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길 위에 서다

해파랑길로 걷다 45코스 설악해맞이공원 ~ 장사항

by 낙타 2022. 5. 24.

2022/3/12
해파랑길 45코스
설악해맞이공원 ~ 장사항
총 거리 17.6km
운동거리 약 9.6km (영랑호 일주 8km 생략)
소요시간 3:46

해파랑길 44,45 인증대

해파랑길 44, 45km 인증대는 설악해맞이공원 공영주차장 입구에 있다. 설악해맞이공원은 속초의 해맞이 명소로 테마 산책로와 조각공원, 야외 공원장, 잼버리 기념탑 등 볼거리가 많다.

인어연인상

설악해맞이공원 뒤편으로 가면 갯바위 위에 인어 연인 한쌍의 조각상이 있다. 인어 연인상에는 사연이 있다. 서로 결혼을 약속한 젊은 연인 한쌍이 있었다. 남자가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했다. 홀로 남은 여인은 이 갯바위에서 앉아 그를 그리워하다 숨졌다. 바다에 사랑을 잃은 사람들이 한둘이었을까?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연인들이 이곳을 찾아 사랑을 약속한다.

외옹치해변

롯데리조트 앞으로 돌아가는 바닷가 길은 데크로 되어 있다. 이곳의 지명은 '외옹치'다. 조선시대에는 '옹진'이었다. 대포에서 속초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밭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고 '밭뚝재'였는데 발음이 변해서 '독재'라고 부르게 되었다. '바깥 독재'라는 뜻의 한자표기 '외옹치'가 지명이 되었다. 길 옆으로는 초소도 있고 철조망도 보이는 흔한 동해 풍경이다.

청호동 아바이 벽화 골목

아바이 마을이다. 아바이마을은 속초시 청호동이다. 아바이란 함경도 사투리로 보통 나이 많은 남성을 뜻한다. 아저씨와 비슷한 말일까? 1950년 한국전쟁으로 피난 내려온 함경도 실향민들이 많이 살아서 아바이 마을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국전쟁 중 실향민들은 곧 고향에 돌아가리라는 희망을 품고 이곳 모래사장에 임시로 마을을 만들어서 살았다. 이제 벌써 7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으니 그 꿈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도 거의 남지 않았으리라. 아바이 벽화 골목에는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의 그리움과 추억, 사람의 모습이 그림과 시 등으로 표현되어 있다. 보따리, 철조망, 북청사자놀이, 돈돌라리 등을 묘사한 그림들은 따스하고 웃기고 그립기도 하다.

청호 방파제 앞에서

청호 방파제 앞에는 조난당한 배에서 선원들을 모두 피신시키고 끝까지 구조요청을 하다가 숨진 하나호 선장 유정충 씨의 동상이 서 있다. 마침 어선들이 선단을 이루어 청호에서 바깥 바다로 달려가고 있다. 맹렬한 기세로 속도를 높여 바깥 바다로 나가는 선단의 모습은 멋진 구경거리다.

가을동화 촬영지

속초 아바이마을은 송승헌, 송혜교 주연의 인기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다. 1박 2일에도 나왔다고 한다. 나는 둘 다 보지 못해서 무슨 장면인지 모르겠다. 요즘도 가을동화를 기억하고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BTS 촬영지는 외국인들도 찾아오더구먼. 바로 옆에 갯배 선착장이 있다.

청호동 갯배 선착장

청호동의 갯배 선착장에 도착했다. 실향민들이 살던 아바이 마을과 중앙시장이 있는 시내를 연결해주던 갯배다. 40, 50미터 정도 될까 싶은 가까운 거리지만, 배가 없으면 가기가 곤란했을 것이다. 노나 삿대를 사용하지 않고 물을 가로질러 매 놓은 줄을 끌어당기면서 배를 움직인다. 지금은 갯배 아니라도 길이 있지만 많이 둘러가야 한다. 소인 300원 대인 500원 자전거나 손수레도 500원씩이다. 밤 11시부터는 운행하지 않는다.

동해에는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이 멋진 곳이 많다. 그중에서도 속초 동명항의 영금정 해돋이 정자는 손꼽히는 일출 명소다. 영금정은 정자가 아니고 바닷가의 암반에 붙은 이름이었다.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마치 거문고를 타는 소리와 같다는 뜻이다. 일제강점기에 속초항 개발을 위해 석재로 사용하기 위해 암반을 폭파해서 지금은 그 신비로운 파도 소리는 들을 수 없다. 트래킹을 다니다 보니 일제 강점기에 참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고 없어졌다. 정자가 2개가 있는데 어느 쪽이 영금정인지 헷갈린다. 둘 다 영금정은 아니고 영금정의 이름을 빌린 짝퉁이라고 해야겠다. 지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영금정 바위 위에 세워진 해상 정자는 50m 정도의 다리를 건너 들어갈 수 있다.

동명항은 양미리와 도루묵으로 유명하다. 11월 초에는 동명항에서 양미리 축제가 벌어진다. 양미리 축제가 끝나면 청호동 일대에서 도루묵 축제가 열린다. 11월에 꼭 다시 오고 싶다.

속초 등대에서

'속초 8경’ 중 제1경으로 손꼽히는 속초등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해바다도 빼놓을 수 없다. 일출 광경도 장관 이리라. 계단을 한참 올라야 하지만 전망대에 도착하면 아픈 다리는 다 잊히고 탁 트인 풍경이 360도로 펼쳐진다. 1957년부터 빛을 비추기 시작한 속초등대는 35km 떨어진 바다까지 불을 비추며 뱃길을 안내한다. 속초등대 전망대에서는 동해와 설악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날이 좋으면 금강산 자락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영랑호는 시간 때문에 둘러보지 못했다. 영랑호는 모래톱이 커지며 민물 호수가 된 석호다. 강원도 해안에는 이런 석호가 몇개 있고 속초에도 영랑호와 청초호가 있다. 신라 화랑의 이름이 붙은 영랑호는 경치가 아름다워서 유명하다. 신라 때 화랑들이 찾아와 수련하며 경치에 반해 오랫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속초8경의 하나인 범바위도 있다. 울산바위와 범바위를 보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해파랑길 45, 46 인증대

영랑호를 지나면 한국어촌어항협회가 가볼만한 어촌체험마을로 선정한 장사항이 있다. 조그마한 어항이다. 장사항은 오징어 마을로 유명하다. 여름에는 ‘오징어 맨손잡기 축제’를 벌인다. 11월 초에는 전통의 '풍어제'가 볼거리다. 장사항의 이해자(65)씨는 45년 전 제주도에서 부모를 따라 속초로 와 정착한, 대를 이어 물질을 해온 해녀다. 요즘도 앞바다 형제바위로 물질을 나간다고.

해파랑길 45, 46 인증대는 장사항 방파제 입구에 있다. 이제 해파랑길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사정이 있어서 남은 코스는 당분간 미루어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