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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걷다

이기적 유전자 - 인간은 이기적으로 프로그래밍되었는가

by 낙타 2021. 8. 2.

인간은 이기적인가? 유전자는 이기적인가? 아니다. 그런거 없다.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는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쓴 책이다.


도킨스의 주장에 의하면 진화의 주체가 인간 개체나 종이 아니라 유전자이며 인간은 유전자 보존을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기계에 불과하다. 선택의 기본 단위, 즉 이기의 기본 단위가 종도 집단도 개체도 아닌, 유전의 단위인 유전자다. 모든 사람은 이기적으로 태어났다. 이기주의를 만들어내는 단위는 유전자다.

즉 유전자는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에 원래 이기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이기적 유전자의 자기 복제를 통해 생물의 몸을 빌려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성의 진화, 이타주의의 본질, 협동의 진화, 적응의 범위, 무리의 발생, 가족계획, 혈연선택 등의 주요 쟁점과 게임 이론,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의 실험, 죄수의 딜레마, 박쥐 실험, 꿀벌 실험 등 방대한 현대 연구 이론과 실험을 보여 준다.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태초에 웅덩이가 있었다. 웅덩이 안의 말라붙은 거품이나 물방울에 유기물의 스프가 일시적으로 농축되었다 .이것들이 태양으로부터 자외선과 같은 에너지의 영향을 받아 결합하여 더 큰 분자가 되었다. 이 거대 유기물 분자들 중에서 한 분자가 우연히 스스로의 복제물을 만든다. 자기 복제자로 유전자의 초기 형태다.

자기복제자의 수가 점점 많아지면서
여러 변종들이 경쟁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기 복제자는 자신을 담을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생존기계, 생명체들이다.

유전자는 자신의 생존 기계에 프로그램을 짜 넣음으로 조종한다. 또한 외부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뇌를 만들고 발달시켰다.

암수는 어떤 전략을 쓰는가? 저 수컷이 먹이를 가져다 줄 것인가? 저 수컷의 유전자가 더 우월한가? 암컷의 선택과 수컷의 대응은 그들이 처해 있는 상횡에 따라 달라진다.

부모 자식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 하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작가가 동물 행동학자이다. 인간의 진화 심리학과 거의 유사한 영역이다. 그 책의 한 부분을 빌려오자.

“암여우는 배를 곯거나 지독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새끼들을 버리고 간다고 했잖아. 어차피 죽을 운명이니까 그 새끼들은 죽지만 암여우는 살아서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번식한다고. 성체가 될 때까지 새끼를 키울 수 있게 됐을 때 말이야.
... 이렇게 잔인무도해보이는 행위 덕분에 실제로 어미가 평생 키울 수 있는 새끼의 수를 늘리고, 힘들 때 새끼를 버리는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해져. 그렇게 계속 끝없이 이어지는 거야. 인간도 그래. 지금 우리한테 가혹해보이는 일 덕분에 늪에 살던 태초의 인간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거라고.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 없을 거야.

'선한 행동'은 어떻게 이기적인 유전자의 입장에서 설명할 수 있는가? '죄수의 딜레마'와 팃포탯 전략으로 설명한다. 단순하게 '배신'과 '협력'의 게임에서는 '배신'이 유리하다. 그러나 게임을 반복되면 마음씨 좋은 전략이 성공한다. 즉 마음씨 좋은 이기적인 유전자가 늘어난다. 소방관의 이타적인 희생은 그렇게 설명할 수 있다.

이상이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인간도 단지 유전자에 의해 조종되는 생존기계일 뿐인가? 도킨스도 뭔가 껄끄러웠던 모양이다. 도킨스는 인간의 특이성으로 ‘문화’를 들고 나온다. 문화를 유전자와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밈'이라는 개념을 주장한다. 밈은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이다.

하지만 생명체의 유전자에 의한 프로그래밍을 이야기하다가 문화의 유전자를 들고 나오니 뜬금 없다. 문화와 유전자를 그렇게 대응시킬 수 있는가?

나는 왜 이기적인 유전자는 없다고 하는가? 의인화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유전자의 특징은 자기복제이다. 우연히 자기복제라는 화학적 성질이 생긴 한 분자는 자신을 끝없이 복제하며 자기복제라는 특성도 같이 물려 주었다. 이 분자들도 똑같은 화학작용을 했다. 자기복제 과정에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 오류를 통해 변이가 생겼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를 생각하면 된다. 변이한 분자들은 잡아 먹거나 결합 하면서 점점 크고 복잡한 분자를 이루었다.이것이 생존기계를 만든 유전자다. 의인화를 제거하면 유전자의 탄생은 이렇다.

유전자는 아무 생각이 없다. 의식도 감각도 없고 계획이나 목표도 없다. 그저 자기복제라는 작용을 할 뿐이며 복제 과정의 오류로 변이가 생길 뿐이다. 사실 유전자는 자신의 복제를 퍼뜨려야 한다는 목적도 없을 것이다.

의인화의 함정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게 되기 떼문이다. 여러가지 변이 중에서 자연에 적합한 것이 살아 남는다. 그것을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라고 부른다. 엄밀히 말하면 유전자가 이기적이라서 살아 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 남았기 때문에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것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는 없다. 살아남은 유전자가 있을 뿐이다.

의인화의 오류를 나만 생각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도킨스도 서문에서 의인화에 대해 변명하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도킨스는 유전자가 어떻게 생존기계를 프로그래밍해서 조종하는지 길게 설명한다. 유전자가 생명체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중요한 내용은 이것 뿐이다. 그 이후의 모든 설명은 사족이다. 정작 그 유전자가 어떻게 탄생했으며 복잡한 기계를 만들어서 그 속에 숨어서 조종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실하다. 웅덩이의 유기물 스프에서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할 뿐이다. 나는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 우주에서 무엇이 생명만큼 소중하고 아름답고 신비울까? 나 자신이 오늘 이렇게 존재해서 생각하고 말하고 사랑한다는 것이 나는 너무나 경이롭다.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