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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걷다36

가재가 노래하는 곳 - 자연과 인간에 대한 관찰 테이트는 토머스 무어의 시 한 편을 발견했다. .... 그녀는 암울한 늪의 호수로 갔네 그곳에서 밤새도록 반딧불이 등불을 벗 삼아 하얀 카누를 저었지 머지않아 나는 그녀의 반딧불이 등불을 볼 테고 그녀의 노 젓는 소리를 들을 테고 우리 삶은 길고 사랑으로 충만하리라 죽음의 발걸음이 가까이 다가오면 나는 그 처녀를 사이프러스 나무에 숨기리. -[가재가 노래하는 곳] 중에서 먼저 작가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동물행동학을 전공한 박사이다. 작가는 아프리카에서 7년 동안 야생동물을 관찰한 논픽션 세 편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한 생태학자로 여러 학술지에 글을 실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그의 첫 소설로 2018년, 일흔이 가까운 나이였다. .. 2021. 5. 24.
파이 이야기. 호랑이는 있었을까? 옛날 어느 나라에 막강한 권력을 가진 왕이 있었습니다. (...) 이 나라에는 원형 경기장이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똑같이 생긴 문 두 개가 있었는데 죄인은 그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하나의 문 뒤에는 호랑이가 있습니다. 만약 죄인이 그 문을 선택하면 굶주린 호랑이가 달려 나와 몸을 갈기갈기 찢긴 채 죽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문 뒤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습니다. 만약 그 문을 선택하면 죄인은 무죄로 인정되고 그 미녀를 무조건 아내로 삼아야 했습니다. (...) 왕에게는 딸이 한 명 있었습니다. 꿈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공주였습니다. 그런데 공주는 신분이 낮은 한 청년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왕은 크게 분노하였습니다. 왕은 청년을 심판하기로 하였습니다. (..... 2021. 5. 22.
통영에서 만나는 이중섭의 예술 이중섭5 김춘수 충무시 동호동 눈이 내린다. 옛날에 옛날에 하고 아내는 마냥 입술이 젖는다. 키 작은 아내의 넋은 키 작은 사철나무 어깨 위에 내린다. 밤에도 운다. 한려수도 남망산, 소리 내어 아침마다 아내는 가고 충무시 동호동 눈이 내린다. 이중섭은 6.25전쟁이 터지자 원산에서 부산으로 피난을 온다. 그러나 전쟁 중의 부산 생활은 너무나 힘들었다. 1951년 봄에 서귀포로 가는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지만 결국 영양실조로 결핵에 걸린 아내와 두 아이를 일본으로 보내게 된다. 그러던 중에 이중섭은 1952년 경남도립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 강사로 있던 공예가 유강렬의 도움으로 통영에 터를 잡게 된다. 유강렬은 이중섭에게 양성소와 붙어 있는 집에 조그만 방을 구해주며 그를 지원해 .. 2021. 5. 19.
한국의 고흐. 이중섭의 삶과 예술혼 내가 만난 이중섭 김춘수 광복동에서 만난 이중섭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남포동 어느 찻집에서 이중섭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뼘 한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근대 화가들은 누구일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화가는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이 아닐까 한다. 이 세 작가는 2000년 이후에 특히 유명해졌는데 주로 그들의 고독하고 드라마틱한 삶과 높은 그림값이 그 이유다. 박수근의 작품은 국내 미술 경매 최고가인 45억 2000만원이고 이중섭은 35억 6000만원으로 .. 2021. 5. 15.
박물관 보는 법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감상자의 안목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유산으로 남긴 미술품들이 화제다. 이건희 회장은 한국 고미술품부터, 유명 서양 현대미술품까지 최고급만 수집했다. 국내외 작가 미술품을 포함해 총 2만3000여점을 기증한다. 이 작품들은 호암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유하고 있는 작품과는 별도의 이건희 회장 개인 소장품들이이라고 하니 놀랍다. 삼성의 미술품 구입 방식은 비자금을 이용했다는 폭로가 있었고 삼성문화재단이 편법 상속의 도구로 사용되는 등 논란도 많다. 그러나 어쨋든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국보 14건이나 되고 이중섭(104점), 유강열(68점), 장욱진(60점), 이응로(56점), 박수근(33점), 변관식(25점), 권진규(24점) 등의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작품들이 공개되니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설레이겠다. 한국에.. 2021. 5. 14.
남편보다 쪼끔 더 법니다 - 일본의 현실 인식과 변화를 위한 노력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자기계발서를 집어 들었다. 저자는 시부이 마호. 1994년 대학의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6년 선배이자 사수인 남편과 결혼했다. 결혼 후에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극도의 자존감 상실을 겪은 후, 어느날 남편과 말다툼을 한다. 남편은 자기에게 경제 수업을 받으라고 한다. 저자는 남편에게 경영형 인재로 변하기 위한 강의를 받고 백화점의 향수 매장 매니저로 일하다가 증권 회사의 영업 직원으로 옮겨간다. 우연한 기회에 기업 컨설턴트에게 투자를 받고 남편에게 배운 경영자형 인재에 대한 강의를 하는 컨설턴트 회사를 창업한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남편은 은행에 근무하며 대화 내용으로 보아서는 고위 간부라기 보다는 중간 직급의 은행원으로 보인다. 남편은 자기가 .. 2021.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