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로 걷다 44코스 수산항 ~ 설악해맞이공원

낙타 2022. 5. 14. 00:43

별과 고기

 

황금찬

 

밤에 눈을 뜬다
그리고 호수 위에
내려앉는다.

물고기들이
입을 열고
별을 주워먹는다.

너는 신기한 구슬
고기 배를 뚫고 나와
그 자리에 떠 있다.

별을 먹은 고기들은
영광에 취하여
구름을 보고 있다.

별이 뜨는 밤이면
밤마다 같은 자리에
내려앉는다.

밤마다 고기는 별을 주워먹지만
별은 고기 뱃속에 있지 않고
먼 하늘에 떠 있다.

 

 

해파랑길 44코스

2022.2.26

수산항 ~ 낙산대교

소요시간 1:15 (선사유적박물관 관람시간 포함)

2022.3.12

낙산대교 ~ 설악해맞이공원

소요시간 3:40

총 거리 12.6km

 

해파랑길 43, 44 인증대

수산항을 지나 문화마을 입구 해파랑길 43, 44 인증대다. 선사유적로를 따라 걷기 시작하면 곧 선사유적지와 박물관이 보인다. 오산리 선사유적지와 박물관은 해파랑길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다시 오기 힘든 길이라서 가능하면 주변을 둘러보며 걸으려고 한다. 

양양 오산리 유적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석기시대 마을 집터 유적이다. 움집터를 복원해놓았고 출토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신석기 유적지와 박물관도 볼거리가 되지만 박물관 뒤에 자리한 쌍호 습지보호지역의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계절 때문에 습지의 풀도 말라있고 잎사귀 없는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다. 과거 지각변동과 모래톱 등에 의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습지가 나란히 두 개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생물상이 매우 독특하다고 한다.

 

선사유적지를 지나서 낙산대교로 가는 도중 길에서 찍은 사진이다. 방풍림으로 조성한 송림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바다가 예쁘다. 사실은 철조망으로 막아놓았는데 철망 사이로 사진을 찍었다. 낙산대교 앞에서 이날의 여정은 끝이다.

3.12일 새벽, 다시 낙산대교 앞에서 출발한다. 3월이라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니 12월부터 2월까지 한겨울에 강원도에 트래킹을 하다니 정말 바보짓이다. 제일 추울 때에 하필 제일 추운 곳을 찾았으니. 원래 계획은 겨울 중에는 추운 강원도 바닷가는 잠시 쉬고 따뜻한 남쪽 바다로, 남파랑길을 걸을 생각이었는데 막상 걷다 보니 잊어버렸다. 3월 중순쯤이라서 새벽 6시도 되지 않았지만 길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날이 밝다.

 

낙산대교가 지나가는 양양 남대천은 영동 지역의 하천 가운데 가장 맑고 길고 연어가 회귀하는 강으로 유명하다. 베링해에서 성장하고 한국으로 회귀하는 연어의 70% 이상이 이곳 양양 남대천으로 돌아온다. 11월쯤이라면 연어가 몰려오는 장관을 볼 수 있을 테지만 지금은 잔잔하기만 하다. 모래톱으로 하구가 많이 막혀 있는데 억새밭도 또한 절경이라고 한다. 

낙산해수욕장

낙산해변의 새벽 모습이다.

남자와 개 조각상

낙산해수욕장은 잘 가꾸어 놓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계절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보도와 벤치가 적절히 있다. 재미있는 시설물이나 조각상도 군데군데 있다. 이 남자와 개 조각상은 무슨 사연이 있어서 여기에 자리 잡았을까? 속초 출신인 황금찬 시인의 '별과 고기' 시비도 놓여있다. 

낙산사 입구에 고양이 한 마리가 수문장을 하고 있다. 

낙산사 의상대에서

낙산사에서 바라보는 아침 동해바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낙산사는 유난히 화재를 많이 겪었다. 신라시대의 의상대사가 창건했지만 몽고의 침입과 임진왜란, 병자호란에 화재를 겪어서 각각 다시 중건했으나 정조 때 또 불이 나서 중건했다. 한국전쟁 때 화재로 소실되어 다시 지었다. 이제는 괜찮겠거니 했는데 2005년 4월의 양양지역을 덮친 대화재로 다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고 보물로 지정되었던 낙산사 동종도 종각이 불에 타며 녹아버렸다. 녹아내린 동종은 그 상태로 보관하고 동종을 새로 만들었다. 지금은 화재의 흔적은 거의 없고 새로 심은 매화나무에 꽃이 피었다. 산불재난안전 체험장이 절 경내에 설치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달까. 그때 소실된 종각터도 보존해 놓았다. 2022년 3월에도 동해안 지역에 큰 산불이 여럿 났는데 지금은 복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정암해변 근처

낙산사를 나와서 다시 바닷가로 접어들면 정암해변이 나온다. 거친 모래와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데 설악해맞이공원의 해변도 이렇게 되어있다. 

물치천 물치교에서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물치해변이 앞에 보인다. 물치천 위의 물치교를 지나는데 이상한 모습이 보인다. 물치천의 하구는 모래톱으로 대부분 막혀 있다. 그곳에 사람들이 물속에 혹은 모래톱 위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 지나가는 지역 주민에게 물어보니 고기를 잡는다고. 물치천의 민물과 바다의 짠물이 만나는 곳이라서 고기들이 많이 몰려든단다.  몰려드는 고기를 잡기 위해서 저렇게 물속에 들어가 있다고. 

설악해맞이공원은 이름 그대로 일출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공원 내에 소원로, 연인의 길, 사랑의 길 등을 만들어 놓았다. 30여 점의 조각상도 만나볼 수 있다. 바닷가에 설치된 인어상은 결혼을 약속한 총각이 풍랑에 조난을 당해 끝내 돌아오지 못하자 3년 동안 갯바위에 앉아 그리워하다 세상을 떠났다는 전설을 담고 있다. 데이트하는 연인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라는데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자기들도 그렇게 하겠다는 것일까?

설악항 공영주차장 해파랑길 인증대

설악항 공영주차장의 교통안내센터 옆에 해파랑길 44, 45 인증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