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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걷다

씽크 어게인 모르는 것을 아는 힘 - 애덤 그랜트

by 낙타 2021. 12. 23.
자신이 아직 알지 못하는 바가 있음을 아는 것, 이것이 가장 현명하다.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체하는 것은 병이다. 병을 병으로 알아야 병이 되지 않는다. 현명한 사람은 병이 없다. 그것은 자기의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이다. - 노자

저녁을 먹으며 고2 딸이 말했다.
"아빠. 나는 뭐하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당황했다. 잠시 생각하고 대답했다.
"괜찮아. 아직 결정하지 않아도 돼. 하고 싶은 것이 생길지도 모르고 또 살아가다 보면 하고 싶은 것이 변하기도 하는 거야. 세상을 둘러보면서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면 돼."
대답은 했지만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무책임한 말이 아닐까.

젊을 때 아르바이트 과외를 했다. 그때 만난 학생은 중학생이었는데 자신의 꿈이 '심장외과의사'라고 했다. 그냥 의사도 아니고 외과의사, 그것도 심장외과의사라니. 난 그때 그 학생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이도 그렇게 키워야 했나?

애덤 그랜트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조직심리학 최연수 종신교수다. TED의 인기 강연자이고 [오리지널스] [기브앤테이크] [옵션 B]등의 베스트셀러의 저자다. 애덤 그랜트가 새로 낸 책 [씽크어게인 THINK AGAIN] 표지에는 '모르는 것을 아는 힘'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힘'이라고 해야겠다. 표지에는 물로 된 꽃이 피어오르는 성냥개비가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12살인 딸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현대는 정보와 지식이 넘쳐 난다. 공자와 장자 시대에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라고 했다. 그 시대의 다섯 수레의 책은 오늘날 초등학생에도 못 미치는 정보량일 것이다. 2011년에 사는 사람이 하루에 소비한 정보의 양은 25년 전에 비해 다섯 배였다. 1950년에는 의학계의 지식이 두 배로 늘어나는데 약 50년이 걸렸다. 1980년에는 7년이 걸렸고 2010년에는 6개월에 의학 지식이 두 배로 늘었다. 2021년에는 하루에 얼마 만한 정보를 접할까? 이렇게 지식이 빠르게 늘어나고 업데이트되는데 정작 자신은 자신의 머릿속을 얼마나 업데이트를 하고 있을까?

정신적 게으름을 극복하고 더는 도움이 되지 않는 지식이나 의견을 버려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거의 대부분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 그러니 일관성보다는 유연성에 자아감의 초점을 두어야 한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살아가면서 후회를 보다 적게 하기 위해서는 '다시 생각하기'해야 한다.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배우고 발전할 수 있다.

개인 차원의 다시 생각하기 - 자기 견해 업데이트하기


우리가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하게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

우리의 마음속에는 4가지 역할 모드가 있다. 자신의 믿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도사가 되어 자신의 주장을 편다. 다른 사람의 논리에서 오류를 발견하면 검사가 되어 따지고 든다.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어야 할 때는 정치인이 되어 설득하려고 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기 위해서는 과학자의 고글이 필요하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기 믿음을 수정하기 어렵다.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 하려면 자기가 그 일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잘했다고 생각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확신, 자신의 지식에 대한 확신은 인지 오류에 의해서 더 강화된다. 자신이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만 바라보는 확증 편향과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는 소망 편향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자신에 대한 착각은 상반되는 두 가지 심리 상태로 나타난다. TV 중계방송을 보면서 자신이 프로팀의 선수들이나 감독보다 경기에 대해서 더 많이 안다는 '안락의자 퀘터벡'이 하나다. 이런 스포츠 팬이 주위에 한 명쯤 있을 것이다. 반대로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괴로워하는 '가면을 쓴 사기꾼'도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자신이 거둔 성공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자신이 실은 아무런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한다.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많은 상황에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사람은 자기가 그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사람이 가장 큰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을 때는 해당 분야에 대한 숙련도가 부족할 때다. 운전에 대해서 우리는 이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초보 운전 표지를 붙인 차량이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 다른 사람들이 그 차량에 주의를 기울이고 양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도 주위 사람들의 배려로 초보 운전 시절에 사고를 면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 운전자가 자신이 초보 운전임을 기억하고 조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5, 6개월 정도 되면 으레 사고가 난다. 이제는 자신이 운전을 잘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설명 깊이의 착각'이라고 한다. 우리 주위의 흔한 사물들, 예를 들어 자전거에 대해서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자전거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전거의 구조와 작동법에 대해서 정말 잘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러므로 '초인지 기술'. 자기가 하는 생각에 대해서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기가 잘 안다는 오만함이 아니라 자신의 지식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겸손함이다.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은 말했다.
"자신을 속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속기 쉬운 사람이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다시 생각하기 - 상대방의 마음 열기


논쟁에서 이기고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결이 무엇일까? 논쟁이 싸움이 아니다. 권투나 레슬링이나 유도가 아니다. 상대방에게 잽이나 어퍼컷을 날리고 바닥에 쓰러뜨려서 꼼짝 못 하게 만들거나 혹은 상대를 함정에 빠뜨려 내다 꽂는 경기가 아니다. 그럼 무엇이라고 할까? 논쟁은 춤이다. 상대방과 함께 추는 춤이다.

올바른 협상은 먼저 상대방과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본다. 자기주장의 요지를 상대방보다 적게 제시한다. 호기심을 표현하고 질문을 한다.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더 많이 말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자기가 제대로 이해하는지 확인한다. 핵심은 경청이다. 올바른 경청이 상대방을 변화시킨다. 경청이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앤드류 카네기의 '인간관계의 법칙'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을 말한다. 한번 읽어 보시길... 결국 인간관계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

집단 차원의 다시 생각하기 - 평생 학습 공동체 구축하기


내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사람의 마음은 복잡하고 세상도 복잡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구분하기 좋아한다. 사람의 성격은 A, B, AB, O 이렇게 네 가지. 세상은 더 간단하게 구분한다. 진보와 보수, 노동자와 자본가. 남자와 여자. 등등. 이런 구분의 내 편과 적을 가르기에 유용하기에 널리 쓰인다. Simple is Best.

심리학자들은 복잡한 연속체를 두 개의 범주로 단순화하는 성향을 '이분법 편향'이라고 한다. 유머 작가인 로보트 벤츨리의 표현을 빌리면, 사람은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세상을 두 종류의 인간으로 나누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세상이 복잡하다고 인정하자. 어떤 문제도 그렇게 단순히 둘로 나눌 수는 없다. 복잡성의 가능성을 알려주어야 한다. 어떤 사회 문제에 있어서 찬성인가 반대인가라는 질문만으로는 그 복잡함을 담아낼 수 없다.

EQ - 정서지능 및 감성지수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대니얼 골먼은 정서지능은 인지능력 IQ보다 성과에 더 중요하게 작동하며 리더십 직무에서 성공을 거둘지 여부를 '거의 90퍼센트'가깝게 결정한다고 한다. 반면 조던 피터슨은 정반대의 주장을 한다. "EQ 따위는 없다. 사기나 다름없는 개념이며, 그저 시류에 편승하는 유행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기업의 장삿속일 뿐이다'.

둘은 모두 심리학 박사이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200개나 되는 직업군을 아우르는 논문의 메타분석에 의하면 IQ와 개성을 상수로 설정한 실험에서 EQ 검사의 결과는 실험 참가자의 성과를 예측하는 훌륭한 지표다. 골먼이 이긴 걸까? 같은 데이터에 의하면 여러 직무에 걸쳐서 사람들의 성과를 예측하고자 할 때 IQ가 EQ보다 두 배 이상 중요하다. EQ는 전체 성과 가운데서 3~8퍼센트 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정서지능이 감정을 다루는 직무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감정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직무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

사람의 마음은 복잡하다. 감정도 양면적이다. 일본어 '사랑의 예감'(恋の予感)은 처음에는 사랑이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대방을 점차 사랑하게 될 수도 있는 감정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누이트어 '익트수아르포크'(iktsuarpok)는 누군가가 자기 집을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반 불안 반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루지아어 '셰모메드자모' (shemomedjamo) 는 배가 불러서 더는 먹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그만 먹을 수 없을 때의 감정을 표현한다. 독일어 '쿠머스페크 (kummerspeck)'는 '슬픔의 베이컨'인데 슬퍼하는 마음 때문에 너무 많이 먹어서 찌는 살이라는 뜻이다. 내 마음 나도 모른다.

복잡성을 인정하고 자신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고 인정하자. 자기 의견을 전적으로 확신하지 않은 상태로 상대방과 소통하는 행동은 자기가 확신에 찬 겸손함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상대방의 마음을 열어 준다. 상대방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신뢰심과 설득력을 높이는 것이다.

결론


자신이 잘 아는 것, 최고로 잘 세웠다고 생각하는 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도구들 가운데 어떤 것, 심지어 자기 정체성의 가장 소중한 것도 버릴 시점을 아는 것이 바로 지혜다. 자신이 어릴 때부터 가져온 목표가 있는가? 정말로 자신은 그것을 원할까?

애덤 그랜트는 아이들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묻지 말라고 한다. 이 질문은 아이에게 터널시야에 빠지게 하고 그 계획 이외의 다른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을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아이의 미래 자아는 현재에 존재하지 않으며, 관심사는 나중에 바뀔 수 있다. 아이든 어른이든 모든 종류의 인생 계획이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원하는 직업은 세상에서 사라질 수 도 있다. 이상적인 직업이 아직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 세상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우버, 인스타그램이 생긴 것도 얼마 되지 않는데 이제는 메타버스로 넘어가고 있다.

투지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기 - 정신의 유연성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인생 계획도 다시 생각하기 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딸에게 했던 대답이 그렇게 잘못은 아닌 듯해서 다행이다. 부녀 만담 한토막. 저녁을 먹으며

빠 : 소는 언제나 so great이야.
딸 : pork는 fork로 먹어야 해.
딸 : 파 시러. far away.
딸 : 사과 먹으니 할 말이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나.
빠 : 아빠한테 사과할 거 있어?
딸 : 깔깔깔. 아빠 땜에 다른 애들이 하는 아재 개그가 안 웃겨.
빠 : 아빠 아재 개그가 최고지?
딸 : 인정.

우리 딸이 한 개그 하는 거 같다. 코미디언이나 작가 시킬까? 그러기에는 애써 물려준 미모가 아깝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