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준이 사망했다. 〈은하철도 999〉의 일본판 주제곡 작사가이다. 그 소식을 듣고 옛날 가사들이 떠올랐다.
汽車は闇をぬけて 光の海へ
기차는 어둠을 빠져나와 빛의 바다로
夢がちらばる 無限の宇宙さ
꿈이 흩날리는 무한의 우주야
の架け橋 わたってゆこう
별의 다리를 건너서 가자
ひとは誰でも しあわせさがす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찾는
旅人のようなもの
여행자와 같은 것
우리가 부르던 한국어 버전은 김관현이 번안했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엔 햇빛이 쏟아지네
행복 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엄마 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오르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은하철도 999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원곡은 무한의 우주 속 고독한 여행자의 관조적 시선이고, 번안곡은 역경을 헤쳐나가는 소년의 불타는 의지다. 둘 다 맞다. 둘 다 슬프다.
레이지버스의 뿌리
〈은하철도 999〉는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이다. 그의 〈은하철도 999〉, 〈우주해적 하록〉, 〈천년여왕〉은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레이지버스'라는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한다. 999 외에는 제대로 본 작품이 없어서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이 거대한 상상력의 뿌리를 따라가면 또 다른 거장을 만난다.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
한국에서도 999의 모티브로 유명하다. 단순한 아동 문학을 넘어, 생명과 희생, 그리고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일본 문학의 걸작이다.
투명하리만큼 슬픈 여행
조반니는 고독하고 가난한 소년이다. 신문을 돌리고, 인쇄소에서 일하고, 병든 어머니를 돌본다.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한다. 은하수 축제 밤, 외로운 언덕에 누워 있다가 "은하정거장~"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눈을 뜨면 달리는 기차 안이다. 은하철도. 그리고 그 자리에는 자신을 유일하게 따뜻하게 대해주던 친구 캄파넬라가 있다. 두 소년은 백조자리, 전갈자리, 남십자자리를 지난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우주 정거장들을 여행한다. 그 풍경들.
창밖으로는 다이아몬드와 이슬과 온갖 아름다운 것을 한데 모아놓은 듯 눈부시게 찬란한 은하 바닥 위로 강물이 소리도 없이 흘러가고, 그 물줄기 가운데 푸르스름한 후광이 비치는 섬 하나가 보였습니다. 그 섬의 평평한 꼭대기에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멋진 하얀 십자가가 얼어붙은 북극의 구름으로 만든 듯 선명한 황금빛 후광에 둘러싸여 언제까지나 고요히 서있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의 끝. 석탄자루 성운 근처에 다다르면 캄파넬라가 사라진다. "진정한 행복을 위해 함께 가자"는 말을 남긴 채.
꿈에서 깨어난 조반니는 현실의 강가에서 듣는다. 캄파넬라가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고 진짜로 익사했다는 소식이다.
〈은하철도 999〉는 은하철도라는 설정만 빌렸을 뿐이다. 반면에 〈은하철도의 밤〉은 참... 투명하리만큼 슬프다. 은하수가 사실은 죽은 영혼들이 건너는 강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그 아름다운 묘사들이 모두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친구가 다른 아이를 구하고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조반니. 그의 마음이 어땠을지.
미야자와 겐지의 종교적 확신
이 책이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는 건 미야자와 겐지의 사상 때문이다. 슬픔을 넘어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묻는 그 태도. 헌신과 희생이 허무한 소멸이 아니라, 우주의 커다란 흐름 속으로 돌아가는 과정처럼 그려진다. 참 오묘하다.

겐지는 1896년 이와테현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글을 잘 썼는데, 책은 안 팔렸다. 동화집 〈주문이 많은 요리점〉도, 시집 〈봄과 아수라〉도. 판타지가 낯설었고, 어린이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대였으니까.
그는 작가로 먹고살 수 없었다. 농학과 재학 중에 〈화학본론〉을 읽고 감명받아 평생의 애독서가 되었다. 덕분에 농업고등학교 교사로 농업 발전을 위한 활동과 연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1921년 잡지에 동화를 발표했을 때 받은 원고료 5엔. 그것이 생전에 받은 유일한 원고료였다. 당시 쌀 10킬로그램이 2엔 50전이었으니, 큰 수입도 아니었다.
미야자와 겐지 전집에는 700여 편이 수록되어 있다. 죽고 난 후 발굴된 것들이다. 그중 〈은하철도의 밤〉이 가장 걸작으로 꼽힌다. 판타지 형식으로 쓰인 이 작품은 은하를 환상적으로 묘사한 동시에, 죽은 뒤의 세계를 그린 심오한 작품이다.
불교 가정에서 태어난 겐지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 [묘법연화경], 즉 법화경에 심취했다. 대승 불교의 근본 경전이다. 죽을 때 법화경 1000부를 인쇄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겐지의 종교적 확신은 명확했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생명을 다해도 광대한 우주 어딘가에 죽지 않고 산다는 것. 〈은하철도의 밤〉은 그 확신을 이야기로 옮긴 것이다. 사랑하는 동생 도시코를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려는 마음도 담겨 있었다.
조반니는 캄파넬라와의 여행을 통해 깨닫는다.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지만, 이별이 영원한 것은 아니라는 것. 이 세상의 이별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래서 그는 다짐한다.
"모두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라면 내 몸이 백 번 불타버려도 상관없어."
은하철도는 계속 달린다
젊은 나이에 죽은 겐지. 다수의 미발표작을 남겼다. 맑고 고결한 심성과 법화경 사상을 바탕으로 세상 모든 존재의 행복을 추구했던 사람.
하시모토 준의 가사에 담긴 '빛의 바다를 향해 행복을 찾는 여행자', 김관현이 번안한 '그리움을 안고 달리는 소년', 그들 모두는 결국 미야자와 겐지가 평생 갈구했던 '모두의 진정한 행복'을 향해 달리고 있다.
세상을 떠난 동화작가와 작사가를 생각한다. 그들이 구축한 은하철도의 세계는 현재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수많은 예술과 애니메이션으로 계속 재창조되고 있다.
별의 다리를 건너서 간다. 계속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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