외부의 치열한 경쟁과 비교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는 유일한 요새이기도 합니다. 타인의 시선을 끊임없이 신경 써야 하는 한국인들에게, 현관문 안쪽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셈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집이란 &quot;거친 풍파를 막아주는 정서적 요새이자, 내 가치를 증명하는 증명서&quot;라는 이중적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lt;/p&gt;&lt;h2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6&quot;&gt;파리의 건축가가 오래된 저택을 찾아간 이유&lt;/h2&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400&quot; data-origin-height=&quot;593&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cQqxN1/dJMcagyWsI9/7HYoigpgcx5YdcjZ69IbB0/tfile.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cQqxN1/dJMcagyWsI9/7HYoigpgcx5YdcjZ69IbB0/tfile.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cQqxN1/dJMcagyWsI9/7HYoigpgcx5YdcjZ69IbB0/tfile.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cQqxN1%2FdJMcagyWsI9%2F7HYoigpgcx5YdcjZ69IbB0%2Ftfile.jp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400&quot; height=&quot;593&quot; data-origin-width=&quot;400&quot; data-origin-height=&quot;593&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최근 읽은 《빛이 이끄는 곳으로》라는 소설은 이런 집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저자는 프랑스 파리에서 10여 년간 활동한 건축디자이너인데, 책 서두에 아주 흥미로운 경험담이 나옵니다.&lt;/p&gt;&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3&quot;&gt;나는 파리에 산다. 길을 지나다가 문득 아름다운 집을 볼 때마다 그 집의 우편함에 편지를 적어 넣곤 했다. &quot;당신의 집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싶은 한 건축가로부터....&quot; 간혹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그 집에 초대를 받았고, 그 집에 숨어 있는 신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수많은 파리의 저택에 발길이 닿았고, 그 이야기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lt;/blockquote&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실제 이야기인지 소설적 장치인지는 모르겠지만, 파리에서 건축가로 살았던 경험이 이 책의 단단한 배경이 되었다는 건 분명합니다.&lt;br&gt;&lt;br&gt;이야기는 파리의 한 유명 건축사무소 팀장이 부동산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수년 동안 남의 건물만 화려하게 지어줬을 뿐, 정작 자신을 위한 건축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지만 제때 밥을 못 먹는 요리사나, 남의 이야기만 쓰느라 정작 제 이야기는 못 쓰는 기자처럼 말이죠.&lt;br&gt;&lt;br&gt;결국 '나를 위한 건축'을 하기 위해 파리의 한 오래된 저택을 소개받았는데, 품위 있는 외관과 달리 집 구조가 어딘가 이상합니다. 비밀을 풀기 위해 저택 주인이 있는 요양병원으로 향하지만, 그곳은 최고급 시설을 갖춘 채 '외로운 부자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기묘한 곳이었습니다.&lt;br&gt;&lt;br&gt;과연 이 오래된 저택과 요양병원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스포일러는 극혐하므로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lt;br&gt;&lt;br&gt;저는 건축 지식이 없어서 작가가 생생하게 묘사하는 장면들을 100% 이해하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과 공간에 대한 저자의 깊은 철학만큼은 확실히 와닿더군요.&lt;/p&gt;&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3&quot;&gt;수많은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품과 건물을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래 자연이 주는 그 위대한 디자인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lt;br&gt;지금까지 세상에서 찾아낸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하늘’이다. 하늘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한 번도 같은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위로해 온 하늘이다.&lt;br&gt;다른 하나는 ‘생각’이다. 사람의 생각은 경계가 없고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와도 같다. 그리고 그 생각을 잘 정제해 실현하면 위대한 작품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인간의 생각은 위험한 도구이기도 하다. 선악과처럼 잘 쓰면 이롭지만 잘못 쓰면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lt;/blockquote&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h2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6&quot;&gt;파리 저택 부럽지 않던 우리들의 옛집&lt;/h2&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이 책을 읽다 보니 제 머릿속에도 오래전 살았던 시골집의 기억이 소환되었습니다. 부모님이 지으셨던 그 집 마당에는 커다란 우물이 있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찾아갔을 때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더군요.&lt;br&gt;&lt;br&gt;그 집 마당에 햇살이 가득하던 어느 날, 아저씨 한 분이 자전거에 커다란 괘종시계를 싣고 와 마루 한가운데에 걸어주셨던 장면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마당 한쪽의 축사에 돼지 몇 마리를 길렀습니다.&amp;nbsp;&amp;nbsp;근처 개울가에서는 오리도 길렀지요. 나중에 누나들이 말하길, 귀한 오리알이 나오면 전부 아들인 형과 저한테만 주었다며 억울해하더라고요. 신기하게도 제 기억에는 오리를 몰고 다닌 기억만 있고 오리알을 먹은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먹은 사람은 기억 못 하고, 못 먹어서 서러웠던 사람만 기억하는 만고의 진리겠지요. 누나들, 미안해요.&lt;br&gt;&lt;br&gt;여고 뒷편에 있던 그 집에는 학교에서 주워온 낡은 2인용 나무 책상도 있었습니다. 초록색 페인트가 두껍게 칠해진 상판 가운데에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칼로 깊게 파놓은 경계선이 선명했지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불편한 앉은뱅이책상도 있었는데, 그 녀석은 꽤 여러 번 이사를 갈 때까지 끈질기게 우리 가족을 따라다녔습니다. 아버지가 투병 생활을 시작하시고 자식들 학비를 대느라 결국 그 집을 팔고 셋집을 전전하게 될 때까지 말입니다.&lt;br&gt;&lt;br&gt;괘종시계가 걸려있는 마루 기둥에는 아이들 키 높이에 맞춰 연필과 칼로 그어놓은 세로줄이 몇개 있었습니다. 날짜와 이름이 적힌 선도 있었고, 누가 언제 그어놓았는지 모를 희미한 칼금도 있었지요. 아마 부모님은 그 선 하나하나가 누구의 흔적인지 전부 기억하고 계셨을 겁니다.&lt;br&gt;&lt;br&gt;생각해 보면 우리들의 옛집도 파리의 오래된 저택 못지않은 비밀과 추억을 품고 있었던 셈입니다.&lt;/p&gt;&lt;h2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6&quot;&gt;집이 사라지고 부동산만 남은 시대&lt;/h2&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요즘은 집주인이든 세 들어 사는 사람이든 기둥에 칼금을 그어서 집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습니다. 집이 '삶의 공간'이기 전에, 손해를 보면 안 되는 소중한 '재산'이자 '부동산'이 되었으니까요.&lt;br&gt;&lt;br&gt;집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에는 당장 내일의 주거 안정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팍팍합니다. 집 없는 세입자는 그저 서럽습니다.&lt;br&gt;&lt;br&gt;&lt;/p&gt;</description>
      <category>책</category>
      <author>낙타</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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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2 Jun 2026 18:07:22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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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비극을 노래로 불태우다. 에디트 피아프와 빌리 홀리데이</title>
      <link>https://dnlsoli.tistory.com/264</link>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1&quot;&gt;Non, rien de rien&lt;br&gt;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lt;br&gt;Non, je ne regrette rien&lt;br&gt;아니요,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lt;br&gt;Ni le bien qu'on m'a fait&lt;br&gt;사람들이 내게 베푼 좋은 것들도&lt;br&gt;Ni le mal, tout ça m'est bien égal !&lt;br&gt;나쁜 것들도, 그 모든 건 내겐 아무 상관없어요!&lt;br&gt;Non, rien de rien&lt;br&gt;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lt;br&gt;Non, je ne regrette rien&lt;br&gt;아니요,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lt;br&gt;C'est payé, balayé, oublié&lt;br&gt;모두 대가를 치렀고, 쓸어버렸고, 잊어버렸어요&lt;br&gt;Je me fous du passé !&lt;br&gt;과거 따윈 내 알 바 아니에요!&lt;br&gt;Avec mes souvenirs&lt;br&gt;나의 추억들과 함께&lt;br&gt;J'ai allumé le feu&lt;br&gt;난 불을 지폈죠&lt;br&gt;Mes chagrins, mes plaisirs&lt;br&gt;내 슬픔도, 내 기쁨도&lt;br&gt;Je n'ai plus besoin d'eux&lt;br&gt;이젠 더 이상 필요 없어요&lt;br&gt;Balayés mes amours&lt;br&gt;내 사랑들은 모두 쓸려가 버렸고&lt;br&gt;Avec leurs trémolos&lt;br&gt;그 떨림들과 함께&lt;br&gt;Balayés pour toujours&lt;br&gt;영원히 쓸려가 버렸어요&lt;br&gt;Je repars à zéro&lt;br&gt;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거예요&lt;br&gt;Non, rien de rien&lt;br&gt;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lt;br&gt;Non, je ne regrette rien&lt;br&gt;아니요,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lt;br&gt;&lt;/blockquote&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새벽에 잠이 깼습니다. 나이 들면 원래 새벽잠이 없거든요. 일요일이겠다, 깬 김에 음악이나 듣자 하고 헤드폰 쓰고 유튜브를 켰습니다.&lt;br&gt;&lt;br&gt;알고리즘이 에디트 피아프의 &quot;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quot;를 띄워줬습니다. 노래를 듣다 가만히 생각하니, 피아프와 참 닮은 꼴의 삶을 살았던 가수가 있더군요. 빌리 홀리데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밑바닥을 딛고 불후의 명곡을 남긴 두 사람 이야기를 좀 써볼게요.&lt;/p&gt;&lt;h2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6&quot;&gt;에디트 피아프 — 작은 참새의 절창&lt;/h2&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피아프의 삶은 시작부터 비극의 연속이었습니다. 1915년 파리 빈민가 길거리에서 태어나 어머니에게 버림받았고, 서커스 단원인 아버지를 따라 전전하며 자랐습니다. 유년 시절엔 심한 영양실조와 각막염으로 몇 년간 앞을 보지 못했고, 10대부터 파리 거리에서 노래를 불러 생계를 이었습니다. 키 147cm의 왜소한 체구 덕에 '작은 참새'를 뜻하는 '피아프'라는 예명을 얻으며 극적으로 발굴된 건 그나마 이 이야기에서 드문 행운이었습니다.&lt;br&gt;&lt;br&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488&quot; data-origin-height=&quot;48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bJeWXf/dJMcafUmOBQ/i7a50ngkaSxRKnsvlM3iKk/tfile.webp&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bJeWXf/dJMcafUmOBQ/i7a50ngkaSxRKnsvlM3iKk/tfile.webp&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bJeWXf/dJMcafUmOBQ/i7a50ngkaSxRKnsvlM3iKk/tfile.webp&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JeWXf%2FdJMcafUmOBQ%2Fi7a50ngkaSxRKnsvlM3iKk%2Ftfile.webp&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488&quot; height=&quot;488&quot; data-origin-width=&quot;488&quot; data-origin-height=&quot;48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스타덤에 올라서도 비극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바쳐 사랑했던 세계 복싱 챔피언 마르셀 세르당이 1949년 자신을 만나러 오던 중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슬픔을 잊으려 시작한 마약과 알코올은 삶을 잠식했고, 세 번의 심각한 자동차 사고가 그 위에 더해졌습니다. 류머티즘 관절염, 약물 중독, 암 투병이 따라왔지요.&amp;nbsp;&amp;nbsp;말년의 피아프는 재정도 몸도 사실상 파산 상태였습니다.&lt;/p&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그런 그녀가 1960년, 거동조차 힘든 몸으로 파리 올림피아 극장 무대에 섰습니다. 의사가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할 정도였습니다.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자신을 동정하는 세상을 향해 &quot;Non, je ne regrette rien —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quot;를 토해내듯 불렀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다 불태웠으니 당당히 서겠다는, 그 선언 하나가 관객들을 전율케 했습니다. 20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습니다. 그녀는 1963년 47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lt;/p&gt;&lt;figure data-ke-type=&quot;opengraph&quot; data-og-title=&quot;에디트 피아프 Edith Piaf _ 아니요,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quot; data-ke-align=&quot;alignCenter&quot; data-og-description=&quot;아니요,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Non, Je Ne Regrette Rien)
Édith Piaf (1915~1963)&quot; data-og-host=&quot;www.youtube.com&quot; data-og-source-url=&quot;https://www.youtube.com/watch?v=T7s_LyjrTNM&quot; data-og-image=&quot;https://blog.kakaocdn.net/dna/bXnhnI/dJMb9c9EUxP/AAAAAAAAAAAAAAAAAAAAAAqxrkP_TOzPaXS0pbCRis_zzgcR_8egwNudVTotsRAu/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amp;amp;expires=1782831599&amp;amp;allow_ip=&amp;amp;allow_referer=&amp;amp;signature=%2FgBEqMFZ9mdwt1iftcjJ%2Fs1dbhs%3D&quot; data-og-url=&quot;https://www.youtube.com/watch?v=T7s_LyjrTNM&quot;&gt;&lt;a href=&quot;https://www.youtube.com/watch?v=T7s_LyjrTNM&quot; target=&quot;_blank&quot; data-source-url=&quot;https://www.youtube.com/watch?v=T7s_LyjrTNM&quot;&gt;&lt;div class=&quot;og-image&quot; style=&quot;background-image: url('https://blog.kakaocdn.net/dna/bXnhnI/dJMb9c9EUxP/AAAAAAAAAAAAAAAAAAAAAAqxrkP_TOzPaXS0pbCRis_zzgcR_8egwNudVTotsRAu/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amp;amp;expires=1782831599&amp;amp;allow_ip=&amp;amp;allow_referer=&amp;amp;signature=%2FgBEqMFZ9mdwt1iftcjJ%2Fs1dbhs%3D')&quot;&gt; &lt;/div&gt;&lt;div class=&quot;og-text&quot;&gt;&lt;p class=&quot;og-title&quot;&gt;에디트 피아프 Edith Piaf _ 아니요,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lt;/p&gt;&lt;p class=&quot;og-desc&quot;&gt;아니요,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Non, Je Ne Regrette Rien)
Édith Piaf (1915~1963)&lt;/p&gt;&lt;p class=&quot;og-host&quot;&gt;www.youtube.com&lt;/p&gt;&lt;/div&gt;&lt;/a&gt;&lt;/figure&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이 노래는 프랑스인들에게 단순한 흘러간 노래가 아닙니다. 1961년 알제리 전쟁 당시, 쿠데타에 실패하고 연행되던 외인부대원들이 어깨를 걸고 함께 부른 노래가 바로 이 곡이었습니다. 그 이후 외인부대의 비공식 상징곡이 되었고, 지금도 프랑스의 광장과 경기장에서 흘러나옵니다. 프랑스인들이 이 노래에서 발견하는 건 낙천주의가 아닙니다. 삶의 희비를 다 겪어낸 자의 당당함, 동정받기를 거부하는 자존심입니다. 피아프가 파리 거리의 흙먼지에서 올라온 '진짜 민중의 목소리'라는 사실이 그 감정을 더 깊게 만듭니다.&lt;/p&gt;&lt;h2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6&quot;&gt;빌리 홀리데이 — 이상한 열매&lt;/h2&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빌리 홀리데이의 삶은 20세기 미국 흑인이 겪어야 했던 시대적 아픔과 개인적 비극이 한 사람 안에 집약된 결정체였습니다. 1915년 10대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지독한 가난과 방임 속에서 자랐고, 어린 나이에 성폭행을 당하고도 오히려 소년원에 수감되었습니다. 뉴욕 유흥가에서 청소부로 일하다 우연히 노래를 부르게 된 그녀는 독보적인 감성으로 재즈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lt;br&gt;&lt;br&gt;당대 최고의 백인 밴드들과 협연하며 명성을 얻었지만, 돌아오는 건 지독한 인종차별로 인한 모멸감이었습니다. 최고의 가수로 무대에 서면서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호텔 정문 출입이 금지되어 화물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습니다. 여기에 그녀를 이용하고 폭력을 행사한 남성들과의 실패한 사랑이 겹치면서 헤로인과 알코올 중독으로 빠져들었습니다. 1947년 마약 소지 혐의로 연방 교도소에 수감되었고, 출소 후에는 뉴욕 나이트클럽 공연 면허까지 박탈당했습니다.&lt;br&gt;&lt;br&gt;그러나 1948년, 그녀는 무대를 클럽에서 카네기 홀로 옮겨 기적 같은 재기 무대를 만들어냅니다. 중독과 수감 생활로 목소리의 맑은 기운은 사라졌지만, 한층 더 처연하고 허스키해진 그 목소리로 관객들을 압도했습니다. 홀리데이는 몸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에서도 음악을 놓지 않다가 1959년, 44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lt;br&gt;&lt;br&gt;그녀의 노래 &quot;이상한 열매(Strange Fruit)&quot;은 20세기 미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곡으로 꼽힙니다. 제목의 '이상한 열매'는 은유가 아닙니다. 당시 미국 남부에서 일상적으로 자행되던 린치로 나무에 목이 매달린 흑인의 시신을 가리킵니다.&lt;br&gt;&lt;br&gt;&lt;/p&gt;&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1&quot;&gt;Southern trees bear a strange fruit&lt;br&gt;남부의 나무엔 이상한 열매가 맺히지요&lt;br&gt;Blood on the leaves and blood at the root&lt;br&gt;잎에도 뿌리에도 온통 피범벅&lt;br&gt;Black body swinging in the Southern breeze&lt;br&gt;검은 몸뚱이가 남부의 산들바람에 흔들리죠&lt;br&gt;Strange fruit hanging from the poplar trees&lt;br&gt;포플러 나무에 이상한 열매가 맺혔답니다&lt;br&gt;Pastoral scene of the gallant South&lt;br&gt;용맹의 고장, 남부의 목가적인 풍경 아래&lt;br&gt;The bulging eyes and the twisted mouth&lt;br&gt;튀어나온 눈과 비틀어진 입술&lt;br&gt;Scent of magnolia sweet and fresh&lt;br&gt;달콤하고 신선한 목련꽃의 냄새와&lt;br&gt;And the sudden smell of burning flesh&lt;br&gt;불타버린 살점의 냄새까지&lt;br&gt;Here is a fruit for the crows to pluck&lt;br&gt;까마귀가 파먹는 열매가 맺혔어요&lt;br&gt;For the rain to gather, for the wind to suck&lt;br&gt;비에 맞고 바람에 시달리며&lt;br&gt;For the sun to rot, for a tree to drop&lt;br&gt;햇볕에 썩어서 결국 나무에서 떨어져 버리는&lt;br&gt;Here is a strange and bitter crop&lt;br&gt;참으로 이상하고 씁쓸한 열매이랍니다&lt;/blockquote&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br&gt;목화 향기와 따스한 바람이라는 남부의 낭만적 풍경과, 그 위에 기괴하게 매달려 썩어가는 시신. 그 극명한 대비가 이 노래의 핵심입니다. 백인 시인 에이블 미어폴이 1930년 인디애나주에서 린치 당한 두 흑인 청년의 사진을 보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쓴 시에 곡을 붙인 겁니다. 이 노래가 빌리 홀리데이에게 전해졌을 때, 그녀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병원 진료를 거부당해 길에서 객사한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르기로 결심했습니다.&lt;/p&gt;&lt;figure data-ke-type=&quot;opengraph&quot; data-og-title=&quot;Billie Holiday - &amp;quot;Strange Fruit&amp;quot; Live 1959 [Reelin' In The Years Archives]&quot; data-ke-align=&quot;alignCenter&quot; data-og-description=&quot;Reelin’ In The Years Productions has available for licensing over 20,000 hours of music footage spanning 90 years. Additionally, we have more than 5,000 of hours of in-depth interviews with the 20th century’s icons of Film and Television, Politics, Com&quot; data-og-host=&quot;www.youtube.com&quot; data-og-source-url=&quot;https://www.youtube.com/watch?v=-DGY9HvChXk&quot; data-og-image=&quot;https://blog.kakaocdn.net/dna/bDAKz0/dJMb8Z3yw4m/AAAAAAAAAAAAAAAAAAAAAPpX7t_xJWUQsSqTDEZSrLHFx_NtF6WoFp6dwQzoJo2I/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amp;amp;expires=1782831599&amp;amp;allow_ip=&amp;amp;allow_referer=&amp;amp;signature=11C7FPc4Y51rkKjDRs%2Ff7mSU3Ng%3D&quot; data-og-url=&quot;https://www.youtube.com/watch?v=-DGY9HvChXk&quot;&gt;&lt;a href=&quot;https://www.youtube.com/watch?v=-DGY9HvChXk&quot; target=&quot;_blank&quot; data-source-url=&quot;https://www.youtube.com/watch?v=-DGY9HvChXk&quot;&gt;&lt;div class=&quot;og-image&quot; style=&quot;background-image: url('https://blog.kakaocdn.net/dna/bDAKz0/dJMb8Z3yw4m/AAAAAAAAAAAAAAAAAAAAAPpX7t_xJWUQsSqTDEZSrLHFx_NtF6WoFp6dwQzoJo2I/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amp;amp;expires=1782831599&amp;amp;allow_ip=&amp;amp;allow_referer=&amp;amp;signature=11C7FPc4Y51rkKjDRs%2Ff7mSU3Ng%3D')&quot;&gt; &lt;/div&gt;&lt;div class=&quot;og-text&quot;&gt;&lt;p class=&quot;og-title&quot;&gt;Billie Holiday - &quot;Strange Fruit&quot; Live 1959 [Reelin' In The Years Archives]&lt;/p&gt;&lt;p class=&quot;og-desc&quot;&gt;Reelin’ In The Years Productions has available for licensing over 20,000 hours of music footage spanning 90 years. Additionally, we have more than 5,000 of hours of in-depth interviews with the 20th century’s icons of Film and Television, Politics, Com&lt;/p&gt;&lt;p class=&quot;og-host&quot;&gt;www.youtube.com&lt;/p&gt;&lt;/div&gt;&lt;/a&gt;&lt;/figure&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1939년 초연 당시 파장은 공포에 가까웠습니다. 클럽 측은 이 곡을 공연의 맨 마지막에만, 모든 조명을 끄고 빌리의 얼굴에만 핀 조명을 비춘 채 부르도록 했습니다. 노래가 끝나면 앙코르 없이 조명을 완전히 끄고 빌리가 무대 뒤로 사라지게 했습니다. 전국의 라디오 방송국은 이 곡을 일제히 방송 금지했고, 소속사 콜롬비아 레코드마저 녹음을 거부했습니다. 연방 마약수사국은 이 위험한 노래를 부르는 홀리데이를 감시하고 탄압하는 빌미로 삼았습니다.&lt;br&gt;&lt;br&gt;타임지는 훗날 이 곡을 &quot;세기 최고의 노래&quot;로 선정했습니다. 1960년대 흑인 민권 운동의 불씨를 당긴 시원(始原)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홀리데이가 기교나 외침 대신 특유의 덤덤하고 짙은 슬픔으로 이 노래를 불렀기 때문입니다. 그 절제된 분노가 미국 사회의 가장 치욕스러운 치부를 오히려 더 날카롭게 찔렀습니다. 목소리 하나로&lt;br&gt;&lt;br&gt;두 사람은 47세와 44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비극과 중독으로 몸은 일찍 마모되었지만, 육체와 정신이 무너져 내린 막다른 골목에서 오직 목소리 하나로 다시 일어선 순간들을 남겼습니다. 에디트 피아프와 빌리 홀리데이에게 음악은 화려한 명성이 아니라 살기 위한 산소였고, 상처 입은 영혼을 스스로 달래는 방식이었습니다. 비극을 노래로 불태운 두 사람의 삶은, 삶의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지금도 보여주고 있습니다.&lt;/p&gt;</description>
      <category>글</category>
      <author>낙타</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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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1 Jun 2026 16:47:28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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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에테르에서 암흑에너지까지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 3</title>
      <link>https://dnlsoli.tistory.com/263</link>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인류는 꽤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는 힘에 이름을 붙여왔다. 이름을 붙이면 이해한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이해한 것과는 다르지만, 느낌은 비슷하다. 인류는 이 차이를 오랫동안 눈치채지 못했다. 눈치챈 뒤에도 계속 이름을 붙였다. 어쩔 수 없다.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lt;/p&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그 이름들의 역사를 보면 패턴이 있다. 시대가 바뀌고, 언어가 바뀌고, 담당 학문이 바뀌어도 질문은 항상 같다. 세상에 흐르는 저 힘은 무엇인가. 답만 계속 달라진다.&lt;br&gt;&lt;br&gt;가장 오래된 이름은 에테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이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지, 수, 화, 풍. 깔끔한 분류다. 그런데 천상을 보니 문제가 생겼다. 지상의 원소들은 변하고 썩고 사라지지만 별들은 변하지 않는다. 같은 원소로 만들어졌다면 별도 썩어야 하는데 썩지 않는다. 그러므로 천상에는 다른 물질이 있어야 한다. 논리적이다. 그것이 에테르, 제5원소다. 신성하고 불변하고 순수한 물질.&lt;br&gt;&lt;br&gt;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분류 체계를 지키기 위해 우주 물질을 하나 더 만들었다. 이 발상은 2000년 넘게 살아남았다. 19세기 물리학자들이 빛이 파동이라는 것을 발견했을 때도 에테르가 불려 나왔다. 파동은 매질이 필요하다. 소리는 공기를 타고, 물결은 물을 타고 퍼진다. 빛은 무엇을 타고 퍼지는가. 우주 공간을 가득 채운 매질이 있어야 한다. 2000년 된 아이디어를 꺼냈다. 에테르.&lt;br&gt;&lt;br&gt;1887년 마이컬슨-몰리 실험이 에테르의 존재를 부정했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그것을 완전히 끝냈다. 빛은 매질 없이도 퍼진다. 에테르는 없다. 2000년짜리 아이디어가 실험 하나로 끝났다.&lt;br&gt;&lt;br&gt;하지만 이름은 살아남았다. 현대 판타지에서 에테르는 마나보다 더 근원적이고 고차원적인 에너지, 우주 공간 자체에 흐르는 마력의 원천으로 자주 등장한다. 과학이 폐기한 개념을 장르 소설이 재활용했다. 나쁜 선택은 아니다. 에테르는 처음부터 신성한 물질이었으니까. 과학에서 쫓겨나도 판타지에서는 환영받는다.&lt;br&gt;&lt;br&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znnXA/dJMcadPCs00/K0clJeorCeklE19SkXiVW0/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znnXA/dJMcadPCs00/K0clJeorCeklE19SkXiVW0/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znnXA/dJMcadPCs00/K0clJeorCeklE19SkXiVW0/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znnXA%2FdJMcadPCs00%2FK0clJeorCeklE19SkXiVW0%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p data-ke-size=&quot;size18&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19세기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이름을 붙이는 데 유독 열심이었던 시대다. 전기가 발견되고, 자기장이 측정되고, 보이지 않는 힘이 실재한다는 것이 연달아 증명되던 시기였다. 과학자들은 흥분했고, 그 흥분이 조금 과도해진 경우도 있었다.&lt;br&gt;&lt;br&gt;1845년 독일의 카를 폰 라이헨바흐는 오드(Odic force)라는 에너지를 주장했다. 모든 생물과 자석과 결정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기장 같은 힘. 특별히 민감한 사람들은 이것을 감지할 수 있다고 했다. 라이헨바흐는 귀족이었고 화학자였다. 망상가가 아니라 진지한 연구자였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믿었다. 직함이 설득력을 만든다.&lt;br&gt;&lt;br&gt;20세기에는 빌헬름 라이히가 오르곤(Orgone)을 주장했다. 우주적 생명 에너지. 성적 에너지와 생명력이 결합한 형태. 그는 오르곤을 모으는 장치를 실제로 만들었고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그를 사기꾼으로 분류했고 장치를 압수했다. 라이히는 감옥에서 죽었다. 오드의 발명가가 귀족이었던 것과는 다른 결말이다.&lt;br&gt;&lt;br&gt;비슷한 시기에 인도 철학의 프라나(Prana)가 서구에 소개되었다. 호흡을 통해 얻는 생명 에너지. 요가와 명상의 핵심 개념으로 수천 년의 전통을 가진 개념이었지만, 서구에서는 종종 오드나 오르곤과 같은 선반 위에 올려놓였다. 수천 년 된 철학과 당대에 발명된 의사과학이 같은 섹션에 진열되는 서점의 논리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lt;br&gt;&lt;br&gt;현대 물리학도 보이지 않는 힘 앞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름이 더 엄밀해졌을 뿐이다.&lt;br&gt;&lt;br&gt;우주는 지금 가속 팽창하고 있다. 이것은 관측된 사실이다. 그런데 팽창을 가속시키는 힘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암흑에너지라고 부른다. 우주 전체 에너지의 약 68퍼센트를 차지하지만 직접 관측된 적이 없다. 있다는 것은 알지만 무엇인지는 모른다. 이름을 붙였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방식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장비만 좋아졌다.&lt;br&gt;&lt;br&gt;진공 에너지도 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양자 요동으로 발생하는 에너지. 완전한 진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어있는 공간에서도 에너지가 요동친다. 《인크레더블》의 악당이 그것으로 세상을 정복하려 했고, 《스타게이트》에서는 핵심 동력원으로 등장한다. 과학자들이 이름을 붙이면 SF 작가들이 그것으로 무언가를 폭발시킨다. 분업이 잘 되어 있다.&lt;br&gt;&lt;br&gt;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이해했다는 뜻이 아니다. 이름을 붙임으로써 다룰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lt;br&gt;&lt;br&gt;마나는 영적인 권위를 자원으로 만들었고, 기는 우주의 원리를 수련의 대상으로 만들었고, 에테르는 신성한 물질을 물리적 매질로 만들려 했고, 오드는 심령 현상을 측정 가능한 에너지로 만들려 했다. 모두 보이지 않는 것을 손에 쥐려는 시도였다. 방법이 달랐을 뿐이다.&lt;br&gt;&lt;br&gt;그중 일부는 게임의 파란 바가 되었고, 일부는 교과서에 실렸고, 일부는 조용히 폐기되었다. 폐기된 것들도 판타지 소설에서는 살아있다. 에테르가 그렇고, 오드도 비슷한 이름으로 어딘가 등장한다. 과학에서 퇴출된 개념의 최종 기착지는 판타지 세계관이다. 나쁜 노후가 아니다.&lt;br&gt;&lt;br&gt;세상에 흐르는 저 힘은 무엇인가.&lt;br&gt;우주의 68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지금, 그 질문은 아직 열려 있다. 인류는 계속 이름을 붙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이름들 중 몇 개는 언젠가 게임에 등장할 것이다.&lt;/p&gt;</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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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낙타</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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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26 May 2026 10:38:59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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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기와 포스 -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 2</title>
      <link>https://dnlsoli.tistory.com/262</link>
      <description>&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기가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lt;/h3&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기(氣)는 무협 영화의 내공이다. 고수가 손바닥을 펼치면 장풍이 나가고, 혈도를 찍으면 상대가 굳어버리고, 내공이 깊은 사람은 독에 걸려도 기를 운용해 버텨낸다. 간단하다. 그런데 그 장풍에는 출처가 있다. 꽤 진지한 출처가.&lt;br&gt;&lt;br&gt;고대 중국인들은 우주가 기로 가득 차 있다고 믿었다. 노자와 장자는 기를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적인 에너지로 보았다. 기가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 말이 지금 들으면 철학적으로 들리지만, 당시에는 그냥 사실 기술이었다. 맹자는 이것을 인간의 도덕적 기개와 연결해 호연지기라고 불렀다. 이 시점에서 기는 장풍이 아니라 세상을 이루는 원리이자 정신적인 힘이었다. 무협지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다.&lt;br&gt;&lt;br&gt;기가 구체적으로 몸 안으로 들어온 것은 《황제내경》을 통해서다. 중국 최고의 의학서. 기는 여기서 혈액과 함께 몸 안을 순환하는 실체적인 힘으로 정의된다. 경락이 지도화되었고, 이 흐름이 막히면 병이 생긴다는 원리가 세워졌다. 불통즉통,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 훗날 무협지에서 혈도를 짚어 상대를 굳히는 설정의 의학적 근거가 여기서 나온다. 침술도 여기서 나온다. 고수들이 싸우는 장면의 절반은 사실 한의학 교과서를 참고한 것이다.&lt;br&gt;&lt;br&gt;그런데 기가 내공, 즉 축적하고 수련할 수 있는 힘으로 변모한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다. 도교의 내단술이다. 초기 도교는 수은 같은 광물을 먹어 불로장생을 꿈꿨다. 외단이라고 불렸다. 예상대로 중독 사고가 빈번했다. 먹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이 났다. 그래서 방향이 바뀌었다. 우리 몸 자체를 용광로로 삼아 기를 정련하자. 내단술의 시작이다. 독을 안 먹어도 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일단 개선이었다.&lt;br&gt;&lt;br&gt;아랫배의 단전에 기를 모아 황금 알을 만드는 과정이 체계화되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셔 기를 하단전에 모으는 조식, 몸을 풀어 기의 흐름을 돕는 도인술. 이것이 무협지 속 내공 수련법의 원형이다. 주인공이 동굴에 들어가 수십 년 수련하고 나오는 그 장면들의 뿌리다. 들어갈 때는 평범했다가 나올 때는 천하제일고수가 되어있다. 동굴의 효율이 상당하다.&lt;br&gt;&lt;br&gt;그런데 우리가 아는 무협, 즉 내공으로 장풍을 쏘고 경공으로 하늘을 날고 임독양맥을 타통하는 그 세계는 사실 비교적 현대의 산물이다. &lt;br&gt;&lt;br&gt;1920~30년대 중국의 초기 무협 작가들이 고대 도교의 수행법과 전설을 결합해 내공을 통한 전투 묘사를 도입했다. 진지한 철학적 개념이 오락 소설의 소재가 되는 순간이었다. 노자가 알았다면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lt;br&gt;&lt;br&gt;그리고 1950년대에 김용이 등장했다. 김용은 내공 시스템을 마치 현대 게임 설정처럼 정교하게 이론화했다. 임독양맥의 타통, 내공의 속성을 양강과 음유로 구분하는 것, 각 문파마다 다른 심법과 그 심법들 사이의 상성. 덕분에 무협 소설은 세계관 충돌 토론이 가능한 장르가 되었다. 어느 문파의 내공이 더 강한지, 이 고수가 저 고수를 이길 수 있는지.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독자들은 그것을 따졌다.&lt;br&gt;&lt;br&gt;김용의 세계관에서 기의 흐름이 뒤틀리면 주화입마가 온다. 수치가 0이 되는 게 아니라 흐름 자체가 망가지는 것이다. 마나가 고갈되면 그냥 스킬을 못 쓴다. 내공이 뒤틀리면 자기 몸이 자기 공격을 한다. 비교해보면 주화입마가 훨씬 무섭다. 마나 포션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흡성대법을 익힌 일월신교의 교주 임아행이 죽은 이유다.&lt;br&gt;&lt;br&gt;마나와 내공의 차이가 여기서 뚜렷해진다. 마나는 소모품이다. 쓰면 줄고 채우면 는다. 단순하고 관리하기 쉽다. 하지만 내공은 수련자의 경지 그 자체다. 외부에서 끌어다 쓰는 자원이 아니라 우주의 기를 내 몸 안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정제한 결과물이다. 마나가 배낭 속 에너지바라면 내공은 오랜 시간 산을 걸으며 단련된 심폐 지구력이다. 에너지바는 편의점에서 산다. 심폐 지구력은 편의점에서 팔지 않는다. &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bJ4Cjs/dJMcajh1Ve1/8bL5b3VEqwF0ghiOdtc5O1/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bJ4Cjs/dJMcajh1Ve1/8bL5b3VEqwF0ghiOdtc5O1/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bJ4Cjs/dJMcajh1Ve1/8bL5b3VEqwF0ghiOdtc5O1/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J4Cjs%2FdJMcajh1Ve1%2F8bL5b3VEqwF0ghiOdtc5O1%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408&quot; height=&quot;768&quot; data-origin-width=&quot;1408&quot; data-origin-height=&quot;768&quot;/&gt;&lt;/span&gt;&lt;/figure&gt;
&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포스가 함께 하기를&lt;/h3&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를 만들 때 동양의 도교와 불교에서 영감을 받았다. 포스의 출발점은 그래서 내공과 많이 닮았다. 오비완 케노비의 설명은 기의 정의와 판박이다. 노자가 은하계에 살았다면 비슷한 말을 했을 것이다.&lt;/p&gt;&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1&quot;&gt;포스는 제다이의 힘의 원천이란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 장이지. 포스는 우리를 휘감고 관통하며, 이 은하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란다. &lt;/blockquote&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라이트 사이드와 다크 사이드의 구분도 단순한 선악 이분법이 아니다. 마음가짐과 우주의 조화를 중시하는 도 사상의 흔적이다. 포스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 진정한 경지라는 묘사도 무위자연을 이야기한 노자의 언어와 멀지 않다. 1977년 조지 루카스가 노자를 우주로 보냈다.&lt;br&gt;&lt;br&gt;영화가 시리즈가 되고 게임으로 확장되면서 포스는 슬그머니 서구화되었다. 포스 푸시, 포스 라이트닝, 포스 그립. 기술 이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정 기술을 쓰기 위해 집중력을 소모하는 모습은 내공의 언어가 아니라 마나의 언어다. 미디클로리언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포스는 유전적 재능의 문제가 되었다. 혈액 검사로 포스 적성을 판별한다. 노자였다면 항의편지를 보냈을 것이다.&lt;br&gt;&lt;br&gt;동양의 개념이 서구의 시스템으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무언가 빠졌다. 내공에서 가장 중요한 것, 수련이 곧 존재의 변화라는 감각이다. 포스는 강해지는 도구가 되었지만, 내공은 원래 어떤 사람이 되는가의 문제였다.&lt;br&gt;&lt;br&gt;그래도 포스에는 고유한 속성이 하나 남았다. 포스는 스스로의 의지를 가진다. 자원도 아니고 수련도 아닌, 섭리에 가까운 무언가. 선택받은 자를 통해 균형을 맞추려는 힘. 마나도 내공도 이것만큼은 갖지 않는다. 우주 전체가 특정 인물에게 투자하는 구조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선택한 우주는 결과적으로 썩 좋은 투자를 하지 못했다.&lt;br&gt;&lt;br&gt;결국 마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고, 내공은 어떤 존재가 되는가를 결정짓는 것이다. 포스는 그 사이에서 두 언어를 모두 쓰면서도 어느 쪽도 완전히 되지 못한 채 은하계를 떠돌고 있다. 정체성 혼란이다. 이게 다 시스가 포스의 균형을 깨서 그렇다.&lt;/p&gt;</description>
      <category>글</category>
      <author>낙타</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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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Mon, 25 May 2026 17:29:19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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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마나.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 1</title>
      <link>https://dnlsoli.tistory.com/261</link>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게임을 하다 보면 꼭 이런 순간이 온다. 적이 눈앞에 있고 스킬은 쓸 수 없다. 마나가 없어서. 그 파란 막대기가 바닥을 가리키고 있어서. 서둘러서 마나 포션을 클릭한다.&lt;br&gt;&lt;br&gt;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보이지 않는 힘의 본질을 탐구해 온 결과가 이것이다. 포션을 마신다.&lt;br&gt;&lt;br&gt;아무도 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마나가 뭔지 설명하는 사람도 없고,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도 없다. 그냥 있는 것이다. 체력이 있으면 마나도 있다. HP가 있으면 MP도 있다. 세상의 이치다.&lt;br&gt;&lt;br&gt;그런데 이 당연한 파란 바의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면, 꽤 먼 곳까지 가게 된다.&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960&quot; data-origin-height=&quot;514&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w5BRb/dJMcaipTE7D/zxYpaY0g0CIXg9yelmpbN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w5BRb/dJMcaipTE7D/zxYpaY0g0CIXg9yelmpbN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w5BRb/dJMcaipTE7D/zxYpaY0g0CIXg9yelmpbN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w5BRb%2FdJMcaipTE7D%2FzxYpaY0g0CIXg9yelmpbN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960&quot; height=&quot;514&quot; data-origin-width=&quot;960&quot; data-origin-height=&quot;514&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br&gt;마나는 원래 폴리네시아와 멜라네시아 언어에서 온 단어다. 사람이나 사물에 깃든 초자연적인 권위, 영적인 힘. 1891년에 한 선교사가 이 개념을 서구 세계에 소개했고, 사회학자들이 그것을 종교의 원시적 형태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어딘가의 신성한 단어였으며 학술 용어였던 것이다.&lt;br&gt;&lt;br&gt;그것을 MP 바로 만든 사람이 래리 니븐이다. 선교사와 사회학자들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올린 학문적 성과를 SF 작가가 게임 리소스로 만들었다. 인문학의 자원화라고 부를 수 있겠다.&lt;br&gt;&lt;br&gt;래리 니븐은 하드 SF 작가다. 하드 SF란 과학적 사실에 충실한 SF를 말한다. 물리 법칙을 지키고, 계산을 틀리지 않고, 설정이 모순 없이 맞물려야 한다. 대충 쓰면 독자들이 편지를 보낸다. 실제로 보낸다.&lt;br&gt;&lt;br&gt;니븐의 대표작 《링월드》는 항성을 고리 모양으로 둘러싼 거대 인공 구조물을 배경으로 하는데, 구조물의 크기와 중력과 자전 속도까지 전부 계산이 맞다. 나중에 독자들이 공전 안정성 문제를 지적하자 니븐은 다음 작품에서 그것까지 수정했다. 편지를 보낸 독자들은 아마 뿌듯했을 것이다. 이 작품으로 SF 문학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받았고, 《헤일로》 시리즈가 링월드에서 직접 영향을 받았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lt;br&gt;&lt;br&gt;그런 사람이 1969년에 판타지 단편을 썼다. 제목은 [마법이 사라진 뒤]&lt;br&gt;&lt;br&gt;설정은 단순하다. 마법이 실재하는 세계가 있다. 그런데 마법은 소모되는 자원이다. 대기 중에 존재하는 마나를 끌어다 쓰는 것이기 때문에, 마법을 많이 쓸수록 환경의 마나가 고갈된다. 그리고 그 세계는 지금 거의 다 써버렸다. &lt;br&gt;&lt;br&gt;이전까지의 판타지 마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발상이었다. 마법은 그냥 되거나 안 되는 것이었다. 혈통에 의존하거나, 계약에 의존하거나, 신의 총애에 의존하거나. 어떤 경우든 마법은 신비의 영역이었다. 왜 되는지 묻는 것은 예의 없는 일이었다.&lt;br&gt;&lt;br&gt;니븐은 그 신비를 공학으로 만들었다. 마나는 석유다. 매장량이 있고 채굴 속도가 있고 고갈되면 끝이다. 마법사는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엔지니어다. &lt;br&gt;&lt;br&gt;여기서 니븐의 핵심 원칙이자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lt;/p&gt;&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1&quot;&gt;마법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lt;/blockquote&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이건 단순한 설정의 문제가 아니다. 하드 SF 작가로서의 세계관이 판타지 설정에 침투한 것이다. 자연계에 공짜는 없다. 에너지는 보존된다. 어디선가 가져왔으면 어디선가는 없어진 것이다. 질량 보존의 법칙이다. E=MC^2. 마법이 실재한다면 그것도 이 법칙에서 자유롭지 않아야 한다. 신비라는 이유로 물리 법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건 사기다.&lt;br&gt;&lt;br&gt;이 철학이 설정이 되고, 그 설정이 장르 전체를 바꿨다. 1993년 매직 더 개더링이 마나를 카드 게임의 자원 시스템으로 구현했고, 이후 수많은 RPG가 HP/MP 구조를 채택했다. 수천 년 전 태평양 어딘가에서 쓰이던 단어는 이제 전 세계 게이머들이 포션을 마실 때 확인하는 숫자가 되었다.&lt;br&gt;&lt;br&gt;래리 니븐의 단편 하나가 그 경로의 결정적인 분기점에 있다. 래리 니븐은 아마 일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을 것이다. &lt;br&gt;&lt;br&gt;래리 니븐 이전의 마법은 어떻게 작동했을까?&amp;nbsp;&amp;nbsp;고전적인 마법 원리를&amp;nbsp;&amp;nbsp;설계한 사람이 있다. 영국의 영문학자이자 소설가인 J. R. R. 톨킨이다. 그는 1937년에 발표한 판타지 소설 [호빗]에서 시작해서 1950년대에 [반지의 제왕]을 발표했다. 래리 니븐보다 40년 정도 빠르다. &lt;br&gt;&lt;br&gt;반지의 제왕에는 MP가 없다. 마나 수치도 없다. 간달프가 발록과 싸울 때 그가 소모하는 것은 마나가 아니라 존재 자체의 일부다. 파란 바가 있었다면 이야기가 훨씬 짧아졌을 것이다.&lt;br&gt;&lt;br&gt;톨킨의 마법은 기술이 아니라 권능이다. 간달프와 사루만은 인간이 아니다. 마이아, 신적 존재다. 천사에 가까운 개념. 그들의 마법은 얼마의 마나를 소모해서 이 주문을 시전 한다가 아니라, 내가 명령하니 세상이 그렇게 변한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마법은 능력치가 아니라 존재의 성격이다. 스탯 창을 열어봐야 아무 숫자도 없다.&lt;br&gt;&lt;br&gt;요정의 마법은 더 흥미롭다. 렘바스 빵이나 요정의 망토 같은 것들은 세상을 지배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목적이 보존이다. 시간이 흐르며 쇠퇴하는 것을 막고, 본연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 공격 마법이 아니라 항노화 마법이다. 요정들은 판타지 세계관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방부제를 다루는 존재다.&lt;br&gt;&lt;br&gt;샘 와이즈가 요정들에게 마법을 보여달라고 했을 때 그들이 의아해한 장면이 있다. 그들에게 마법이란 자신의 기술을 극한까지 발휘하는 것과 구별되지 않아서다. 아주 날카로운 검을 만드는 것, 그 자체가 마법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제빵사도 마법사다. 어떤 의미에서는 맞다.&lt;br&gt;&lt;br&gt;니븐과 톨킨은 정반대의 방향에서 출발했다. 니븐은 마법을 물리 법칙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려 했고, 톨킨은 마법을 존재론의 문제로 만들었다. 니븐의 세계에서 마법사는 자원을 관리하는 엔지니어고, 톨킨의 세계에서 마법사는 자기 존재의 무게를 세상에 얹는 존재다. 둘 다 마법에 대가가 따른다고 생각했지만, 니븐의 대가는 마나 소모고 톨킨의 대가는 존재의 희미해짐이다.&lt;br&gt;&lt;br&gt;어느 쪽이 더 무거운 대가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다만 니븐의 세계에서는 포션으로 해결된다.&lt;br&gt;&lt;br&gt;1997년에 1권이 출판된 해리포터의 마법은 래리 니븐의 에너지 자원, 톨킨의 권능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이 세계관에서 마법은 타고난 혈통적 형질이면서 동시에 학문을 통해 연마해야 하는 기술이다. 음악적 재능과 비슷하다고들 하는데, 음악은 재능이 없어도 연주를 못 할 뿐 다른 사람한테 폭발이 튀진 않는다. 그 점에서 차이가 있다.&lt;br&gt;&lt;br&gt;그리고 지팡이가 중요하다. 지팡이는 마법사의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렌즈다. 지팡이는 마법사를 선택한다. 도구가 사용자를 고른다는 발상은 매우 귀족적이다. 지팡이에게 선택받지 못한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헤르미온느의 지팡이가 론을 선택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세상은 꽤 달라졌을 것이다.&lt;br&gt;&lt;br&gt;발동 조건은 완전히 공학적이다. 정확한 주문어, 정확한 동작. 발음이 틀리면 결과가 달라진다. 1학년 마법사들이 윙가르디움 레비오사를 배울 때 발음 교정에 수업 시간을 쓰는 이유가 있다. 마법이 언어 시험이 된 세계다.&lt;br&gt;&lt;br&gt;수치화된 마나는 없지만 한계는 있다. 에너지가 고갈되어 마법을 못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마법을 구현할 실력이 없으면 쓸 수 없다. 무지가 한계다. 니븐의 세계에서는 자원이 한계였고, 톨킨의 세계에서는 존재의 그릇이 한계였고, 해리포터의 세계에서는 머리가 나쁜 게&amp;nbsp;&amp;nbsp;한계다. 머리 좋은 헤르미온느가 론과 결혼하는 이유는 해리 포터 시리즈 최대의 미스테리다&lt;br&gt;&lt;br&gt;폴리네시아의 영적 개념이 자원 관리 게임 메커니즘이 되기까지 약 백 년 걸렸다.&lt;br&gt;&lt;br&gt;같은 시기에 동양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보이지 않는 힘을 다루고 있었다. 그쪽은 훨씬 오래되었고, 장풍이 나간다.&lt;/p&gt;</description>
      <category>글</category>
      <author>낙타</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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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22 May 2026 18:05:59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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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웃는 남자 - 웃음 속에 감추어진 피눈물</title>
      <link>https://dnlsoli.tistory.com/260</link>
      <description>&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1&quot;&gt;귀까지 찢어진 입, 드러난 잇몸과 으깨어진 코, 너는 이제 가면을 쓸 것이며, 영원히 웃으리라.&lt;/blockquote&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어릴 때 시장에 가면 장애인들이 많았다. 구걸을 하고 행상을 하는 그 사람들이 왠지 무서웠다. 일부러 몸을 망가뜨려서 구걸을 한다는 둥, 저렇게 만들어서 앵벌이를 시키는 조직이 있다는 둥. 출처도 목적지도 없는 소문들이 바람처럼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녔다.&lt;br&gt;&lt;br&gt;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 남자』를 펼치자마자 그 소문들이 떠올랐다. 위고는 그 소문의 프랑스판을 1869년에 써놨다. 콤프라치코스. 아이를 사서 신체를 기형으로 만들어 귀족의 구경거리로 파는 집단이다. 위고는 갤리선의 노예나 도형수들에게 행해지는 신체적인 훼손과 아이들을 사고파는 폐해에서 영감을 받아 이 소설을 완성했다.&lt;br&gt;&lt;br&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400&quot; data-origin-height=&quot;592&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baJaKp/dJMcahRFGP8/NGkhC6RpemY4PeQuQETsSK/tfile.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baJaKp/dJMcahRFGP8/NGkhC6RpemY4PeQuQETsSK/tfile.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baJaKp/dJMcahRFGP8/NGkhC6RpemY4PeQuQETsSK/tfile.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aJaKp%2FdJMcahRFGP8%2FNGkhC6RpemY4PeQuQETsSK%2Ftfile.jp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400&quot; height=&quot;592&quot; data-origin-width=&quot;400&quot; data-origin-height=&quot;592&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br&gt;주인공 그윈플렌은 두 살 때 콤프라치코스 집단에 팔렸다. 그의 죄목은 딱 하나, 왕에게 반항한 아버지를 뒀다는 것. 왕은 그를 죽이는 대신 더 잔인한 방법을 택했다. 입을 귀 밑까지 찢어, 평생 웃을 수밖에 없는 얼굴을 만들어버린 것이다.&lt;br&gt;&lt;br&gt;이쯤에서 어디선가 본 얼굴이 떠오른다면 맞다. DC 코믹스의 조커, 그리고 영화 『조커』의 원형이 바로 이 소설이다. 그런데 원형을 알고 나면 조커가 달라 보인다. 그는 빌런이 아니라 민중의 알레고리였던 것이다.&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344&quot; data-origin-height=&quot;500&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4lpHK/dJMcahjS5A3/DYkGNJQbLeCDHKBzUnL0eK/tfile.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4lpHK/dJMcahjS5A3/DYkGNJQbLeCDHKBzUnL0eK/tfile.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4lpHK/dJMcahjS5A3/DYkGNJQbLeCDHKBzUnL0eK/tfile.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4lpHK%2FdJMcahjS5A3%2FDYkGNJQbLeCDHKBzUnL0eK%2Ftfile.jp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344&quot; height=&quot;500&quot; data-origin-width=&quot;344&quot; data-origin-height=&quot;500&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p&gt;&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1막: 카오스의 승리&lt;/h3&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그윈플렌은 철학자이자 약장수인 우르수스의 유랑극단에서 자란다. 극단의 공연 제목은 '정복된 카오스'. 혼돈을 정복했다는 뜻이다.&lt;br&gt;&lt;br&gt;사실 &amp;lt;정복된 카오스&amp;gt;는 &amp;lt;웃는 남자&amp;gt;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lt;br&gt;&lt;br&gt;무대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시작된다. 어둠 속에서 기괴한 형체가 나타나 포효한다. 인간을 상징하는 그윈플렌은 우르수스와 호모에 의해 표현되는 어둠을 상대로 사투를 벌인다. 치열한 저항 끝에 어둠 앞에서 굴복한 그윈플렌이 암흑으로 흡수되려는 순간, 천상의 빛을 상징하는 데아가 무대에 등장해 카오스를 물리칠 수 있도록 그를 돕는다. 그러나 그를 구원한 빛은 어둠에 휩싸여 흐릿했던 그윈플렌의 흉한 얼굴을 환하게 밝히고, 구경꾼들은 그의 괴이한 얼굴을 보며 웃음을 터뜨린다.&lt;br&gt;이것이 위고가 말하는 '정복된 카오스'의 실체다. 관객들은 눈이 멀쩡히 떠 있어도 외면의 기괴함에만 반응한다. 정작 그의 내면을 보는 건, 눈이 보이지 않는 데아뿐이다. 공연은 흥행한다. 그윈플렌은 유명해진다. 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보러 온다.&lt;br&gt;&lt;br&gt;&lt;/p&gt;&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2막: 귀족이라는 제도&lt;/h3&gt;&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1&quot;&gt;웃는 남자의 진정한 제목은 귀족이다. - 빅토르 위고&lt;/blockquote&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우르수스의 낡은 마차 벽에, 귀족의 특권 목록을 길고 엄숙하게 나열한 목록이 붙어있다. 처음엔 진지하게 읽힌다. 그런데 읽다 보면 어느 순간 피식 웃게 된다. 이게 다야? 싶어서.&lt;br&gt;&lt;br&gt;위고가 즐겨 쓰는 기법이다. 과잉 열거. 대상을 격상시키는 척 나열하면서, 나열할수록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방식. 특권의 목록이 길어질수록 특권 하나하나의 무게는 가벼워지고, 결국 그 전체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드러난다. 귀족들은 무위도식하고 이기적이고 교만하며, 사회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그저 짐덩어리이며 몸을 갉아먹는 종양일 뿐이다.&amp;nbsp;작품 곳곳에서 등장하는 귀족들의 영지와 궁궐, 저택에 대한 자세한 묘사도 마찬가지 의미이다. 이 소설은 18세기 귀족 사회에 대한 시사 다큐멘터리인 셈이다. &lt;br&gt;&lt;br&gt;그윈플렌은 자신이 클랜찰리 후작의 상속자임을 알게 된다. 유랑극단의 광대가 하루아침에 귀족이 되는 것이다.&lt;br&gt;위고는 이 반전을 통해 귀족 제도의 본질을 해부한다. 귀족은 능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태어남으로 만들어진다. 그윈플렌은 달라진 것이 없다. 찢어진 얼굴도, 유랑극단에서 보낸 세월도, 그의 내면도 그대로다. 바뀐 건 딱 하나, 그를 부르는 호칭뿐이다.&lt;br&gt;&lt;br&gt;더 날카로운 건 조시안 공작부인의 존재다. 그녀는 모든 것을 가진 여자다. 아름다움, 권력, 재산. 그리고 그 모든 것 때문에 지독하게 권태롭다. 그녀가 그윈플렌에게 매혹되는 이유는 그의 영혼 때문이 아니다. 그의 '추함' 때문이다. 자신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진짜 고통을 향한 관음증. 조시아나의 욕망은 귀족 계급의 일그러진 영혼을 그대로 보여준다.&lt;br&gt;&lt;br&gt;&lt;/p&gt;&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3막: 의회 연설&lt;/h3&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그윈플렌은 귀족의 의상을 입고 영국 상원 의회에 선다.&lt;br&gt;&lt;br&gt;당시 의회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법률과 여왕의 남편에게 막대한 연금을 지급하는 안건을 논의 중이었다. 모든 귀족이 찬성하는 그 자리에서, 하층민의 삶을 몸소 겪은 그윈플렌만이 홀로 일어나 말한다.&lt;/p&gt;&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1&quot;&gt;“경들의 행복은 타인의 불행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경들께서는 모든 것을 소유하셨지만, 그 모든 것들은 다른 사람들의 가난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lt;/blockquote&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quot;Le paradis des riches est fait de l'enfer des pauvres. &lt;br&gt;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lt;br&gt;&lt;br&gt;결과는? 폭소였다.&lt;br&gt;카오스의 승리 공연과 완벽하게 같은 구조가 반복된다. 무대만 바뀌었을 뿐이다. 유랑극단의 천막이 상원 의회가 됐고, 구경꾼이 귀족이 됐다. 그가 감정에 북받칠수록, 분노할수록, 찢어진 입 근육은 더 크게 웃는 형상이 됐다. 귀족들은 메시지 대신 얼굴만 봤다. 피눈물 나는 고발이 광대의 재롱으로 소비됐다.&lt;br&gt;&lt;br&gt;위고는 이 두 장면을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하나의 잔인한 등식을 완성한다.&lt;br&gt;&lt;br&gt;유랑극단 = 의회. 구경꾼 = 귀족. 공연 = 민주주의.&lt;/p&gt;&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1&quot;&gt;저는 깊은 심연에 빠졌다가 지금 막 빠져나왔습니다. 경들께서는 권위 있고 부유하십니다. 매우 위험한 일이지요. 경들은 어둠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십니다. 그러나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또 다른 커다란 세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여명입니다. 여명은 정복당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곧 돌아올 것입니다. 아니, 돌아오고 있습니다.&lt;/blockquote&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중국에 이런 경구가 있다. 言之不預 — 말로 미리 경고하지 않았다고는 하지 말라.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났을 때, 귀족들은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고. 위고의 대답은&amp;nbsp;&amp;nbsp; 몰랐던 게 아니라 듣지 않은 것이다.&lt;br&gt;&lt;br&gt;그윈플렌은 이제 귀족이다. 제도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제도가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라, 제도가 사람을 소화해 버린다. 출신이 달라도, 얼굴이 달라도, 말이 달라도 — 기득권의 구조는 그 모든 것을 웃음으로 처리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lt;br&gt;&lt;br&gt;개혁이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구조 자체가 진실을 소화하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lt;br&gt;&lt;br&gt;&lt;/p&gt;&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4막: 위고의 집착&lt;/h3&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웃는 남자』는 1869년 작품이다. 위고는 7년 전인 1862년에 이미 같은 질문을 던진 소설을 썼다.『레미제라블』&lt;br&gt;&lt;br&gt;두 작품을 나란히 놓으면 위고가 평생 무엇에 집착했는지 보인다.&lt;br&gt;장 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쳐 19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출소 후에도 전과자라는 낙인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윈플렌은 태어난 집안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얼굴이 찢겼다. 둘 다 사회가 새긴 낙인을 몸에 새기고 살아간 사람들이다. 장 발장의 낙인은 서류 위에 있었고, 그윈플렌의 낙인은 얼굴 위에 있었다.&lt;br&gt;차이는 하나다. 장 발장에게는 미리엘 주교가 있었다. 그를 처음으로 인간으로 대우해 준 사람. 그 한 번의 사건이 장 발장의 남은 생을 바꿨다.&lt;br&gt;&lt;br&gt;그윈플렌에게는 데아가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소녀. 그래서 오히려 그의 전부를 본 사람.&lt;br&gt;&lt;br&gt;위고는 두 소설 모두에서 같은 구조를 반복한다. 세상이 낙인찍은 자를, 낙인을 보지 못하는 자가 구원한다. 장 발장을 구한 건 주교의 눈이었고, 그윈플렌을 구한 건 데아의 눈 없음이었다.&lt;br&gt;&lt;br&gt;그런데 결말은 다르다. 장 발장은 마지막에 존엄하게 죽는다. 그가 일군 것들이 남는다. 『레미제라블』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방향을 가리킨다. 반면 『웃는 남자』는 그윈플렌이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것으로 끝난다. 남는 것이 없다. 그윈플렌의 투신은 철저한 패배다. 데아가 죽고, 세상이 자신의 목소리를 끝내 듣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 그는 조용히 어두운 밤바다로 걸어 들어간다. 위고는 독자에게 아무런 위로도 주지 않는다.&lt;br&gt;&lt;br&gt;이 차이는 시대배경에서 온 것일 수 있다. 『웃는 남자』는 프랑스혁명 이전, 아직 귀족 사회가 건재한 시대의 이야기다. 『레미제라블』은 워털루 이후, 혁명이 한번 지나간 세계의 이야기다. 한번 뒤집힌 세계에는 희망이 남지만, 아직 뒤집히지 않은 세계에는 투신만 남는다.&lt;br&gt;&lt;br&gt;&lt;/p&gt;&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5막: 귀족, 혁명, 그리고 미완성&lt;/h3&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위고는 인류가 압제에서 자유로 나아가는 과정을 세 권으로 그리려 했다. 귀족, 군주, 혁명을 주제로 한 정치적인 3부작을 구상했다.&lt;br&gt;&lt;br&gt;귀족에 해당하는 제1권은 바로 1866년부터 1868년까지 총 2년에 걸쳐 써진, 권력과 야망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표현한 &amp;lt;웃는 남자&amp;gt;이다. 혁명에 해당하는 제3권은 《93년》이란 제목으로&amp;nbsp;&amp;nbsp;발표되었다. 안타깝게도 군주를 주제로 한 제2권은 완성되지 못했다. &lt;/p&gt;&lt;blockquote data-ke-style=&quot;style1&quot;&gt;오! 힘 있는 분들이여, 여러분의 발밑에 힘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애처롭게 여기십시오. 그렇습니다! 경들 자신을 애처롭게 여기십시오! 많은 사람이 죽어 가고 있는데, 낮은 곳이 죽으면 높은 곳이 죽기 마련입니다. 죽음이란 어느 구성원도 피할 수 없는 멈춤입니다. 밤이 오면 그 누구도 자기의 구석에 낮을 보관할 수 없습니다. 경들께서는 이기주의자들이신가요? 다른 사람들을 구하십시오. 선박의 침몰에 무심한 승객은 없습니다. 승객의 일부만 난파당하고 나머지 승객들은 난파당하지 않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오! 명심하십시오. 심연은 모든 사람 앞에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quot;&lt;br&gt;웃음소리가 더 커져서 걷잡을 수 없어졌다. 군중을 즐겁게 하는 데는 말에 터무니없는 점이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lt;/blockquote&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br&gt;그웬플린의 괴물같은 얼굴과 소름끼치는 웃음은 부유하고 교만한 귀족들의 압제와 잔인함에 짓눌려 피눈물을 흘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이다.&lt;br&gt;&lt;br&gt;이 책은 1084페이지다. 200페이지가 지나도록 본격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독자는 어린아이를 버리고 바다로 나간 무리를 따라 밤새 폭풍우와 사투를 벌여야 하고, 아이가 눈보라 치는 황야를 혼자 헤매는 여정을 함께 걸어야 한다.&lt;br&gt;&lt;br&gt;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 도입부가 어렵다는 평에 이렇게 답했다.&lt;br&gt;&lt;br&gt; &quot;산에 오르려면 산의 호흡을 알아야 하고, 내 소설을 읽으려면 내 소설에 적응해야 한다. 누군가 낯선 수도원에서 며칠을 묵을 생각이라면 그 분위기에 적응해야 한다.&quot; &lt;br&gt;&lt;br&gt;위고도 아마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lt;br&gt;1분짜리 쇼츠 영상도 길다고 느끼는 요즘, 이렇게 길게 쓰는 작가도 읽는 사람도 점점 없어지겠지. 나는 그 줄어드는 쪽에 아직 남아 있으려고 한다.&lt;br&gt;&lt;br&gt;&lt;/p&gt;</description>
      <category>글</category>
      <author>낙타</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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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Wed, 22 Apr 2026 13:39:13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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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편지 2. 편지가 만든 이야기들, 그리고 작별</title>
      <link>https://dnlsoli.tistory.com/259</link>
      <description>&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하늘을 가로질러&lt;/h3&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편지는 오랫동안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졌다. 기차가 도시와 도시를 잇고, 배가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면서 편지는 더 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비행기가 등장했다. 기차도 배도 닿지 못하는 곳까지, 하늘을 가로질러 편지를 전하는 시대가 열렸다.&lt;br&gt;&lt;br&gt;초기의 비행기는 아름답기보다 위태로웠다. 목재와 천으로 얼기설기 엮인 기체는 바람에 속절없이 흔들렸고, 조종사는 오직 감각 하나에 목숨을 걸었다. 승객을 태우는 일은 엄두도 못 냈다. 날개 달린 관짝에 자발적으로 올라탈 일반인은 없었으므로. 그렇게 찾아낸 사업이 편지를 나르는 일이었다. 항공우편 조종사들은 나침반 하나에 의지해 폭풍과 암흑 속을 날았다.&lt;br&gt;&lt;br&gt;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도 그 하늘 위의 사람들 중 하나였다. 라테코에르 사의 조종사로 툴루즈에서 아프리카 다카르까지, 일기예보도 등대도 무선 장비도 없이 우편물을 날랐다. 모래폭풍과 밤을 가르며 개척한 그 항로는 훗날 《야간 비행》과 《남방 우편기》로 되살아났다.&lt;br&gt;&lt;br&gt;1935년 파리-사이공 비행 경기 도중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그는 닷새를 버텼다. 물도, 구조의 희망도 바닥난 극한의 고독 속에서 어린 왕자를 만났다. 《인간의 대지》는 그 사투 속에서 발견한 동료애와 지구의 아름다움을 철학으로 빚어냈고, 《어린 왕자》는 사선을 넘나들며 깨달은 진리를 동화의 언어로 승화시켰다. &quot;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quot;—죽음 앞에 선 조종사가 모래바람 속에서 길어 올린 문장이다.&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280&quot; data-origin-height=&quot;69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MgUjQ/dJMcafzuwlV/rsxJxUSBWTShtjhG2fcYC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MgUjQ/dJMcafzuwlV/rsxJxUSBWTShtjhG2fcYC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MgUjQ/dJMcafzuwlV/rsxJxUSBWTShtjhG2fcYC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MgUjQ%2FdJMcafzuwlV%2FrsxJxUSBWTShtjhG2fcYC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280&quot; height=&quot;698&quot; data-origin-width=&quot;1280&quot; data-origin-height=&quot;69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1944년 여름, 그는 다시 한번 하늘로 올랐고 돌아오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속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B612로 갔을까.&lt;/p&gt;&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읽씹을 4년째 당하고 있는 주디&lt;/h3&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서간체 소설의 교과서로 불리는 작품이 있다.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다. 주인공 주디 에벗은 4년 내내 후원자에게 편지를 쓴다. 후원자는 단 한 통도 답장하지 않는다. 오늘날로 치면 읽씹을 4년째 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편지들이 쌓일수록 주디는 성장한다.&lt;br&gt;&lt;br&gt;형식이 내용을 만든 경우다. 답장이 없으니 주디의 편지는 일기가 되고, 고백이 되고, 결국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된다. 수신인이 침묵할수록 발신인의 목소리는 또렷해진다.&lt;br&gt;&lt;br&gt;서간체 소설은 이 구조를 즐겨 쓴다. 괴테의 베르테르도, 메리 셸리의 월턴도, 앨리스 워커의 셀리도 편지를 쓴다. 공통점이 있다. 세 사람 모두 제대로 된 대화 상대가 없다. 사랑받지 못하거나, 고립되었거나, 신에게나 털어놔야 할 처지이거나. 편지 형식은 그래서 늘 약간 외롭다.&lt;/p&gt;&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잘 가, 편지&lt;/h3&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어쩌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접했다. 엄마들이 열광하며 이북리더기를 사들이는 바람에 반도체 값이 올랐다는 전설의 그 책. 저는 별로 재미없더라고요. 취향 존중.&lt;br&gt;&lt;br&gt;주목한 건 소통 방식이었다. 주인공들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대화한다. 당연하다. 2009년에 연재를 시작한 소설인데, 설마 편지를 주고받겠나. 그런데 생각해보니 요즘은 이메일도 잘 안 쓰게 됐다. &quot;어... 첨부파일... 수신인... 제목...&quot; 하다 보면 벌써 귀찮다. 카톡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세상이다. 손가락 두 개면 충분하다.&lt;br&gt;&lt;br&gt;우리 세대는 아마 마지막으로 편지를 주고받은 세대일 것이다. 빨간 우체통 찾기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에서 엽서를 쓰는 낭만도,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을 낭만도 이제는 없다. &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280&quot; data-origin-height=&quot;69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XPkEb/dJMcaarpA6T/iQ1PZj9LeoJcl8qrNQYyB0/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XPkEb/dJMcaarpA6T/iQ1PZj9LeoJcl8qrNQYyB0/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XPkEb/dJMcaarpA6T/iQ1PZj9LeoJcl8qrNQYyB0/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XPkEb%2FdJMcaarpA6T%2FiQ1PZj9LeoJcl8qrNQYyB0%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280&quot; height=&quot;698&quot; data-origin-width=&quot;1280&quot; data-origin-height=&quot;69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요즘 소설엔 카톡 메시지를 그대로 옮겨놓는다. 문학이 시대를 따라가는 건지, 시대가 문학을 끌고 가는 건지. 이메일이나 카톡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소설이 나올까? 나오겠지 싶은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lt;br&gt;&lt;br&gt;그러니 이 편지 시리즈는 편지에 대한 조가(弔歌)이자 추억 팔이다. 처음 마음먹었던 이야기들이 몇 개 더 있지만, 맛없는 밥 많이 먹으라는 것과 재미없는 글 길게 쓰는 건 흉악범죄라는 인생 철학에 따라 여기서 끝낸다.&lt;br&gt;&lt;br&gt;잘 가, 편지.&lt;/p&gt;</description>
      <category>글</category>
      <author>낙타</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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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Wed, 15 Apr 2026 15:53:18 +0900</pubDate>
    </item>
    <item>
      <title>편지 1. 편지를 쓴 사람들</title>
      <link>https://dnlsoli.tistory.com/258</link>
      <description>&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고흐와 테오, 그리고 숨은 주인공&lt;/h3&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이중섭을 '한국의 고흐'라고 한다. 미술사에서의 위치나 삶의 궤적이 닮았기도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편지를 많이 썼다는 것.&lt;br&gt;&lt;br&gt;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수백 통의 편지를 보냈다. 고흐가 세상을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테오도 따라갔다. 그 편지들을 세상에 꺼낸 건 테오의 아내였다.&lt;br&gt;&lt;br&gt;생각해 보면 고흐는 좋은 동생을 두었을 뿐 아니라 동생의 아내 덕도 많이 봤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형에게 생활비를 보내는 걸 얼마나 알고, 얼마나 모른 척했는지 — 그 때문에 부부싸움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 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다. 하지만 편지를 버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가치를 알아보고 출판한 건 그녀였다. 몰인정한 사람이었다면 난로에 던져버렸을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고흐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림을 볼 수 있게 됐다. 역사의 숨은 주인공이라고나 할까.&lt;br&gt;&lt;br&gt;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빈센트 반 고흐 특별전이 열렸다. 죽기 전에 고흐 그림 한 번은 봐야죠. 하는 마음에 급하게 KTX를 타고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lt;/p&gt;&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이중섭의 그림 편지&lt;/h3&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이중섭은 일본 유학 중 만난 명문가의 규수와 결혼했다. 아내가 원산까지 찾아왔고, 둘은 그곳에서 살림을 꾸렸다.&lt;br&gt;해방 후 좌우 대립, 든든한 버팀목이던 형의 죽음, 한국전쟁. 피난선을 타고 부산까지 내려온 가족은 극심한 궁핍 속에 살았다. 아이들이 병에 걸리자 처가가 있는 일본으로 가족을 보냈다. 홀로 남은 이중섭은 통영 나전칠기전수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며 버텼고, 한 번은 선원 신분증을 빌려 몰래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다. 가족과의 재회를 꿈꾸며.&lt;br&gt;&lt;br&gt;통영 출신의 시인 김춘수는 그 시절 이중섭을 이렇게 기록했다.&lt;br&gt;&lt;br&gt;광복동(光復洞)에서 만난 이중섭(李仲燮)은&lt;br&gt;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lt;br&gt;동경(東京)에서 아내가 온다고&lt;br&gt;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lt;br&gt;사라지고 있었다.&lt;br&gt;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lt;br&gt;발자국이 보이지 않았다.&lt;br&gt;한참 뒤에 나는 또&lt;br&gt;남포동(南浦洞) 어느 찻집에서&lt;br&gt;이중섭을 보았다.&lt;br&gt;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lt;br&gt;진한 어둠이 깔리니 바다를&lt;br&gt;그는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었다.&lt;br&gt;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lt;br&gt;&lt;br&gt;이중섭이 가족에게 보낸 그림 편지가 있다. &quot;아빠가 엄마, 태성이, 태현이를 소달구지에 태우고 앞에서 황소를 끌고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는 그림.&quot; 이 그림이 훗날 〈길 떠나는 가족〉이 됐다. 한 번은 이 그림이 팔렸는데, 다른 그림을 주고 간곡하게 부탁해 되찾아왔을 정도로 애착이 깊었다.&lt;br&gt;&lt;br&gt;&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412&quot; data-origin-height=&quot;505&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Ptgur/dJMcacv0tGX/kT0gbhu1WVRy3sr1W7jxyk/tfile.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Ptgur/dJMcacv0tGX/kT0gbhu1WVRy3sr1W7jxyk/tfile.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Ptgur/dJMcacv0tGX/kT0gbhu1WVRy3sr1W7jxyk/tfile.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Ptgur%2FdJMcacv0tGX%2FkT0gbhu1WVRy3sr1W7jxyk%2Ftfile.jp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412&quot; height=&quot;505&quot; data-origin-width=&quot;412&quot; data-origin-height=&quot;505&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lt;br&gt;이중섭은 끝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병원에서 '무연고자'로 세상을 떴다.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는 2022년, 101세로 눈을 감았다.&lt;/p&gt;&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유치환의 5,000통&lt;/h3&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사랑하는 것은&lt;br&gt;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lt;br&gt;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lt;br&gt;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lt;br&gt;설령 이것이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lt;br&gt;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lt;br&gt;&lt;br&gt;청마 유치환의 시 '행복'은 순수한 문학적 상상이 아니다. 그는 20년 동안 정운 이영도에게 5,000여 통의 편지를 썼다. 5,000통이다. 다시 한번, 오천 통.&lt;br&gt;&lt;br&gt;1946년 통영에서 시작된 인연은 유치환이 세상을 떠난 1967년까지 이어졌다. 초기 편지들은 남아 있지 않다. 6·25 전쟁 중 청마가 직접 태워달라 당부했기 때문이다. 우익 진영에 있었던 그는 자신의 편지가 정운을 위험에 빠뜨릴까 두려워했다. 전선이 바뀌는 와중에도 그 걱정을 먼저 했다. 정운은 훗날 그 편지들이 &quot;그대로 시이고 문학이었다&quot;고 회상했다. 우리가 읽지 못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1280&quot; data-origin-height=&quot;69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tUhQx/dJMcahjM9rR/Y8vcF4Qg2x4w7pbDj0Kcfk/tfile.pn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tUhQx/dJMcahjM9rR/Y8vcF4Qg2x4w7pbDj0Kcfk/tfile.pn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tUhQx/dJMcahjM9rR/Y8vcF4Qg2x4w7pbDj0Kcfk/tfile.pn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tUhQx%2FdJMcahjM9rR%2FY8vcF4Qg2x4w7pbDj0Kcfk%2Ftfile.pn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1280&quot; height=&quot;698&quot; data-origin-width=&quot;1280&quot; data-origin-height=&quot;698&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청마는 기혼자였고, 정운은 홀로 된 처지였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거북한 관계. 그래서 청마는 편지에서 끊임없이 결백함을 증명하려 했다.&lt;br&gt;&lt;br&gt;&quot;표면에 나타난 우리의 행동을 두고 세상이 무어라 말하더라도… 육체적인 것, 그것만을 당신에게 내가 추구했다면 나는 벌써 당신에게서 희망을 버리고 다른 데로 옮아갔을 것입니다.&quot; (1952년 8월 24일)&lt;br&gt;&lt;br&gt;읽고 나면 마음이 조금 복잡하다. 변명처럼 보이기도 하고, 고백처럼 들리기도 하고.&lt;br&gt;&lt;br&gt;받는 이보다 주는 이가 더 행복하다는 시구처럼, 청마는 매일 아침 우체국으로 향하며 설레었을 것이다. 정운은 그 편지들을 등기 봉투째 고이 보관했다. 세상이 허락하지 않은 사랑을 문장 사이사이에 간직하며. 훗날 정운은 그중 일부를 추려 《사랑했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라》라는 서간집을 냈다.&lt;br&gt;&lt;br&gt;1967년 2월, 유치환은 부산의 고등학교 교장으로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다 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부산 동구에 유치환 우체통이 있다. 야경이 예쁘기로 소문난 핫플레이스라고 하니, 언젠가 한번 가볼 만하다.&lt;/p&gt;&lt;h3 style=&quot;text-align: left;&quot; data-ke-size=&quot;size23&quot;&gt;400년 전 아내의 편지&lt;/h3&gt;&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교과서 속 조선은 엄격한 예법과 한문으로 가득한 참 재미없는 세상이다. 그런데 400여 년 전 무덤에서 발굴된 한글 편지들을 보면, 그 시대 사람들도 지금 우리와 다르지 않다. 1998년 안동의 한 무덤에서 나온 이 편지는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불린다.&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600&quot; data-origin-height=&quot;433&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uR6ws/dJMcabRmLtu/zHmm0ljstW5E1qJVCHVzO0/tfile.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uR6ws/dJMcabRmLtu/zHmm0ljstW5E1qJVCHVzO0/tfile.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uR6ws/dJMcabRmLtu/zHmm0ljstW5E1qJVCHVzO0/tfile.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uR6ws%2FdJMcabRmLtu%2FzHmm0ljstW5E1qJVCHVzO0%2Ftfile.jp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600&quot; height=&quot;433&quot; data-origin-width=&quot;600&quot; data-origin-height=&quot;433&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원이 아버지에게&lt;br&gt;병술년(1586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lt;br&gt;당신 언제나 나에게 이르되, &quot;머리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quot;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lt;br&gt;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으며, 나는 당신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었나요? 언제나 함께 누워 당신에게 내가 이르되, &quot;여보, 남들도 우리같이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quot; 하며 빌었는데, 어찌 그런 일들 생각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십니까?&lt;br&gt;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래도 살 수 없으니,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습니다. 나를 데려가 주십시오. (…)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lt;br&gt;내 배 속의 아이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 하시는지…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을까요?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lt;br&gt;&lt;br&gt;수백 년을 관 속에 있던 편지가 오늘날까지 읽힌다. 남편을 잃은 원망, 살결에 대한 그리움, 뱃속 아이를 향한 걱정. 어떤 메시지보다 묵직한 진심이다.&lt;br&gt;편지 곁에는 미투리 한 켤레가 있었다. 병든 남편의 쾌유를 빌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엮은 신발. 끝내 신겨보지 못하고 관 속에 넣어 보낸 그 신발은, 말보다 깊은 사랑의 증거였다.&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340&quot; data-origin-height=&quot;453&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cdpk4m/dJMcacv0tGZ/kqKoT5r4qoEb2kKFR2KNr0/tfile.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cdpk4m/dJMcacv0tGZ/kqKoT5r4qoEb2kKFR2KNr0/tfile.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cdpk4m/dJMcacv0tGZ/kqKoT5r4qoEb2kKFR2KNr0/tfile.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cdpk4m%2FdJMcacv0tGZ%2FkqKoT5r4qoEb2kKFR2KNr0%2Ftfile.jp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340&quot; height=&quot;453&quot; data-origin-width=&quot;340&quot; data-origin-height=&quot;453&quot;/&gt;&lt;/span&gt;&lt;/figure&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 style=&quot;text-align: left;&quot;&gt;슬픔만 있는 건 아니다. 조선시대 다른 무덤에서 발굴된 편지들 중엔 군 복무 중 아내에게 화장품을 사 보내거나, &quot;딸을 낳아도 서운해하지 말라&quot;며 다독이는 남편도 있다. 유교 사회의 구성원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다정한 남편이자 걱정 많은 아버지들이었다.&lt;br&gt;&lt;br&gt;400년 전 아내가 꿈에서라도 남편을 만나길 바랐듯, 오늘 우리가 무심코 보내는 안부 한 줄도 누군가에겐 가장 소중한 기록이 될 수 있다. 조선의 편지들은 죽음도 썩히지 못한 온기를 품은 채, 지금도 우리에게 묻는다.&lt;br&gt;&lt;br&gt;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충분히 사랑을 전하고 있나요?&lt;/p&gt;</description>
      <category>글</category>
      <author>낙타</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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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ue, 14 Apr 2026 15:47:56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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