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 나는 멈출 수가 없다 - 메시와 호날두. 재능과 열정

낙타 2022. 7. 5. 22:59

미리 고백하는데 나는 축알못이다. 월드컵 중계도 안 본다. 메시와 호날두에 대해서, 두 사람의 기록 경쟁이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 관계도 모른다. 이 책에서 메시와 호날두가 어떤 경기에서 무슨 기록을 남겼는지 서술하는 부분은 건성으로 페이지만 넘겼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메시와 호날두는 어떻게 성공을 이루었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그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메시는 어릴 때부터 축구 천재였다. 메시가 9살 때부터 11살 때까지 지도했던 에르네스토 베치오는 이렇게 말했다.

"가르쳐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죠. 타고난 재능이었습니다. 누구도 그에게 뭔가를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펠레나 마라도나에게 누가 뭘 가르칠 수 있단 말입니까?"

- 네가 있어 나는 멈출 수가 없다 중에서

축구 천재는 완벽하지 않았다. 메시는 키가 자라지 않았다. 몸에서 성장 호르몬이 만들어지지 않는 '성장 호르몬 분비 부전성 저신장증'이라는 희귀한 질병이었다. 치료를 위해서는 성장 호르몬을 계속 투여해야 했다. 어린 메시는 매일 자신의 다리에 직접 주사 바늘을 꽂았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파탄이 나고 치료비를 대기가 불가능해졌다. 클럽 입단을 위해 바르셀로나로 건너갔으나 3개월 넘게 애를 태워야 했다. 낯선 생활과 기다림에 지친 가족들은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어린 메시는 자신의 꿈을 이룰 때까지 절대 떠날 수 없다고 결심했다.

부와 명성을 얻은 뒤에도 메시는 절제된 생활을 했다. 어린 나이에 성공에 도취돼 흥청망청했다면 '축구의 신'이라는 명성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호날두는 대서양의 작은 섬 마데이라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호날두의 성장 과정은 완벽한 환경이나 영재 교육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호날두는 거리에서 버스를 피하며 축구를 하고 남의 집에 공이 들어가면 호통을 들으며 공을 찾아왔다. 신체적인 조건도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릴 때의 호날두는 부모님이 걱정할 정도로 마른 체형이었다. 호날두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축구 선수로서 완벽하다'는 평가를 듣는 완벽한 육체를 만들었다.

어린 호날두는 축구를 위해 식구들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12,13살 초등학생 나이에 홀로 포르투갈 본토로 건너갔다. 어린 호날두에게는 아주 힘든 시기였다. 마데이라를 떠난 후 호날두는 매일 같이 울었다. 밤마다 베개를 눈물로 적시는 외로운 생활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언젠가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었기 때문이다. 꿈을 믿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자신의 앞에 펼쳐진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호날두. 네가 있어 나는 멈출 수가 없다 중에서

호날두는 축구를 위해 술은 물론 탄산음료도 마시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메시와 호날두는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다. 그러나 그들의 재능은 피나는 후천적 노력으로 완성된 것이다. 메시와 호날두는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영재 교육을 받지도 않았다. 그들은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악착같이 공에 매달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에만 매달렸다. 학교가 끝나면 점심 먹고 나서 축구를 했고 저녁이 되면 클럽에 가서 연습을 했다. 클럽에서의 연습이 끝나면 또다시 친구들과 축구를 했다. 밤 9시가 되기 전에는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 메시. 네가 있어 나는 멈출 수가 없다 중에서

메시와 호날두는 진정한 재능은 노력과 결합해야만 빛을 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한 사람의 공통분모가 아닐까? 그렇다면 성공에는 재능과 열정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재능과 열정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가장 흥미 있는 연구 결과는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일 것이다. 앤절라 더크워스는 미군 사관학교의 생도들이 중도에 과정을 포기하는 요인을 연구하다가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어느 분야든지 뛰어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두 가지 특성을 보였다. 첫째, 회복력이 강하고 근면했다. 둘째,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잘 알고 결단력이 있었다. 앤절라 더크워스는 이것을 그릿 grit이라고 정의한다. Grit은 투지, 끈기, 불굴의 의지라는 개념을 포함하는 단어다. 한국어로는 한 단어로 옮기기 어렵고 굳이 번역하자면 ‘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릿]에 의하면 재능과 노력이 성취에 이르는 과정은 등식 두 개로 설명할 수 있다.

재능 * 노력 = 기술
기술 * 노력 = 성취

두 등식을 간략히 정리하면 성취 = 재능 * 노력^2 이다. E = MC^2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재능과 노력을 각각 10 단계의 점수를 준다고 치자. 재능 1, 노력 1이면 1 * 1 * 1 = 1이다. 재능 10, 노력 1이면 10 * 1 * 1 = 10의 결과를 이룬다. 재능 1, 노력 10이면 1 * 10 * 10 = 100의 성취이다. 재능 10, 노력 10이면 10 * 10 * 10 = 1000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취를 이루는 것이다. 메시와 호날두, 그리고 김연아와 임윤찬이 아마 저런 케이스가 아닐까.

나는 성공이나 위대한 업적에는 재능과 열정 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사회 환경이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동일한 재능을 가지고 몽고 사막에서 유목민의 아들로 태어났다면 같은 업적을 이루었을까? 메시나 호날두가 축구를 하지 않는 러시아에서 태어났으면 어떨까? 평생 축구공을 차 보지도 못했다면 축구에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러시아에서 축구를 하는지 어떤지는 사실 잘 모르지만.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다는 자체가 정말로 바늘귀 뚫기보다 어려운 확률을 타고나야 한다.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위대한 음악가, 미술가, 축구 선수,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자신이 재능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평생을 평범하게 살다가 갔을까? 그리고 성공에는 우연이라든지 기타 여러 가지 요인들이 많이 작용한다. 자원의 희소성이라는 경제학의 법칙 비슷한 것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리나 기회는 한정되어 있다. 순수하게 재능과 열정만으로 성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만큼의 나이는 먹었다.

이 모든 불확실성 속에서 통제 가능한 확실한 변수는 Grit, 끈기 있는 열정이다.

유튜브에서 김창옥 교수의 강연을 가끔 본다. 김창옥 교수는 강의에서 발레 교수와 만나서 나눈 대화를 종종 소개하곤 한다. 그 발레 교수는 부모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아이가 발레에 재능이 있는지 투자를 해야 할지 유학을 보내야 할지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그 발레 교수는 아이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애야 너 발레 할 때 기분이 좋니? 발레가 왜 하고 싶고 발레가 왜 좋아? 발레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힘든 일이 와요. 그리고 나보다 잘하는 애들이 생겨요. 그때 발레를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발레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이에요. 내가 어려워도 발레를 하고야 말겠다는 그게 발레 인생의 핵심이에요."

 

어느 분야든지 경지에 이르면 비슷한 깨달음을 얻게 되나 보다. 자신이 어느 분야이든 성공을 이루고 싶다면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기 전에, 얼마나 비용을 투자해야 할지 계산하기 전에 자신이 그 대상을 얼마만큼이나 사랑하는지를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사랑해야 어려움을 이기고 고되고 힘든 과정을 견디고 끈기 있는 열정을 쏟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