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로 걷다 4코스 임랑해변 ~ 진하해변

낙타 2022. 2. 25. 21:39

2022.1.1
해파랑길 4코스
임랑해변 ~ 진하해변
거리 19km
소요시간 5:20

1월 1일 아침. 배낭 메고 길을 나선다. 오늘은 해파랑길 4코스다. 이제 부산을 벗어나게 된다.

3코스를 갔다 온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제법 큰 변화가 있다. 그 사이에 부산 울산 간 광역전철인 동해선 2단계 구간이 개통했다. 부산의 한복판인 부산진구 부전역에서 울산 태화강역까지 연장 연결됐다. 부산 울산 간 통행이 편리해졌다. 해파랑길 4코스를 가면서 동해선의 연장 개통 효과를 보았다. 3코스를 걷고 임랑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환승을 해야 했는데 이제는 좌천역이나 월내역에서 쉽게 임랑해수욕장으로 올 수 있다. 부산시민들이 좋아하는 기장의 바닷가가 더 가까워졌다.

월내역에 내려서 걷기 시작.

월천교

임랑해수욕장은 생략하고 월내역에서 해파랑길 코스로 간다. 건너편에 원자력발전소가 보인다. 원자력발전소가 해변에 있어서 해파랑길 코스는 여기서부터 해변을 벗어나게 된다. 월천교가 보인다.

야트막한 봉대산을 지나 하천을 따라 걷다가 논밭 사이로 걷는다. 이곳의 해파랑길 표지판이 특이하다. 다른 지역의 해파랑길에는 그저 조그마한 화살표를 하나씩 붙여 놓았다. 기장 지역에서는 '50m 앞 지하차도 진입 후 우회전'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표지판이 서 있다. 부산과 울산에 가까운 코스라서 그런지 산행인지 해파랑인지 모르겠지만 2팀을 마주쳤다. 해파랑길 3코스에서도 혼자 걷고 있는 분을 만나기도 했다.

신리항이다. 조그마한 어항이다.

신리항을 지나 신암방파제로 가는 길은 보도가 없어서 해변으로 걷는다. 험한 길은 아니지만 바위 등이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바로 옆에는 카페들도 있다. 시원한 바다 풍경을 보면 길이 조금 불편해도 잊어버린다.

나사리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중. 나사리 해수욕장이 보인다.

나사리 해변길을 따라서 벽에 서생면에 관한 유래나 기록들을 적어 놓았다. 이곳에서 많이 나는 어류나 해산물에 관한 그림과 설명도 있다. 이런 내용을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면 볼거리가 되겠다.

풍수설에서 서생면을 군수대좌, 큰 장수가 앉을자리라고 해서 주위에 연관되는 지명들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조선 초기에 쌓은 이길봉수대가 나사리 뒤쪽 봉수산 정상 인근에 있다.

도독동굴이라는 지명도 있는데 임진왜란 때 주민들이 숨어 있었던 동굴이다. 아이가 계속 울어대어 들킬까 봐 엄마와 아이를 쫓아냈다. 왜병이 이를 발견하고 사정을 알게 된 후 입구에 장작을 지펴서 피난민들을 모두 질식사시켰다는 유래가 적혀있다. 엄마와 아기를 쫓아낸 사람들도 매정하고 동굴 안 사람들을 모두 몰살시킨 왜병들도 잔인하다. 아이와 엄마는 어떻게 됐을까? 설마 왜병들이 그들을 살려주었을까? 역사에는 참으로 가슴 아픈 부분이 많다. 우리가 기록으로 무심코 받아들이는 장면들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슬펐다. 개인의 운명이란 대부분 이렇게 휩쓸려 다닐 수밖에 없다.

벽에 적힌 그림과 글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어간다.

한쪽에서는 텐트를 치고 또 바람을 피해서 열심히 삼겹살을 굽고 라면을 끓이고 있다. 삼겹살과 라면은 어디서 먹어도 맛있지만 밖에 나와서 먹는 맛이 별미지.

간절곶에 도착했다. 간절곶은 한반도 내륙에서는 일출이 가장 빠르다. 호미곶보다 1분 빠르다. 정동진과 비교하면 7분 빠르다. 그래서 등대만 있던 간절곶은 새해 해돋이 명소로 유명해졌다. 관광상품으로 적극 개발하고 있는 터라 소망우체통이나 드라마 세트장 등 여러 가지 볼거리가 있다. 바다를 향해 튀어나온 간절곶에서 바라보는 시원한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가볼 만한 곳이다.

간절곶을 지나 데크길을 걸으면 소나무가 많아서 송정공원, 솔개공원, 솔개해변, 대바위공원, 울주해양레포츠센타캠핑장을 차례로 지난다. 중간에 보도가 끊기고 해변으로 걷는 구간이 조금 있다.

진하해수욕장

울주레포츠센타캠핑장의 끝 부분에서 작은 다리를 지나면 진하해수욕장으로 들어선다. 해파랑길 4코스와 5코스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반겨준다. 인증대는 진하해수욕장의 끝쯤의 명선도 앞 팔각정 있는 곳에 있다.

돌아가는 길은 버스를 타고 서생역에서 환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