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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걷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 앤디 위어

by 낙타 2021. 8. 2.

지구멸망 시나리오는 여러가지가 있다. 소행성 충돌, 지구 온난화로 인한 빙하시대, 슈퍼 화산 폭발, 세계적인 전염병, 인공지능의 반란, 입자가속기로 인한 블랙홀의 생성, 핵전쟁, 인공 생물학으로 인한 생명체의 변형이나 인공 생명체, 나노기술의 통제불가 등이 영화나 작가들의 관심을 끄는 시나리오들이다. 그에 더해 외계 문명이나 외계 생명체의 공격도 흔한 소재다. 나는 좀비 시나리오가 마음에 든다.


[마션]에서 화성에 홀로 낙오된 우주비행사의 이야기를, [아르테미스]에서는 달 도시를 지키기 위해 뛰어 다니는 밀수꾼 여자의 이야기로 흥미진진한 입담을 보여준 앤디 위어의 신작 SF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나왔다.

이번에는 지구 멸망의 위기를 구하는 과학교사의 이야기다. 어떤 종류의 멸망이냐고? 아마도 외계 생명체? 이 외계 생명체는 지구가 아니라 태양을 죽인다. 이 정도면 새로운 지구 멸망 시나리오라고 해도 되려나?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하기는 불과 몇 십년의 시간 뿐, 그 위기를 구하기 위해 파견된 우주선에는 한 명만이 살아 남아서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곳에는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은 직접 읽어보시라.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원치 않으신 분들은 구독과 좋아요만 누르고 돌아가시길.

[마션]에서 화성에 남은 마크 와트니는 남은 감자와 자신의 변 등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살아남는다. [프로젝트 헤일매리]에 나오는 기술의 대부분은 지금도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워프 항해도 없고 인공 동면 기술도 없다. 우주선도 현재의 기술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예산만 충분하다면. 물론 지금의 과학수준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몇몇 기술도 튀어나오는데 그것은 이야기 진행을 위해 급하게 개발한 것으로 하자.

태양과 인류를 구원할 임무를 띈 우주선 헤일메리에 혼자 남게 된 라일랜드 그레이스. 헤일메리라는 이름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주 낮은 성공률을 바라보고 적진 깊숙이 내지르는 롱 패스를 뜻하는 미식축구 용어이며 버저가 울리는 순간에 득점할 것을 노리고 먼 거리에서 던지는 슛을 뜻하는 농구 용어이기도 하다. 또한 가톨릭 등 기독교 일부 종파의 기도문인 성모송을 일컫기도 한다. 대충 임무의 성격이 짐작이 가는 작명이다.

라일랜드 그레이스는 지구에서 12광년 쯤 떨어진 곳에서 외계인을 만난다. 이 이후의 이야기는 그만. 아무튼 앤디 외어가 상상한 외계인은 무척 흥미롭다. 그레이스가 외계인과 소통해 가는 과정도 기발하면서도 충분히 수긍이 된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과 함께 지구에서 벌어진 일들도 밝혀지는데 평범하지 않은 과정에도 유머와 선량함을 잃지 않는 주인공은 앤디 위어 답다.

얼마전에 읽은 류츠신의 [삼체]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분위기의 소설이다.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총을 쏘아대는 사냥꾼들로 가득한 우주가 [삼체]였다면 앤디 위어의 우주에는 합리적이고 우정적인 외계인들이 있다. 과연 어느 쪽이 현실일까?

우리 어릴 때의 모험담은 주로 외딴 섬에 표류한 15명의 어린 아이들이나 혼자서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아. 80일 만에 지구를 한바퀴 돌거나 대포를 쏘아서 달에 가는 이야기도 있었다. 무척 즐겁고 재미있는 시대였다. 지금은? 화성에 표류하고 외계 행성의 모험 이야기다. 스케일이 다르다. 어느쪽이건 재미있으니까 나는 둘 다 좋다. 이야기의 본질은 같은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