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맷길로 걷다 3-3코스 영도 흰여울문화마을 ~ 아미르광장

낙타 2022. 5. 3. 22:33

2021.12.11
2022.1.9
갈맷길 3코스 3구간
절영해안산책로 ~ 동삼혁신도시 아미르광장
소요시간 약 3:20

거리와 시간을 계산하기가 애매모호하다. 2번에 나누어서 코스를 진행한 데다가 중간에 끊겨서 역주행을 하다가 태종대는 들어가지 않았다.

갈맷길 3-3구간의 시작 인증대는 절영해안 산책로 입구에 있다. 흰여울문화마을 거점센터이기도 하다. 남항대교 입구로 나오는 가이드도 있다. 모두 같은 장소를 가리킨다.

영도의 옛 지명이 절영도다. 육지와 가까운 섬으로 말을 키우기에 좋았다. 나라에서 말을 키워서 목도(牧島)라고 불렀다. 또 이곳의 말이 빨리 달리면 그림자가 못 따라올 정도라 하여 끊을 절(絶), 그림자 영(影)을 써서 절영도라 했다. 이를테면 품종개량에 성공한 모양이다. 일제 강점기에 절영도를 줄여 영도로 부르게 되었다. 섬에 다리가 연결되면 더 이상 섬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현재 영도에는 4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도 영도는 영원히 섬이다.

사진은 2022.4.23일 갈맷길 4-1구간을 가면서 찍었다.

남항대교 앞에서 보는 흰여울문화마을

아랫부분의 보도가 절영해안 산책로다. 해안을 깎아 세운 듯한 절벽과 바위가 늘어서 파도에 부서지는 절경을 볼 수 있다. 항구로 이어지는 앞바다는 남항대교를 배경으로 바다 위에 오가고 서있는 각종 선박으로 가득하다. 해양 수도 부산에서도 가장 독특한 풍경이다.

절영해안산책로 절벽 위로는 흰여울문화마을이다. 흰여울이라는 지명은 봉래산에서 여러 물줄기들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마치 하얀 물보라 같아서 유래했다고. 영화 변호인에서 배우 송강호가 국밥집을 찾아가는 장면이 이곳이다. 해안로 따라 데크길이 이어지고 벽화 타일, 피아노계단, 출렁다리, 대마도 전망대 등 볼거리가 많고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언덕배기 위에 자리 잡은 오래된 골목길 사이로 걷다 보면 외국에 온 듯하다. 부산에서 바닷가 산책로를 찾는다면 이기대와 흰여울길을 0순위로 추천한다. 갈맷길이나 해파랑길에서 바닷가 풍광과 걷기에 제일 좋은 코스는 이기대, 친구들과 산책하며 사진 찍기는 흰여울 문화마을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맑은 날이면 대마도까지 보인다. 부산에서 대마도 보이는 곳이 여기만은 아니지만.

걷다 보면 남항어촌계 해녀탈의실이 보인다. 바닷가에 대야를 놓고 해산물과 술을 팔고 있다. 다른 노점이나 점포는 없는데 아마도 해녀들의 생계 때문에 허락되는 모양이다. 앞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를 볼 수도 있다. 물론 흰여울문화마을길에는 카페 등이 많다.

절영해안산책로 근처 피아노계단과 파도광장 사이 암벽에 약 70m 흰여울 해안 터널을 뚫었다. 내부에 조명과 포토존 등을 설치하여 사진 찍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터널 입구에도 사진 찍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은 추워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없다. 사진의 지도는 터널 내부에서 GPS 오류인지 전혀 엉뚱한 곳을 나타내고 있다. 바다 건너편의 어딘가에서 반사되는 신호가 동굴로 들어오나 보다.

흰여울해안터널을 나오면 파도 광장이다. 바닥이 고른 길이 아니니 조심하자. 길지는 않고 조금만 걸으면 다시 산책로가 나오고 출렁다리도 나온다.

중리 바닷가에 도착했다. 중리 노을전망대가 있고 치안센터 중리출장소가 있다. 중리출장소 앞에 갈맷길 3-3코스 중간 인증대가 있다.

아침 일찍 다시 중리바닷가에 왔다. 길 벽에 해녀를 그렸다. 해녀문화전시관도 있다. 그 앞에는 제주해녀상이 있다.

제주해녀상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영도의 제주해녀들을 기리기 위해서 기증한 것이다. 1890년대 제주 해녀들이 처음으로 제주 섬을 벗어났다. 영도에서 물질을 시작한 해녀들은 강인한 의지로 삶을 개척하고, 제주해녀문화를 남겼다. 그들은 광안리 해운대로 기장을 지나 멀리 차가운 강원도의 바다까지 올라가고 심지어 해외로까지 나갔다. 제주해녀의 새로운 역사를 열었던 영도는 국내를 넘어 동북아시아 바다를 누볐던 출향해녀의 기착지였다.

그런데 아뿔싸. 갈맷길 코스의 중간이 차단되어 있다. 중리바닷가에서 감지해변으로 가는 중리산산책로가 공사로 출입 통제된 것이다. 태종대 연결 해안관광도로 개설 공사가 2022년까지 시행된다. 2020년에 시작된 공사인데 갈맷길에 아무런 수정이나 안내가 없다.

이리저리 궁리하고 지도를 살펴보니 중리바닷가에서 갈맷길 3코스 3구간의 종점인 동삼혁신지구 아미르공원 입구까지 1.8Km 조금 넘는다. 걸어서 30분 거리다. 경로를 수정해서 종점에서 역방향으로 감지해변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아미르 공원 입구에 갈맷길 3코스 3구간 인증대가 있다. 아미르 공원은 1990년 말 부사항 북항 개발과정의 준설토를 매립하여 조성된 동삼 혁신도시 내 공원이다. 아미르공원이란 동삼동의 지명이 구룡(駒龍)의 망아지의 '아'와 용의 '미르'를 합해서 지은 이름이다.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 옆에 있으며 넓은 잔디밭과 느티나무, 벚나무, 팽나무가 늘어선 산책로로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할 수 있고, 여름에는 수국이 만개한다. 또한 이곳 주변은 한국의 해양 연구, 정책 기관들이 들어선 해양수도이기도 하다. 해양수산부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이곳에 터를 잡기도 했다. 국립해양박물관이 있고 그 외에도 돌아보면 해양과 관련된 다양한 기념물, 조형물들을 볼 수 있다.

이어지는 조도에는 한국해양대학교 캠퍼스가 있다. 동삼혁신도시 즉 육지에도 캠퍼스가 있고 두 부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동삼동 패총 유적지와 전시관을 지난다. 기원전 5500년 무렵부터 기원전 2,000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동삼동 패총은 단순한 신석기시대의 쓰레기장이 아니라 각종 생활 시설물을 포함하는 대규모 복합 유적이라고 한다. 유적지터는 지금은 단순한 평지일 뿐이고 무언가 볼거리를 찾으려면 전시관이 있다.

태종대 입구를 지나 감지해안으로 내려간다. 태종대는 다음 기회에.

감지해변에는 조개구이집들이 많다. 입구에 원조 20년 커피 전문점이 있다. 백구 한 마리가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다. 나름 유명한 모양으로 사진도 붙어있다. 왔다 갔다 하는 관광객들에 익숙해져서 사람이 옆에 다가가도 눈도 뜨지 않고 잔다. 커피 맛은 솔직히... 그저 그랬다. 그래도 바닷가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하고 귀갓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