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황지우
삶이란
얼마간 굴욕을 지불해야
지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
돌아다녀보면
조선팔도,
모든 명당은 초소다
한려수도, 내항선이 배때기로 긴 자국
지나가고 나니 길이었구나
거품같은 길이여
세상에, 할 고민 없어 괴로워하는 자들아
다 이리로 오라
가다보면 길이 거품이 되는 여기
내가 내린 닻, 내 덫이었구나
전체시간 6:18
운동시간 5:34
거리 20.6km
기장군청 앞에서 시작. 기장군청은 회동동 상현마을로 가는 갈맷길 9코스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쑥 캐는 분들 볼 수 있다. 봄 풍경이랄까 그런데 길이 안좋다. 기장군청에서 죽성리 가는 코스에는 도로가 좁고 보도가 분리되지 않은 구간이 계속된다.
작고 예쁜 죽성초등학교. 초등학교들은 다 예쁘다.
죽성리 죽성항. 황학대 안내문이 보이고 저기에 동상이 하나 있다.
해녀상이다. 부산의 해녀는 제주의 해녀들이 건너와서 기장과 영도에서 물질을 했다. 고향을 떠나 타지까지와서 차가운 바닷물 속에 들어가서 살아간 그 사연이 무엇일까?
황학대에 올라가면 고산 윤선도의 시와 동상이 있다. 기장에 윤선도의 흔적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는데 뜻밖의 즐거움이다.
황학대에서 본 죽성리 바다.
성당이나 교회인줄 알았는데 드라마 세트장이다. 포토존은 혼자라서 패스... 여기서부터는 길이 좋아진다.
여긴 월전. 싸고 맛있는 장어로 유명한 곳이다. 장어 먹으러 많이 온다.
바닷가를 잠시 벗어나서 봉대산 등산로로 코스가 이어진다. 월전에서 봉대산 등산로로 접어드는 입구는 길을 헤매기 쉬우니 잘 살펴가며 걸어야한다.
갈맷길 표시가 보인다. 이상하게 트래킹 앱의 코스 안내와 실제 길이 일치하지 않아서 애 먹었다. 가다고 돌아오기도 하고 길을 찾느라고 한참 헤매다보니 여기서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그냥 등산로를 쭉 따라가면 된다. 나무에 묶인 갈맷길 리본을 따라간다.
등산로를 내려오니 미역 말리고 있다. 햇볕이 쨍쨍 내려쬐고 바다에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미역이 잘 마를 것 같다. 기장이 미역으로 유명한 곳이라서 이렇게 미역을 말리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어느 곳에서는 미역을 삶은 작업을 하고 있고 오징어 생선 등도 말리고 있다. 기장 인근은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로 어항으로 고기를 잡고 해산물을 다듬느라고 바쁘다.
여기도 미역을 말린다. 아주머니들이 열심히 작업중인데 라디오에서 트로트가 크게 울려 나오고 있다. 미역 냄새가 바람에 가득하다.
대변항에 도착. 대변초등학교 학생들이 이름을 바꿔달라고 청원해서 용암초등학교로 개명했는데 지도에는 대변초등학교로 나온다. 카카오맵에는 용암초등학교로 정확히 나온다. 구글이 한국에 별로 신경 안쓰는 듯. 저기 보이는 동그란 형상은 대변의 상징인 멸치떼를 표현한 조형물이다.
대변은 대동고라는 창고 근처라고 이름이 붙었다. 대변은 국가어항 - 뭔가 중요해 보인다. - 이고 멸치 축제로 유명하다. 봄에 멸치회 한접시에 막걸리 한잔 하고 멸치찌개나 쌈밥을 먹는 것도 별미다. 봄 되면 한번씩 생각나서 먹으러 간다.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다. 기장 바닷가의 횟집이나 음식점은 초저녁이면 영업을 마치는 곳이 많으니 시간을 일찍 가는 것이 좋다.
흥선대원군의 척화비가 인근에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한번씩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역사의 향기.
연화리 해녀촌이다. 가성비 좋은 해산물과 전복죽으로 바닷바람을 쐬면서 점심 먹고 커피 한잔 하러 즐겨 가는 곳이다. 간판에 전부 누구 엄마 누구 이모라서 웃는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도 없는 것이 대변의 해녀촌에 얽힌 사연은 이 기사를 읽어보자. 바닷물속보다 차가운 것이 사람인심이요 바닷바람보다 험한 것이 세상살이다.
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082
중간에 포토존이 몇 군데 있지만 찍어줄 사람도 없고 하니 패스.
아난티 코브 앞. 오늘 본 곳 중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 대한민국의 절경은 이제 초소가 아니라 카페 아니면 호텔인 듯 하다. 용궁사 가기 전, 수산과학관 옆에 벤치 있는 곳에 중간인증대가 있다.
용궁사를 통과해서 계속 간다.
용궁사를 지나서 바닷가로 둘러가야 하는데 그만 가로질러 가버렸다. 자주 가던 길이라서... 덕분에 구절초가 피어있는 예쁜 모습도 보고
연이 자라는 조그만 연못도 만났다.
그런데 송정해수욕장 입구에서 공사 현장이 가로막는다. 원래는 이길로 갈맷길이 지나가는데 공사현장에 포함되어 통행제한이다. 앞으로는 둘러서 가야겠다. 근처에 푸드트럭이 있어서 토스트와 커피를 먹을 수 있다.
송정해수욕장에 도착. 아직은 조용한 바닷가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해운대처럼 고층 빌딩으로 둘러쌓인 바닷가는 불편하다.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송정해수욕장을 지나면서 길을 찾기 어렵다. 표지를 잘 찾아야 한다. 저 위에 데크길이 있는데 갈맷길은 데크길이 아니다. 지금은 철도가 다니지 않는 옛날 철길을 만난다. 관광용 열차가 왕래하나보다.
여기서 문을 열고 철로를 건너서 다릿돌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간다. 표지판을 주의 깊이 살펴가며 걸어야 한다. 건너와서 찍은 사진.
갈맷길은 해파랑길과 달라서 모두 바닷가 길이 아니다. 해파랑 표지와 잘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산길을 따라서 계속가다 보면 청사포 전망대가 나온다. 달맞이길, 삼포길, 십오굽이길, 문텐로드, 해파랑길. 길 이름이 많기도 하다. 겹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삼포는 미포, 청사포, 구덕포 세 포구를 말한다. 갈맷길 등산로 바로 밑으로는 철도를 따라서 데크길이 계속 이어진다.
청사포에 도착.
길 건너서 문텐로드로 이어진다. 길은 좁지만 조명 설비가 되어 있어서 저녁에도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 경사도 거의 없어서 산책길로 좋다.
해운대 달맞이 고개까지 왔다. 구경할 곳도 많고 먹을 곳도 많은 곳. 검색하면 억수로 많이 나오니 자세한 소개는 패스. 여기는 해월정 앞이다. 해월정을 지나서 조금 더 내려가면 갈맷길 1코스 종점 도보인증대가 있다. 이렇게 해서 갈맷길 1코스 전체 구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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