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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걷다

우주인들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을 때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많이 읽은 대화책

by 낙타 2021. 4. 21.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로 인한 고민이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분은 평생 돈 때문에 고민해본 적은 없나 보다.  대부분은 돈이 제일 걱정거리 아닌가? 돈문제는 어떻게 넘어간다치고 -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으니 포기하고 -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도 해보자. 왜 이렇게 인간관계의 문제가 많을까? 

우리가 세상을 잘못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물리적인 세상도 우리가 감각으로 느끼는 것과 실체는 다르다는 것이 최근 물리학의 결론인 듯하다.

 

2021.02.23 - [책 속으로 걷다]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카를로 로벨리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카를로 로벨리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카를로 로벨리 루프 양자중력 이론의 관점에서 바라본 '시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年年歲歲花相似(년년세세화상사) 歲歲年年人不同(세세년년인부동) 해마다 꽃은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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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3 - [책 속으로 걷다] -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사리자여,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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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인간 세상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당장 심리학 책을 한권만 펼쳐 보면 우리가 잘못 인식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오류에 대해 심리학자들이 분류해 놓은 목록을 잔뜩 볼 수 있다. 

심지어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대부분은 오해를 바탕으로 인식하고 판단 내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어떨까? 우리가 다른 사람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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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우주정거장에는 몇명의 사람들이 있을까? 4,5명? 7,8명 정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모두 성인들이고 엔지니어나 전문직으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고 심리나 대인 관계가 문제가 없는 사람들을 뽑았을 것이다. 우주선의 업무는 각자 전문분야가 있고  결정권이 분명하다. 영화에서 봐서 안다. 그런데 그렇게 소수의 이성적인 사람들로  조직된 사회도 인간관계로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우주정거장은 마음에 안든다고 문 열고 나갈 수는 없으니 문제이긴 하겠다.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한 갈등은 반드시 발생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도 매우 강렬하다는 것이 [우주인들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받을 때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많이 읽은 대화책]이라는 이상한 제목을 가진 책의 설명이다. 원제는 뭐지? 처음부터 이런 제목을 가지지는 않았을 텐데? 원제는 "대화의 심리학'으로 2003년 나왔다.

 

 


이 책은 '하버드협상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하버드협상프로젝트는 연구자들이 대화와 협상, 문제 해결 방법 등에 관하여 쓴 책들이 수백만 부씩 팔리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유명해졌다. 상호 간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대화 기술은 '하버드식 대화법'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대라고 하면 경영이나 법대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심리학이나 인지과학 분야의 연구도 활발하다. 하긴 세계 최고의 대학교를 다투는데 어느 한 분야인들 허술할까. 

인상적인 사례 중 하나로 하버드대학교의 성인발달연구는 75년간 남성 724명의 인생을 추적해서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연구했다. 대단하다. 아마 하버드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이런 연구를 못할 것이다. 하버드대 정도로 돈이 넉넉하고 뭘 하든 사람들이 믿어주는 유명세가 있어야만 가능할 듯. TED 강연을 한번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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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심리학이 철학으로서 사변적인 경향이라면 미국의 심리학은 이렇게 한줄한줄 정성 들여 오랜 기간 자료를 모으고 분석한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스타일이 알기 쉽고 와 닿는다. 영업이나 회사 생활 등에서 써먹기도 쉽고. 반면에 유럽 특히 프랑스 철학은 배우기는 어렵지만 배워두면 어디에서든 어려운 말을 멋있게 할 수 있고 비평 등으로 먹고살기에 특화된 장점이 있다. 

"대화는 이해를 넓혀 주지만 고독은 천재를 낳는다." 

영국의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가 [역사의 연구]에서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에 대한 평이다. 현실에서는 대화가 이해를 넓혀주기는 커녕 갈등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사람들이 대화에 임할 때 말로써 상대방을 이기려고 하기 때문이다. 대화를 마치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게임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는 결국 서로에게 상처와 분노, 죄책감만 안겨줄 뿐이고 서로 간의 이해로부터는 더욱 멀어진다. 하버드식 대화법은 이러한 적대적인 대화 태도의 한계를 밝히고, 동등한 관계에서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대화의 프레임을 재정립한 기술이다. 

물론 쉬운 건 아니다. 다양한 갈등 상황에서 대화를 어럽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지, 스트레스와 상처 없이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책에서 제시한다.

어려운 대화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갈등 대화, 감정 대화, 정체성 대화.

갈등 대화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혹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이 원인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는데 누가 옳고 그 말은 무슨 의미이며 누가 잘못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다툼인데 서로 상대방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서로 정보가 다르고 해석이 다르고 이익이 다르기 때문이다. 

감정 대화는 대화의 핵심은 감정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감정은 무척 복잡하고 애매모호하다. 자기 자신의 감정부터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감정은 단순히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을 너무 단순하게 파악한다. 혈액형별 성격 분류를 쉽게 믿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의 복잡한 정체성을 그렇게 간단히 몇 가지로 나누다니... 사람의 성격이나 심리는 너무나 복잡하고 상황에 따라서 변하는 데다 서로 대립되는 성격이 혼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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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감정 대화에서는 먼저 자기감정을 파악하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정체성 대화는 무엇일까? 정체성의 종류는 아마 세계 인구의 숫자만큼 많겠지만 모든 정체성에는 세 가지 공통적인 요소가 있으며, 그 요소들이 사람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의 밑바탕을 이룬다. 

나는 능력이 있는가. 
나는 착한 사람인가.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가. 

이러한 정체성이 흔들리면 균형을 잃는다.

대화에서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것들은 나와 상대방에게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나와 똑같이 상대방도 갈등 상황에서 정보와 해석과 이익이 다르며 감정이 복잡하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대화는 먼저 이것부터 인정해야 한다. 모두가 흠이 있고 불완전하다는 것을. 

이 책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흥미 있는 대화법을 설명한다. 사실 대화법을 설명하다기보다는 인간에 대해 알려준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대화는 싸움이 아니다. 대화의 기술은 싸움에서 이기는 기술이 아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며 상대방을 이해하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