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중앙시장 활어시장에서

낙타 2021. 1. 11. 18:57

연말에 통영에 다녀온 후기를 이제야 씁니다. 새해에는 좀 부지런해지기로 결심했건만.

오랜만에 길을 나서 봅니다. 목적지는 통영. 고향이 고성이라서 통영은 익숙하면서도 음식도 입맛에 맞고 볼거리도 많아서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볼거리는 무시하고 먹고 자고 쉬고 오기로 했어요.

통영에 가면 통영중앙시장부터 가는거죠. 활어시장도 같이 있고 통영항이 바로 앞이라서 바닷가 분위기도 납니다. 비린내나고 어선들이 드나드는 바닷가 분위기죠.

구마산(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갓갓기도 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 통영 중에서. 백석

활어시장에 들어가봅니다. 횟집에 가서 주문해서 먹어도 좋지만 고기랑 해산물을 사서 초장집에 가서 먹기로 합니다. 길바닥에 놓인 빨간 다라이(ㅋㅋ)에서 큼지막한 물고기들이 파다닥거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을 튀기고 있습니다. 아따 이놈들 힘 좋네. 가끔 너무 힘이 좋아서 다라이에서 탈출하는 놈들이 있습니다. 발에 물고기가 턱 떨어지면 어머 하고 호들갑 떠는 모습. 재미있어요.

간단하게 흥정을 해서 물고기 몇 마리 고르고 나면 초장집을 알려줍니다. 초장집에서 접시를 하나 받아서 다시 돌아와야 되요. 아주머니가 열심히 회를 치고 있어요. 방금전까지 빨간 다라이에서 기운차게 퍼더덕거리던 놈들이 그 사이에 알뜰하게 해체되고 있네요. 시내 횟집에서 하듯이 얇게 썰지 않고 말 그대로 막회로 숭덩숭덩 썰고 있어요. 능숙한 솜씨에 금방 회 한접시 완성. 가져간 접시에 회를 올려 줍니다.

뼈랑 머리는 따로 봉지에 담아주는데 초장집에 주면 매운탕을 끓여 줍니다.
초장집은 기본 차림에 일인당 얼마. 추가로 야채 등을 주문하면 요금을 더 내야 합니다. 매운탕도 마찬가지. 모두 따로 계산을 합니다. 그래도 그다지 야박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그릇이랑 접시를 더 달라고 하니까 친절하게 더 가져다 주십니다.
소주 한잔 곁들여 먹으니 정말 맛있네요. 펄펄 끓는 매운탕이 나옵니다.

이번 여행은 먹고 자는 것이라서 다른 곳은 들르지 않고 바로 숙소로 갑니다.
짐 풀고 아이들이 티비에서 해리포터 연속 방송을 보는 동안 침대에 누워서 소설을 읽어 봅니다.
어슐러 K 르귄의 '서부 해안 연대기'.

저녁에는 장 봐온 해산물과 고기로 바베큐 파티. 와인 한잔도 빠뜨릴 수 없지요.

뜨거운 물 가득 받은 커다란 욕조에 에어버블로 마사지까지 하고 이제 다시 티비도 켜고 책도 읽고 남은 와인을 홀짝이며 뒹굴어 봅니다.

다음날은 늦잠을 자다가 점심 먹으러 나갑니다. 알아보았던 몇몇 식당들은 영업을 안하네요. 한참 점심시간인데 식당에 사람도 없고. 우리 가족 말고는 딱 한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습니다. 코로나의 영향이 드리운 분위기라 마음이 안좋더군요. 매미성이랑 포로수용소 등 관광지도 폐쇄됐구요. 언제쯤 일상이 다시 돌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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