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 계시는 추모공원에 다녀왔다. 앞에 앉았다가 주위를 둘러본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편히 쉬세요. 지워질까 봐 아예 돌에 새겨놓은 감사와 사랑, 절절한 그리움.형제도 친척도 없이 자라 자손 번창이 소원이셨던 두 분 묘석에는, 바람대로 '손을 불린' — 이건 우리 어머니 말씀인데, 삼대독자 집안에 시집와 아들딸 여섯을 낳고 손자 증손자까지 봤다고 늘 위세가 등등하셨다 — 증거로 증손자 이름까지 한 면 가득 적어놓았다.막걸리 한잔.어릴 적 고향에서는 가끔 아버지 술 심부름을 갔다. 양은 주전자를 들고 술도가에 가서 막걸리를 받아왔다. 어두운 밤길, 누나들과 함께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한 모금씩 맛을 보곤 했다. 아버지에게는 오다가 쏟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별말씀 없으셨던 걸 보면, 다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