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인문학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낙타 2021. 8. 6. 20:13

그럼 비밀을 가르쳐 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 어린 왕자

패러다임은 본래 과학 용어다. 관점, 시각, 세계관 등을 뜻힌다.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지동설이 천동설로 대체되는 과정을 떠올리면 된다. 대변혁의 순간, 패러다임은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미술에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었다. 전혀 새로운 그림이 등장하면서 미술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비가역적으로 바뀌는 순간들.

"미술의 패러다임을 가장 근본적으로 바꾼 예술가는 누구인가?"


[아트 인문학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미술의 대변혁의 순간을 10개의 장면, 10명의 예술가로 보여준다. 나는 10개의 장면을 다시 4개의 흐름으로, 4개의 단어로 간추려 보았다.

어떻게, 보이는, 대상을, 그리는가.

어떻게

르네상스부터 인상주의 시대까지는 대상을 어떻게 정확하게 묘사하느냐가 미술가들의 관심이었다.

공간을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게 한 브루넬레스키의 원근법, 인체 묘사를 획기적으로 바꾼 미켈란젤로의 인체 해부학, 작업 시간의 제약에서 미술가를 해방시키고 묘사의 한계를 없앤 유화 물감이 그 장면들이다.

보이는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로 보는 이의 마음을 파고 든 카라바조의 명암법, 형태가 아니라 빛과 색을 그려낸 벨라스케스의 알라 프리마 기법, 뉴튼의 실험으로부터 시작되어 색채의 상호 간섭과 심리에 미치는 효과를 간파한 들라크루아의 색채 이론은 사물의 형태를 정밀히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려고 했다.

대상을

'현재에 숨겨진 영원한 아름다움'을 포착하여 보들레르가 말한 현대성의 개념을 그림으로 구현한 마네, 사진의 재현이 아니라 '표현'을 주장한 세잔, 마침내 외부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나 추상으로 나간 칸딘스키가 그 장면들이다.

그리는가

제작이 아니라 착상이 예술임을 보여준 뒤샹의 소변기 '샘'은 미술가가 '그린다, 제작한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한국의 미술계는 최근 몇 가지 이슈가 있었다.

천양자의 위작 사건, 조영남의 대리 제작 논란, 배우 구혜선의 화가로서의 활동에 대한 비판과 미술협회 홍보대사 위촉, 세계적인 예술인 문준용 씨의 지원금 특혜 논란, 이건희 회장의 기증 미술품 등.

미술에 대해서 잘 몰랐을 때는 미술과 관련된 논란들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미술의 역사에 대해서, 화가들의 치열했던 고민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게 되니 현상에 대해서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다. 역시 사람은 계속 공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