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10

항해 - 보들레르의 여행론이자 인생론

여행1장 : 여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막심 뒤 캉에게 바칩니다.지도와 판화를 사랑하는 아이에게우주는 그의 광막한 식욕과 맞먹는다.아! 세계는 등불 아래서 얼마나 큰가!추억의 눈에 비치는 세계는 얼마나 작은가!어느 아침 우리는 떠난다.뇌수는 불꽃으로 가득하고,원한과 쓰라린 욕망으로 부푼 가슴을 안고,그리고 우리는 간다.물결의 선율을 따라,끝이 있는 바다 위에 우리의 끝없는 마음을 흔들어 달래며더러는 수치스러운 주국을 벗어나는 것이 즐겁고,더러는 제 요람의 공포를, 또 몇몇 사람들은,한 여자의 눈에 빠진 점성가들은, 위험한 향기 낭자한폭압의 키르케를 피해 달아나는 것이 즐겁다.짐승으로 둔갑하진 않으려고, 허공과 빗살에, 불타오르는 하늘에 그들은 심취하니,살을 물어뜯는 얼음, 피부에 구리를 씌우는 태양이입맞춤의 ..

2024.12.24

여행하는 인간 -그의 길 위에 서 있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기분, 그것은 이역의 낯선 마을에서 아침에 홀로 깨어날 때다." - 20세기 초, 영국의 탐험가 프레야 스타크동양과 서양은 많은 부분에서 다르지만 세계관의 설정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서양에서는 이 세상을 연극 무대로 비유한다. 셰익스피어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은 연극 무대, 세상 모든 남녀는 단지 배우일 뿐. 무대에 등장하고 그리고 퇴장하지요." [당신 뜻대로] 2막 7장에서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 가련한 배우다." - [맥베스] 제5막 제5장에서세상이 무대이며 인생은 잠깐 등장하는 배우라는 생각은 셰익스피어의 창작은 아니다. 원전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기원전 460년 경에 태어나서 380년 경에 사망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이렇게..

2024.12.24

솔론의 인생론, feat 크로이소스와 키루스

"인간은 살아 있는 한 그 누구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나오는 크로이소스와 솔론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좀 길지만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고 싶어서 대부분 그대로 옮겼다.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는 35세로 왕위에 올랐다. 크로이소스는 주변의 민족들을 정복하고 번영의 정점에 이르렀다. 그러자 그리스의 현자들이 모두 번갈아 찾아왔다. 유명한 아테네 사람 솔론도 그중의 한 명이었다. 왕궁에서 크로이소스에게 환대를 받고 3일인가 4일째에, 크로이소스의 명령을 받은 시종이 그를 보물 창고로 안내하여 호화로운 재보를 모두 그에게 보였다. 솔론이 이 모든 것을 구경하였을 것이라고 여겨질 때쯤, 왕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아테네의 손님이여, ... 그대에게 꼭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대는..

2024.12.24

캐논을 듣다가 이런저런 생각

기타를 배우면 으레 로맨스를 연주하겠다고 덤비듯이 피아노를 치면 캐논 정도는... 생각하지요. 아닌가?세상에 가야금에서 락까지 수만의 캐논 연주가 있지만 조지 윈스턴이 최고인 이유는 듣는 사람을 위로하는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죠. 연주를 듣다 보면 조지 윈스턴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습니다. 유튜브의 댓글에도 성품에 대한 칭찬이 있는 걸 보니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가 봅니다. 봄날의 햇살?ㅎㅎㅎ (feat.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조지 윈스턴의 캐논과 함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스 위르겐 후파이젠의 캐논 연주입니다. 독일의 리코더 연주자입니다. 이거 찾느라고 유튜브를 샅샅이 뒤졌습니다. 이름이 독일어인 데다 곡명을 CANON이 아니라 KANON으로 적어서 찾기가 힘듭니다. 이 연주는 그저 평화롭습니다..

2024.11.26

세이노의 가르침 - 성공해야 하는 이유

내 기억에 세이노는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비판하면서 등장했다. 자신이 서문에서 말하듯이 부자인척 블러핑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기요사키의 저서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는 1997년 출간되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이 책은 자신의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에게는 '가난한 아빠'라고 표현하는 진짜 아버지와 '부자 아빠'로 표현되는 친구 아버지, 이렇게 두 명의 아버지가 있었다. '부자 아빠'를 통해 '부자가 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자신이 부자가 된 방법과 투자법을 설명한다. 세이노는 기요사키의 투자방법이 엉터리라고 비판했다. 정말로 자신이 사업적으로 성공해서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책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해 과장하거나 꾸몄다고 주장했다. ..

2024.10.15

인생 책의 셀프 이미지

한 30년 쯤 전인가. 어느 절에서 조그마한 불상을 많이 보았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조그만 불상들이었다. 누가 설명하기를 그 수많은 불상 중에 자기하고 눈이 마주치는 불상이 자신의 모습이란다. 어린 마음에 신기했다. 정말 그런가? 왜 그럴까? 궁금했다. 심리학에서는 셀프 이미지(self-image)라고 있다. '자아상(自我像)'이라고 하는데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뜻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정의를 내려도 타인이 보는 나의 모습은 다를수 있다. 자아상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일과 사랑, 인간관계 등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 셀프 이미지는 그 사람의 앞으로 사회적 지위와 연봉, 내가 주변에 어떤 존재로 각인되는지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셀프 이미지는 이렇게 자신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

2023.08.01

길에서 만나다. 노래 - 돌아와요 부산항에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 마다 목메어 불러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가고파 목이 메어 부르던 이거리는 그리워서 헤매이던 긴긴날의 꿈이었지 언제나 말이 없는 저 물결들도 부딪쳐 슬퍼하며 가는 길을 막았었지 돌아왔다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동백섬은 언제나 '꽃 피는 동백섬'이다. 심지어 섬이 아니게 된지 한참이지만 이름은 언제까지나 동백섬이다. 동백섬에 오면 '돌아와요 부산항에' 노래가 나오게 마련이다. 아니라면 부산사람은 확실히 아닐 것이다. 예전에는 야구장에서 응원가로 많이 불렀는데 요즘도 부르는지 모르겠다. 이 노래에도 기구한 사연이 있다. 통영의 서피랑 뚝지먼당에서 찍은 사진이다 원래 이 노래의 ..

2023.07.05

길에서 만나다. 노래 - 유라리광장의 보리밭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윤용하 작곡, 박화목 작사의 ‘보리밭’은 6.25 전쟁 부산 피난시절에 만들어졌다. 작곡가 윤용하가 시인 겸 아동문학가인 박화목에게 국민들 마음을 달래줄 서정가곡 한 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보리밭’의 작곡가 윤용하는 평소 헛것이 자주 들렸다. 어느 날 봄보리밭을 걸어가는데 뒤에서 분명히 무슨 소리가 들려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었다. 보리밭에서 들린 것이 무엇이었을까 파고들어 음악으로 살려낸 것이다. 윤용하 선생님은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의연 금품을 받는 신문사로 찾아가 입고 있던 겉저고리를 벗어놓고 나올 정도로 마음이 따뜻했..

2023.07.05

길에서 만나다. 노래 - 최백호의 청사포

해운대 지나서 꽃피는 동백섬 해운대를 지나서 달맞이 고개에서 바다로 무너지는 청사포 언제부터인가 푸른 모래는 없고 발아래 포구에는 파도만 부딪히어 퍼렇게 퍼렇게 멍이 드는데 해운대 지나서 바다와 구름언덕 해운대를 지나서 달맞이 고개에서 청사포를 내려보면 여인아 귓가에 간지럽던 너의 속사임 아직도 물결 위에 찰랑이는데 찰랑거리는데 해운대 지나서, 꽃 피는 동백섬을 지나서, 송정해변으로 가는 길에 조그마한 포구가 셋 연이어 있다. 해운대 쪽에서부터 차례로 미포, 청사포, 구덕포이다.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해운대와는 달리 아직 조용한 어항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기장 장안 출신의 최백호가 곡 "청사포"를 만들어 불렀다. 최백호 특유의 낭만적인 노래다. 제목이 청사포지만 청사포에는 기념물이 없으니 아..

202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