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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그리며 막걸리 한잔. 우아한 유령. 아디오스 노니노

아버지 어머니 계시는 추모공원에 다녀왔다. 앞에 앉았다가 주위를 둘러본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편히 쉬세요. 지워질까 봐 아예 돌에 새겨놓은 감사와 사랑, 절절한 그리움.형제도 친척도 없이 자라 자손 번창이 소원이셨던 두 분 묘석에는, 바람대로 '손을 불린' — 이건 우리 어머니 말씀인데, 삼대독자 집안에 시집와 아들딸 여섯을 낳고 손자 증손자까지 봤다고 늘 위세가 등등하셨다 — 증거로 증손자 이름까지 한 면 가득 적어놓았다.막걸리 한잔.어릴 적 고향에서는 가끔 아버지 술 심부름을 갔다. 양은 주전자를 들고 술도가에 가서 막걸리를 받아왔다. 어두운 밤길, 누나들과 함께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한 모금씩 맛을 보곤 했다. 아버지에게는 오다가 쏟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별말씀 없으셨던 걸 보면, 다 알고..

2026.08.28

Donde voy. 어디로 가나요. 국경의 슬픔

도널드 트럼프의 국경 장벽은 2016년 "장벽을 세우고 그 비용은 멕시코가 낸다"는 구호에서 시작했다. 실제로는 멕시코가 한 푼도 내지 않았고, 예산을 둘러싼 의회와의 대치는 2018년 말 35일간의 역사상 최장 셧다운으로 이어졌다. 1기 임기 동안 지어진 458마일 중 순수 신규 구간은 50마일 남짓, 나머지는 낡은 철조망을 교체한 것에 가까웠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단시켰다가 이주민이 급증하자 슬그머니 재개했다.2025년 재집권한 트럼프는 태평양에서 멕시코만까지 2천 킬로미터 규모의 '스마트 장벽'을 470억 달러 예산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열감지 센서와 이중 장벽을 갖춰도 사람들은 사다리를 놓고 터널을 판다. 야생동물 이동로가 끊기고, 사유지 소송이 이어지고, 인권단체는 망명 신청자의 권리 침해를 지..

2026.08.27

맨발의 디바가 부르는 Sodade.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대상에 대한 아득한 그리움

지도에서 아프리카 서쪽 바다를 짚어보면 점 몇 개가 흩어져 있다. 세네갈 다카르에서 서쪽으로 오륙백 킬로미터. 카보베르데다. 화산이 만든 섬 열 개, 사람 사는 곳은 아홉 개. 1456년까지는 아무도 없었다.포르투갈 사람들이 와서 히베이라 그란데를 세웠다. 유럽인이 열대에 지은 첫 영구 정착지. 대단한 업적처럼 들리지만, 곧 진짜 쓸모가 드러난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사이, 딱 중간. 노예무역선들이 쉬어가기 좋은 자리였다. 이 위치 덕에 20세기 초엔 증기선의 중간 기착지로 잠깐 호황도 누렸다.거기서 크레올이 태어났다. 끌려온 사람들과 정착민들, 그리고 그들의 말이 함께 섞였다. 지금 쓰는 크리올루어는 어휘의 팔구 할이 15, 16세기 포르투갈어에서 왔는데 문법은 월로프어, 만딩카어 같은 서아프리카 언어..

2026.08.26

위화 장예모의 '인생'과 다섯 개의 인생 이야기

인생을 완성품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인생은 어디에도 없다.위화(余華)의 소설 《인생》, 그리고 이를 영화화한 장예모 감독의 《인생(To Live, 1994)》은 한 인간이 감당하기엔 너무 가혹한 역사의 풍랑 속에서 '살아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소설과 영화, 잃어버림으로써 살아낸 삶주인공 푸구이는 부유한 지주 집안의 도련님이었다. 도박으로 재산을 다 날리고 하루아침에 소작농이 된다. 이후 그의 삶에 중국 현대사의 거친 파도가 덮친다. 국공내전, 공산혁명,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파란만장한 비극이 이어진다.소설과 영화는 결말에서 갈라진다. 소설 (원제 活着, 1993)에서 푸구이는 다 잃는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 유칭,..

2026.08.16

홍제동의 빨간 머리: 찬란한 기억과 잔인한 망각

서머셋 모옴의 단편 소설 "빨간머리"를 패러디했습니다. with Gemini & Claude인간의 기억이란 얼마나 부질없는가. 평생 한 사람의 영혼을 지옥으로 밀어 넣었던 그 거대한 첫사랑의 신화가, 시간이라는 거대한 맷돌 앞에서는 고작 한 줌의 먼지조차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홍제동의 퀴퀴한 지하실에서 목격했다.1986년, 그 눈부시던 젊음. 그 시절 두 사람의 사랑은 잔인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동기였던 내가 감히 끼어들 틈조차 없었던, 대학교 교정을 통째로 집어삼키던 거대한 태양 같았다.1986년의 민우는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한 청년이었다. 햇빛을 받으면 은은하게 붉은빛이 돌던 유난히 숱 많고 부드러운 머리카락, 통기타를 치며 나직하게 노래를 부를 때의 고독한 눈빛. 그런 민우의 시선이 머무는..

2026.07.30

Africa is Back - Abel selaocoe의 음악 세계.

아프리카 문화에서 음악은 박물관에 박제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치유이자, 소통이며, 조상들과 연결되는 통로입니다. 저는 첼로라는 악기로 그 통로를 열 뿐입니다. 음악은 박물관에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호흡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오랜 세월 동안 서구 중심의 클래식 음악계는 악보라는 엄격한 틀 안에서 완벽한 재현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 견고한 클래식의 벽을 깨고, 음악의 가장 원초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흐름이 있다. 그 중심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첼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 작곡가인 아벨 셀라오코에(Abel Selaocoe)가 서 있다. 그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곧 아프리카 대륙의 방대하고 풍부한 음악적 유산을 이해하는 ..

2026.07.28

구운몽 2026

제1장: 남해의 흔들리는 마음with gemini“성진 씨는 참 속이 깊어. 요즘 세상에 이런 남자가 어딨어.”부산 송정의 한 한적한 실내포차, 눅눅한 바닷바람을 뚫고 풍겨오는 기름진 전 냄새 사이로 반찬가게 주인 정경패가 붉어진 얼굴로 속삭였다.올해로 쉰다섯이 된 오성진은 개인 사업이랍시고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처지였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폼 나게 살고 싶다는 대장부의 헛바람이 가득했다. 자식들은 다 커서 제 살길 찾아 떠났고, 아내와는 서류만 유지한 채 각방을 쓴 지 오래였다. 외로움과 공허함이 침전물처럼 쌓여가던 쉰다섯의 여름, 성진은 우연한 계기로 만난 동네 여인들의 팍팍한 삶에 참견하기 시작하며 기묘한 꿈같은 나날 속으로 빠져들었다.제2장: 여덟 갈래의 살 내음과 애환성진이 베푼 ..

2026.07.08

56살 아저씨가 금주하면 나타나는 변화

술을 끊기로 결심하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최고의 선택 중 하나입니다. 알코올이 몸에서 빠져나가면서 우리 몸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스스로를 복구하기 시작합니다.시간 경과에 따라 나타나는 단계별 긍정적 변화를 정리합니다.1단계: 금주 후 24시간 ~ 1주일 (해독과 휴식)수면의 질 개선: 술은 빨리 잠들게 할지언정 깊은 잠(REM 수면)을 방해합니다. 술을 끊으면 자고 일어났을 때 개운함이 완전히 달라지며, 낮 시간의 피로도가 급격히 줄어듭니다.혈당 안정화: 알코올로 인한 혈당 롤러코스터가 멈추면서 가짜 허기가 줄어들고 에너지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수분 보충: 알코올의 이뇨 작용이 멈추면서 피부가 촉촉해지고, 만성적인 두통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2단계: 금주 후 2주 ~ 1개월 (외적인 변화)..

2026.07.06

56살 아저씨가 금주하는 법

금주를 결심하는 것은 단순히 술을 끊는 것을 넘어, 인생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는 매우 용기 있는 결정입니다. 1. 심리학적 접근: '왜' 마시는지 이해하기심리학적으로 음주는 특정 트리거 (Trigger)에 대한 반응입니다. 이를 파악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트리거 분석 (HALT 법칙): 배고플 때(Hungry), 화날 때(Angry), 외로울 때(Lonely), 피곤할 때(Tired) 술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이 네 가지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규칙적인 식사와 휴식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갈망의 50%를 줄일 수 있습니다.정체성 수정: "술을 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저는 술을 안 마시는 사람입니다"**라고 선언하세요. 심리학에서는 이를 '정체성 기반 습관'이라고 하며, 스스로를 정의하..

2026.07.06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세상의 혼돈에 대처하는 법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이들의 '인생책'으로 꼽히는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제목만 보면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횟집 수족관에 헤엄치는 저 광어와 우럭은 다 환상이라는 건가.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생물학책의 탈을 쓴 지독한 인간 다큐멘터리다. 상실로 멘털이 터진 한 인간의 처절한 정신적 구원 투쟁기이기도 하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억까 앞에서 우주의 먼지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물고기 분류하기한 사람이 있다. 19세기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 이 사람의 청년기는 그야말로 불행 종합선물세트였다. 가장 사랑하던 형이 전쟁으로 죽고, 정신적 지주였던 스승도 떠나고, 설상가상으로 첫 아내와 어린 딸까지 병으로 연이어 세상을 떠난다. 신이 있다면 이토록 ..

2026.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