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죽지 않는 계단

낙타 2026. 9. 1. 23:22

엄마
김종삼

아침엔 라면을 맛있게들 먹었지
엄만 장사를 잘할 줄 모르는 행상이란다

너희들 오늘도 나와 있구나 저물어 가는 산허리에
내일은 꼭 하나님의 은혜로
엄마의 지혜로 먹을거랑 입을거랑 가지고 오마.

엄만 죽지 않는 계단


나는 글을 쓴다면 우리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서 꼭 써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내가 쓰지 않는다면 이제는 아무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삶을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 그 시대의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

앞서 '아버지를 그리는 노래'에서 어머니 얘기를 살짝 흘렸다. 오늘은 그 뒤를 잇는, 어머니를 그리는 시 두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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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그리며 막걸리 한잔. 우아한 유령. 아디오스 노니노

아버지 어머니 계시는 추모공원에 다녀왔다. 앞에 앉았다가 주위를 둘러본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편히 쉬세요. 지워질까 봐 아예 돌에 새겨놓은 감사와 사랑, 절절한 그리움.형제도 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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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어릴 적 소고기도 마다하고 몸종을 부리며 살았다고 한다. 부잣집 딸이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 부잣집이 일본에 있었다는 것. 어떻게 그리 잘살았는지는 궁금하지만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과거 이야기를 안 하셨다. 가끔  지나가는 한 마디 말씀으로 우리는 짐작할 뿐이었다.

해방이 되자 사정은 뒤집혔다. 입고 있던 옷만 걸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하룻밤 새 구렁텅이로 떨어진 셈이다. 그렇게 몰락한 집안의 딸은 어찌어찌 띠동갑 차이 나는 가난한 총각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아이 일곱을 낳아 하나를 잃고 여섯을 키웠다. 억척스럽게 벌어 집도 짓고 논도 마련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병수발과 자식들 뒷바라지에, 그 집도 논도 결국 다 팔아야 했다. 남은 건 시장 좌판이었다. 밑천이랄 것도 없어서, 근처 바닷가에서 조개나 미더덕을 머리에 이고 올 수 있는 만큼만 받아다 팔았다. 어떤 날은 마늘을 떼다 팔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텼다.

나중에 언젠가 말씀하시길, 점심으로 국수 한 그릇 사 먹을 돈이 아까워서 쿨피스 한 병으로 하루를 버틴 날도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엄마의 땀과 눈물과 피로 우리는 자랐다. 엄마는 죽지 않는 계단이다.


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은 어린 시절에 겪었던 가난과 외로움,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묘사한다. 마치 김종삼의 [엄마]에 대한 대구를 이루는 듯해서 나는 항상 두 시가 같이 생각난다.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