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내가 노래를 못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내가 노래를 안 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노래를 지독히 사랑하지만, 자신이 지독한 음치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는 소프라노가 있습니다. 바로 플로렌스입니다. 그녀는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공연을 이어가죠. 그녀의 곁에는 든든한 조력자이자 남편인 베이필드가 있습니다. 그는 아내의 순수한 열정이 상처받지 않도록, 공연마다 쏟아지는 악평과 돌발 사고를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방패'를 자처합니다. 이 가슴 뭉클하고도 코믹한 이야기는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플로렌스>의 줄거리입니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100% 실화입니다. 역사상 가장 용감했던 음치 소프라노, 사랑스러운 열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하이 소프라노'였던 여인,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Florence Foster Jenkins)의 실제 이야기죠.
그녀를 단순히 '노래 못하는 부인'으로 치부하기엔 그녀가 남긴 족적이 너무나 뚜렷합니다. 무려 세계적인 레코드사 RCA Victor에서 음반을 냈기 때문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부터 데이비드 보위까지, 당대 최고의 스타들만이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별들의 고향'에서 말이죠. 그곳에서 발매된 그녀의 앨범 제목은 꽤 의미심장합니다.
The Glory (????) of the Human Voice

제목에 포함된 네 개의 물음표가 이 앨범의 백미입니다. 제작진의 고뇌와 유머가 동시에 느껴지는 대목이죠. 실제 음반을 들어보면 그녀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피아노 반주자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플로렌스는 박자와 음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이라 쓰고 파괴라 읽습니다)'했기에, 반주자는 그녀의 창의적인 호흡에 맞춰 실시간으로 악보를 수정하며 연주해야 했습니다.
THE REAL FLORENCE FOSTER JENKINS ON FILM
Recently discovered actual film footage of FLORENCE FOSTER JENKINS filmed 1934-41 at her famous recitals . Even Meryl Streep has not seen this rare foot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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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최고 커리어는 1944년, 76세의 나이로 입성한 카네기 홀(Carnegie Hall) 공연이었습니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죠. 현장에서 관객들은 공연 내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고통스러워했지만, 플로렌스는 그것이 '감동의 눈물' 혹은 '환희의 환호'라고 믿었습니다.
그녀가 단순한 놀림감이 되지 않는 이유는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못다 이룬 꿈'을 건드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자라면서 깨닫습니다.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특별한 재능이 없는 평범한 사람, '흔남흔녀'라는 사실을요. 하지만 플로렌스는 그 냉혹한 현실을 비웃기라도 하듯, 재능의 유무와 상관없이 오직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무대에 섰습니다. 끝까지 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비록 음정은 불안하고 박자는 제멋대로였지만, 그녀가 느낀 행복만큼은 그 누구보다 정확한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아니었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당당했던 그녀의 불협화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Florence Foster Jenkins - Queen of the Night by Mozart.
joya del kitch best of kitch Florence Foster Jenkins - Queen of the Night by Mozart. a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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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메릴 스트립의 '교묘하게 못 부르는' 천재적인 연기입니다.
Meryl Streep as Florence Foster Jenkins - Queen of the Night aria (complete)
The purpose of uploading this video is to share Meryl Streep's incredible artistry in and as "Florence Foster Jenkins" with as many people as possible.It 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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