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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노트는 샀다. 폴 오스터의 신탁의 밤

「생각은 진짜일세.」 그가 말했다. 「말도 진짜고. 인간적인 모든 것이 진짜일세.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설령 우리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어떤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미리 그것을 알게 되지. 우리는 현재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내면에는 어느 순간에나 미래가 있네. 어쩌면 그게 글쓰기의 전부 인지도 몰라, 시드. 과거의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 말일세.」- 신탁의 밤 | 폴 오스터폴 오스터의 《신탁의 밤》을 읽다가 노트를 사러 나갔다.소설 속 주인공 시드니는 긴 병에서 겨우 회복한 뒤 산책을 하다가 포르투갈에서 만들어진 파란 노트를 산다. 그 노트에 글을 쓰기 시작한 날부터 주변에 기묘한 일들이 벌어진다. 소설이니까 그렇겠지, 싶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자리에..

2026.03.24

인생이 재미 없을 때는 추리소설 -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 & 제나로 시리즈

이름은 본질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어떤 이름은 정체에 대한 오해를 일으킨다.SF소설이라는 이름이 그렇다. Science Fiction이라고 하면 우주선, 외계인, 로봇, 인공지능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그것들이 SF소설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슐러 르 귄의 말처럼 SF의 본질은 "은유"다. 스타워즈는 광선검과 제다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선과 악,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다. 외계인은 '타자'에 대한 은유이고, 로봇은 '인간성'에 대한 질문이다.추리소설도 오해하기 쉬운 이름이다. 아서 코난 도일에서부터 히가시노 게이고까지, 추리소설에는 언제나 명석한 형사나 탐정이 범인의 트릭을 깨고 진범을 찾아낸다. 그러나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트릭이 아니다. 추리소설의 껍데기는 '누가 범인인가'..

2026.03.23

인생이 재미 없을 때는 첩보물 - 콘돌 시리즈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성공하기를 꿈꾼다. 글쓰기를 꿈꾸는 이들도 다르지 않다. 원조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데일 카네기의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살기 위해서 쓰고, 쓰기 위해서 사는 삶." 아마 작가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희망일 것이다. 바이런처럼 "눈을 떠보니 유명해졌더라"고 말할 수 있기를, 조앤 K. 롤링처럼 책 한 권으로 세상을 바꾸고 부를 거머쥐기를 바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글쓰기의 바다에 발가락 끝만 담근 나 역시 그런 꿈을 품고 있다. 말하고 나니 새삼 부끄럽다.그런데 스물세 살 청년이 처음 쓴 소설이 곧장 영화로 만들어지고, 그 주인공을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한다면?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1949년 미국 몬태나 주 ..

2026.03.20

국경과 언어를 넘어온 선물, 『애린 왕자』와 『압록강은 흐른다』

니가 내를 잘 길드리모 니는 내한테 이 시상에 하나뿐이 없는 장미가 되는기다 - 애린 왕자 중에서세상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문학 작품 중 하나인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최근 아주 특별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바로 경상도 사투리로 옷을 갈아입은『애린 왕자』입니다.이 책의 탄생 비화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전 세계의 희귀 언어와 방언으로 『어린 왕자』를 번역해온 독일의 출판사 '틴텐파스'에서 한국의 방언에 주목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포항 출신의 최현애 작가가 번역을 맡았습니다. "니가 내를 잘 길드리모 니는 내한테 이 시상에 하나뿐이 없는 장미가 되는기다"라는 구수한 울림을 만들어냈네요. 이 독특한 매력이 SNS를 통해 화제가 되며 독일에서 한국으로 '역수입'되는 진풍경을 연출했습니다. ..

2026.03.18

천명관의 고래​와 금정산성 서문에서 만난 개망초

길가에서 흔히 마주치는 망초와 개망초는 생김새가 비슷합니다. 하지만 개망초가 조금 더 크고 화사한 미모를 자랑합니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강한 생명력 때문에 농부들에게는 미움을 받기도 합니다. 구한말 이 꽃이 번지면서 나라가 망했다는 속설이 전해집니다. 그래서 망초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나라를 망친 것은 정작 사람인데 애꿎은 꽃에 허물을 씌운 셈입니다.생김새가 달걀프라이를 닮아 '계란꽃'이라는 정겨운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꽃말은 '다정다감한 그대의 마음'입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게 만들고 멀리 있는 사람은 다가오게 한다'는 뜻도 있습니다. 이름에 담긴 서글픈 사연과 달리 참 매력적인 꽃말이라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우리 시대의 탁월한 이야기꾼 천명관의 소설 [고래]에서도 개망초는 중요한 상..

2026.03.13

저는 심리학이 처음인데요 - 영혼의 울림에서 호르몬의 화학 작용까지

이 책은 심리학의 방대한 분야를 폭넓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모든 내용을 완벽히 파악하기보다, 내 삶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유익한 부분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심리학이란 무엇일까?우리가 흔히 말하는 심리학(Psychology)은 고대 그리스어의 두 단어가 만나 탄생했습니다. 원래 '숨결'을 뜻하던 프시케(Psyche)가 영혼과 마음이라는 의미로 확장되고, 학문을 뜻하는 로기아(Logia)가 붙어 '영혼에 대한 학문'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동양에서도 마음 심(心)에 이치 리(理)를 써서 '마음의 결이나 법칙을 배우는 학문'이라고 풀이합니다. 이는 단순히 마음을 들여다보는 수준을 넘어 그 속에 흐르는 일정한 원리를 찾아내려는 인간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현대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

2026.02.24

모든 것이 컨텐츠다 - 블로그와 유튜브 대박 필승 전략

사람은 1년에 할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고, 10년에 할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한다. - 닉 매기울리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예쁜 다이어리도 사고 야심 차게 목표도 정해봅니다. 하지만 사는 게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던가요? 웃음이 나오네요. 오늘 밤은 잠도 안 오고 해서, 스스로에게 주는 새해 동기 부여 삼아 글을 씁니다.요즘 화두인 '콘텐츠 IP'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이성민 작가의 책 에 따르면, 콘텐츠 IP는 단순한 개별 콘텐츠를 넘어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무형의 자산이라고 합니다. 콘텐츠가 개별 상품이라면, IP는 시간을 견디며 가치를 키워나갈 수 있는 자산이다. 단 하나의 콘텐츠로 정의하지 않고, 수많은 콘텐츠와 상품, 그리고 팬들의 활동을 통해 축적된 총체적인 경험의 거점이다. 또한 성공..

2026.02.02

기자의 글쓰기 - 재미있는 글 쓰는 법!

걱정 마, 넌 전에도 썼잖아. 지금 네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 하나만 써봐. Do not worry. You have always written before and you will write now. All you have to do is write one true sentence. Write the truest sentence that you know."— 어니스트 헤밍웨이[기자의 글쓰기] 저자 박종인은 기자 출신이다. 왜 기자들은 글을 잘 쓸까? '기자의 글쓰기'는 무엇이 다를까? 기자 출신 작가는 문장이 간결하고 정보 전달력이 탁월하다. 동시에 문장 속에 깊은 통찰을 담아낸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 김훈 작가가 대표 사례다. 그는 주어와 동사 위주로 극도로 절제된 단문을 구사하며 힘 있는 문체..

2026.01.02

지금껏 축구는 왜 오류투성이일까 - 데이터로 보는 축구

스포츠에서 진실은 사람들의 믿음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진실은 사람들에게 이점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 빌 제임스축구 좋아하시죠? 주말 밤마다 TV 앞에서 소리 지르잖아요."아니 저걸 못 넣어?! 내가 차도 넣겠다!" 혹은 "감독 잘라!! 전술이 저게 뭐냐!"근데 여러분, 우리가 술자리 안주 삼아 떠드는 '축구 상식'의 90%는 사실... 다 헛소리랍니다. (충격)빅데이터 시대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감으로 결정을 내렸지만 이제는 어마어마하게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행동합니다. "왜 저렇게 하는 거지?"라는 질문에 "늘 그렇게 해왔어."는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지금껏 축구는 왜 오류투성일까? (The Numbers Game)] 는 축구 덕후들의 낭만을 데이터라는 몽둥이로 무참히 박살 내는 책입니다. ..

2025.12.11

말의 품격 - 말로 모든 것이 드러난다

《말의 품격》을 쓴 이기주 작가는 기자에서 전업 작가가 되었으며, 따뜻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쓴다. 이기주 작가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 《언어의 온도》는 말과 글이 지닌 온도에 대해 탐구하는 책이다. 이 책은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짧은 에세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책 속에는 공감할 만한 글귀와 명언이 많다 《말의 품격》에서 작가는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격과 품성을 반영한다고 강조하며 네 가지 한자성어로 주제를 다룬다. 이청득심(以聽得心) -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좋은 대화를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과언무환(寡言無患) -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침묵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위심성(言爲心聲)..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