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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만나다

갈맷길로 걷다 4-1코스 영도 절영해안 산책로 입구 ~ 감천항

by 낙타 2022. 5. 28.

갈맷길 4-1코스

2022.4.23

영도 절영해안 산책로 입구 ~ 감천항

거리 13km

소요시간 3:20 

다시 절영해안 산책로 입구. 이곳은 갈맷길 3코스 1구간, 3코스 2구간, 4코스 1구간의 기점이다. 스탬프 하나로 세 군데 찍으면 된다는 말. 나는 QR코드 인증이라 한번 코드를 찍으니 세 군데에 자동으로 올라간다. 

인증대에서 갈맷길 3-1구간 길을 약간 되돌아간다. 바닷가로 조금만 걸으면 머리 위로 남항대교가 지나간다. 다리로 올라가는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아무리 걷는 게 좋아서 나왔다지만 엘리베이터는 항상 반갑다. 남항대교는 보기 드물게 보도가 설치되어 있는데 대교의 양편으로 오갈 수는 없고 내항 쪽으로만 걸을 수 있다. 자갈치와 영도, 부산항 내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에 개장한 우리나라 1호 해수욕장이다. 한때는 전성기를 누렸으나 해운대, 광안리가 각광을 받으며 쓸쓸한 해수욕장이 되어버렸다. 부산에는 세 곳에 스카이워커가 설치되어 있다. 오륙도, 청사포, 송도. 스카이워커도 너무 흔해진 느낌이다. 그중에서 송도 해수욕장의 스카이워커인 구름 산책로는 최대 규모이다. 거북섬과 조각상들, 스카이워커, 해상 케이블카, 암남 공원의 송도 스카이파크 등 여러 가지 노력으로 다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거북섬의 조각상

송도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는 벽면에 '거북섬의 전설'을 그림으로 그려 놓았다. '거북섬'은 작은 바위섬으로 송도해수욕장 동쪽 앞바다에 있다. 섬 모양이 거북과 닮았다. 송도라는 명칭은 거북섬에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옛날 송도에 효성이 지극한 어부가 살았는데 고기잡이하러 바다로 나갔다가 큰 파도를 만난다. 그래서 용굴로 피하는데 그때 괴물과 싸우다가 상처를 입은 용왕의 딸을 만나게 된다. 어부는 약초를 구해 그 여인을 정성껏 치료해 준다. 감동한 여인은 어부와 결혼하지만, 용왕의 노여움을 산다. 어부의 정성을 알게 된 용왕은 딸에게 결혼을 허락하고 사람이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방법은 달의 기운을 받아 천 일을 기도하면서 햇빛을 보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용굴에서 정성스레 기도하지만 999일째 되는 날 갑자기 나타난 바다 괴물에 쫓겨 그만 햇빛을 보고 만다. 그래서 그녀는 반은 용이고 반은 사람인 인룡으로 변해버린다. 뒤늦게 나타난 어부는 괴물의 가슴에 칼을 꽂았으나 괴물과 함께 죽고 만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용왕은 어부를 거북바위로 만들어 영생하게 하고 이들의 사랑을 기리며 거북섬을 찾는 사람에게 재복과 장수를 준다."

가슴 아픈 이 전설은 안타깝지만 사실이 아니다. 최근 서구청에서 송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노리고 지어낸 이야기다. 거북섬 주변 축대벽에 타일 그림판을 붙이고 거북섬에는 어부와 용왕의 딸 조각상을 세웠다. 서구청은 거북섬의 스토리텔링을 밀고 있어서 관련 자료도 모아놓는 등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애쓰고 있다. 앞으로 몇십 년쯤 지나면 정말로 이 전설이 사실이 될는지 누가 알까. 

 

송도해수욕장의 중간쯤에는 가수 현인광장과 노래비가 서 있다. 부산 영도구 영선동 출신의 현인은 신라의 달밤, 비 내리는 고모령, 굳세어라 금순아 등으로 서민들의 정서를 대변하며 시대를 대표하는 가수가 되었다. 영도대교를 건너서 영도에 들어가면 그곳에도 현인의 노래비가 서 있다. 

2013년 송도해수욕장 개장 100주년 기념으로 공원을 조성했다. 송도해수욕장의 명물이던 다이빙대, 해상 케이블, 포장 유선, 구름다리를 모형으로 전시해 놓았다. 지금 설치된 해상 케이블이나 구름다리는 이와는 전혀 상관없이 새로 설치되었다.  앞에 있는 동그란 철판 아래에 타임캡슐이 있나 보다.  

해수욕장이 끝나고 송도해안산책로 임시 폐쇄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원래는 해안가로 걸어가야 하지만 우회로로 가야 한다. 2020년 집중호우 및 태풍 피해로 인해 파손된 송도해안산책로의 북구 공사 추진 중 토지 소유자의 송도해안산책로 철거 및 원상복구 요구가 접수되어 현재 토지 소유자와 토지사용 등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란다. 어처구니가 없다. 개인 사유지인 줄도 모르고 산책로를 설치했단 말일까? 아무튼 이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서 차가 다니는 도로를 한참 걸어야 한다.

걷다 보니 조그만 공원과 정자가 있다.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 기념석이다. 마오리족이나 '비바람이 치는 바다 잔잔해져 오면...' 으로 시작하는 노래 '연가'가 뉴질랜드의 노래라고만 기억하던 머나만 뉴질랜드의 흔적을 길에서 마주한다. 

 

뉴질랜드는 한국전쟁에서 한국을 도와 참전한 16개국 중 하나다. 6·25 전쟁 당시 뉴질랜드 군인 6,000명이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하여 45명이 전사했는데, 이중 34명의 유해가 현재 유엔 기념 공원에 안장되어 있다.  뉴질랜드군이 한국에 상륙한 지점이 바로 이 송도이다. 이를 기념하여 송도해수욕장과 암남공원의 중간에 송도 앞바다가 가장 잘 내려다 보이는 곳에 참전 기념석을 세웠다. 거북이 모양의 기념석은 뉴질랜드의 최대 도시 오클랜드 재향군인회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뉴질랜드에서 보냈다


송도의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 기념석과는 별개로 기념비가 유엔 기념 공원에 있다.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 기념비도 뉴질랜드에서 제작해 부산으로 가져왔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빨래 소리 물레 소리에 눈물 흘렸네.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 기념석 옆에 '기다리는 마음' 노래비가 서 있다. 노래비나 시비를 지나치지 못하는 나는 궁금하기 그지없다. 왜 이 노래비가 여기 있을까? 


'기다리는 마음'은 부산 출신의 김민부가 작사했다. 제주 방언으로 쓰인 시가(詩歌)가 바탕이 됐다. 제주도에 사랑하는 여자를 남겨두고 목포에 온 남자가 월출봉에 올라 여자를 그리워하고, 여자는 성산 일출봉에 올라가서 남자를 그리워하다가 망부석이 됐다는 내용이었다. 이 노래에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이야. 


김민부는 방송국에 작가 겸 PD로 근무했는데 라디오 최장수 프로그램인 '자갈치 아지매'를 처음 기획했다. '안녕하십니꺼. 자갈치 아지매입니더'로 시작하던 방송을 예전에 많이 들었는데 지금도 하는지 궁금하다.  김민부는 1972년에 서울 자택에서 화재로 31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안타깝다.

암남공원의 송도용궁구름다리. 유료다. 

암남공원에는 길냥이가 많다. 산에 사니 산냥이라고 해야 하나?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영양상태가 양호해 보인다. 

고양이 또 발견. 이 녀석은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다. 간식으로 삶은 달걀을 가져왔는데 이 녀석들 먹으라고 돌 위에 두고 왔다. 잘 찾아서 먹어라.  하산길에도 고양이 한 마리를 또 발견했는데 남은 달걀 하나를 더 주고 왔다. 

포구나무 쉼터가 나온다. 여러 갈래로 넓게 펼쳐져 커다란 나무 그늘을 제공하고 잇는 암남공원 포구나무가 자리한 곳이다. 이곳은 물이 나오는데 옛날에는 나무꾼이나 나물 캐는 처녀는 물론 해안가 초병들이 유일하게 식수를 구할 수 있던 장소였다. 또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여인들이 고개 너머 이곳 포구나무 아래까지 찾아와서 먼바다로 떠난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며 천을 나무에 두르고 정화수를 떠서 기원하던 곳이기도 하다. 

송도는 송도반도라고도 하는데 해안가는 부산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지질공원은 유네스코에서 공식적으로 지정하는 자연환경 환경보전제도라고. 원래는 데크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서 노출된 퇴적층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겠지만 위에서 말한 소송으로 접근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멀리서만 볼 수 있다.  

암남공원을 지나는 갈맷길은 걷기에 편하다.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은 있지만 길이 잘 닦여져 있다. 두도 전망대로 가는 길.

두도는 대가리 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자는 머리 두.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 상태로 남은 섬이다. 지질학적으로 흥미로운 점이 많은 섬이지만 새들의 섬이다. 재갈매기, 괭이갈매기, 민물가마우지, 해오라기가 해마다 찾아와 짝을 짓고, 알을 품던 섬이다. 두도가 언제까지나 새들의 안식처로 남았으면 하던 바람이다. 

두도 전망대의 모퉁이에 갈맷길 4-1 중간인증대가 있다.

두도 전망대를 지나서 내려오는 길은 특별한 점이 없다. 산길을 따라서 조금 내려오다가 도로를 걷는다. 바다 쪽으로 자리 잡은 냉동창고 등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광경이랄까. 산길이 끝나는 곳은 갑자기 주택 사이의 좁은 골목길로 지난다. 이곳을 지나는데 중간에 갑자기 개가 짖을 수도 있으니 조심.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깜짝 놀랄 수도 있다. 대형견인 듯한데 다행히 집 안에서만 짖는다. 2층에서 짖는 것 같기도 하고.  

갈맷길 4-1코스와 4-2코스 도보인증대는 감천항 입구 횡단보도 옆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