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5
해파랑길 3코스
대변항 ~ 임랑해수욕장
거리 16.7km
소요시간 5:30
다시 해파랑길의 초입 부분으로 돌아왔다. 지금 날짜를 보니 12.25일이다. 무지하게 추웠던 날로 기억한다.
대변항에 이날은 배가 많이 없다. 조업을 나갔나 보다. 만선을 이루고 돌아오길... 2월 말이면 미역과 멸치를 시작할 철이다. 지금 나오기 시작하는 살이 통통한 미역은 정말 맛있다. 멸치는 아마 조금 더 있어야 나올 테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하고 물개 하고 수영하면 누가 이길 것 같노?” 글쎄. 누가 이길까 궁금하다. 대변항은 영화 '친구'의 어릴적 바닷가 장면의 무대다.
인증대 옆에 갈맷길 대체 노선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서있다. 갈맷길 2코스의 원래 노선은 대변항에서 봉대산 일부 구간을 거쳐서 월전으로 가서 드림 세트장과 죽성항을 지나 기장군청으로 가는 코스다. 일광해수욕장에서 기장군청까지 구간은 보도가 없어 차로를 걸어야 한다. 통행하는 차량이 많은 구간은 아니지만 걷는 입장에서는 불안하다. 또 좁은 길도 있고 아예 길이 없어 바닷가 울퉁불퉁한 돌을 밟고 가야 하는 길도 있다. 그래서 대체 구간을 만들어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그 대체 구간은 볼게 전혀 없다. 볼 거라고는 중간에 있는 신앙촌? 시간은 상당히 단축된다. 아무런 재미도 없는 도로로 갈맷길을 만들지 말고 해파랑길과 일치하게 봉대산을 지나가는 코스로 했으면 어떨까 싶다. 갈맷길을 담당하는 부서의 직원은 해파랑길에 대해서 모르는 걸까?
대변초등학교는 2018년부터 용암초등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어릴 때는 이름 같은 걸로 서로 놀리고 싸우고 하는 법이다. 이름이 대변이니 얼마나 애들이 놀림을 받았을까. 생각해보니 우습기도 하다. 구한말에는 기장군 읍내면 용암동이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동래군 기장면 대변리가 되었다. 대변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이곳에 관청 창고였던 대동고가 있어서 대동고변포라는 긴 이름으로 불리다가 대변포로 줄여서 불렀다. 아이들이 학교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는다고 교명을 바꾸어 줄 것을 요구하자 총동창회에서 교명변경에 동의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이 학교 이름을 큰 소리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연을 담은 표지판에 학교 정문에 붙어 있다.
용암초등학교에는 기장 척화비도 있다. 흥선대원군이 서양세력을 배척하고, 이를 모든 백성에게 일깨워 주고자 전국의 중요한 곳에 세운 척화비 중의 하나다. ‘서양 오랑캐가 침범하는데 싸우지 아니하고 화친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니, 우리 만년 자손에게 경계한다’고 적혀 있다. 원래는 대변항 방파제 안쪽의 동해바다가 굽어 보이는 곳에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항을 넓히면서 일본인에 의해 뽑혀 바닷속에 버려졌다. 해방 후 다시 건져 용암초등학교에 세워져 있다. 용암초등학교의 정문 옆에 안내판과 함께 보존되어 있다.
대변항의 북적거리는 식당과 상가 앞을 지나 대변마을 회관에서 좌회전하여 봉대산으로 올라간다. 봉대산으로 올라가는 길 양쪽으로는 미역을 말리는 작업장이 아직은 텅 빈 채로 있다. 이제 봄이 오면 이곳에는 햇살 아래서 바닷바람에 실려 오는 미역 냄새와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미역을 말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릴 거다.
봉대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평탄하고 완만해서 힘들지 않다. 봉대산을 내려가면 기장군청이 나온다. 기장군청으로 들어가 주차장을 통과해 후문으로 나가는 길이 해파랑길 코스다.
일광해수욕장이 위치한 곳은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삼성리인데 세 분의 성인이 빼어난 경치에 반해서 쉬어갔다는 삼성대에서 유래한 지명이라고 한다. 세 분의 성인은 원효대사, 의상대사, 윤필이라고도 하고 포은 정목주, 목은 이색, 도은 이숭인이라고 마을 입구의 석비에서 설명한다. 그러나 이 3 성인 유래설은 별로 근거가 없어 보인다. 부산광역시 홈페이지의 안내문에는 "삼성대는 ‘세미성대’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성이 있는 듯하다. ‘세미성대’를 줄이면 ‘세성대’가 되고 이를 한자식으로 바꾸면 ‘삼성대(三聖臺)’가 되기 때문이다.‘세미성’의 ‘세미’는 ‘샘’의 사투리 발음이고, ‘성’은 ‘섞’이 발음의 편의상 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섞’은 배를 정박하기 위해 배 밑에 대는 나무를 가리키는 말로 요즘의 ‘서까래’와 같은 말로 보인다. 삼성대의 남쪽에 약수터가 있고, 삼성대 앞의 모래사장에는 배를 대기 위한 섞이 깔려 있기 때문에 샘과 섞을 합해져 ‘세미섞’이 되었고 이것이 삼성이 되어 ‘삼성대’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라고 한다. 내 생각에도 부산시 홈페이지의 설명이 일리가 있다.
삼성대는 윤선도와 얽힌 일화도 있다. 윤선도가 기장에 귀양을 왔을 때 동생이 면회를 왔다. 동생과 삼성대에서 헤어지면서 슬픈 마음을 시로 남겼다. 삼성대는 일광해수욕장의 중간쯤에 있고 고산 윤선도 선생 시비도 있다. 죽성항 항학대에도 윤선도 동상과 시비가 있는데 해파랑길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광해수욕장을 계속 걷는데 바다를 바라보는 여자의 동상이 있다. 차림새는 아마도 해녀인 듯. '바다를 그리워하는 해순'이라는 명판이 붙어 있다. 기장 일대의 바닷가에는 아직도 해녀가 많이 남아 있다.
조금 더 가면 '난계 오영수 갯마을 문학비'가 서 있다. 그제야 해순이 누구인지 생각났다. 유독 과부가 많은 동해 어느 갯마을의 젊은 청상과부 해순의 사랑과 일상을 담은 오영수의 대표작 '갯마을'이다. 제주도에서 온 해녀의 딸인 해순은 두 남편을 차례로 바다와 징용으로 잃는다. 일제강점기 말에 오영수의 큰누이가 일광초등학교에 오게 되면서 오영수가 지인의 도움으로 일광면사무소의 임시직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그때 직접 보고 느낀 갯마을 주민들의 생활상과 여인의 삶을 소재로 더욱 현실감 있고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아낙네들은 해순이를 앞세우고 후리막으로 달려갔다. 맨발에 식은 모래가 해순이는 오장육부에 간지럽도록 시원하였다. 달음산 마루에 초아흐레 달이 걸렸다. 달그림자를 따라 멸치 떼가 들었다."
일광항에서 이동항으로 가는 길. 이 길은 좁고 위험해서 갈맷길에서는 대체 코스를 지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이 길을 몇 번 지났지만 신발만 제대로 신으면 크게 위험한 길은 아니다.
좁은 길을 지나서 해변으로 오면 길이 없어서 바닷가 돌무더기를 지나야 한다. 신발을 튼튼한 트래킹화나 등산화를 신지 않았으면 대체코스로 가기를 권한다. 주변 풍경은 볼만하다.
이동항에 도착했다.
이동항을 지나서 동백항 사이의 해안은 선바위유원지로 지정되어 있다. 몽돌과 기암이 펼쳐져 있고 수심이 얕아 가족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흔히 찾는다고 한다. 낚시꾼들도 많이 찾는다. 한겨울 추위 속에서 텐트를 친 모습을 볼 수 있다.
동백항이다. 빨간색 등대는 왼쪽으로 들어오라는 신호입니다. 하얀색 등대는 오른쪽으로 들어오라는 신호다.
물고기를 말리는 모습. 무슨 물고기인지는 모르겠다. 부산 사람들도 의외로 물고기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변명하고 싶다. 먹기는 잘 먹는다.
칠암은 아나고 회로 유명한 곳이다. 칠암항에는 특이하게 생긴 등대가 있다. 오른쪽에 하얀색 등대는 정식 명칭은 칠암항 남방파제 등대지만 흔히 야구등대라고 한다. 고 최동원 선수의 사진이 설치되어 있으며 '최동원 선수 미니 기념관'이기도 하다. 빨간색 등대는 부산 갈매기를 상징하는 갈매기 등대.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제일 왼쪽의 노란 등대는 칠암의 명물인 아나고 - 붕장어를 형상화한 붕장어 등대이다. 왼쪽의 방파제 뒤편으로 보이는 것은 고리 원자력 발전소다.
임랑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벌써 해가 졌다.
임랑해수욕장의 중간쯤의 임랑 행정봉사실과 119 구조대 앞에 해파랑길 3, 4코스 인증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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