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맷길 3코스 1구간
2021.9.18
거리 : 13.8km
시간 : 4:22
갈맷길 3-1 시작점인 오륙도유람선선착장은 동생말에서 오륙도까지 이어지는 이기대해안산책로의 종점이다. 또 갈맷길 2코스 2길의 종점이며 갈맷길 3코스 1길의 시작점이다. 해파랑길 1코스와 남파랑길 1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오륙도 선착장을 기점으로 남해와 동해를 나눈다. 오륙도해맞이공원과 이기대 자연마당이 있으며 오륙도 스카이워크가 있어서 가족 나들이에 좋은 곳이다.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35m의 해안 끝 절벽에 위치하고 있다. 투명 유리 바닥 아래로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와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에 마음이 탁 트인다.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변하는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일본 대마도까지 보인다.
전망대에서는 오륙도가 가깝긴 한데 5개 혹은 6개라는 섬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오륙도를 제대로 바라보려면 신선대에서 잘 보인다.
오륙도는 말안장처럼 생긴 육지 끝이라는 뜻의 승두말로부터 늘어서 있는 6개의 바위섬들이다.
육지에서 가까운 순으로 세찬 바람과 파도를 막아 주는 방패섬, 섬의 꼭대기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솔섬, 갈매기를 사냥하기 위해 수리가 많이 모여드는 수리섬, 뾰족하게 생긴 송곳섬, 굴이 있는 굴섬, 등대가 있는 등대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12만 년 전까지는 육지에 이어져 있었으나 파도에 깎이고 남은 부분이 오륙도가 되었다.
1740년 편찬된 동래부지 산천조에 "오륙도는 절영도 동쪽에 있다. 봉우리와 뫼의 모양이 기이하고 바다 가운데 나란히 서있으니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가 되고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되어 이렇게 이름한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봉우리의 수가 다르게 보여서 오륙도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조수의 차이로 섬의 개수가 5개에서 6개로 된다고도 한다. 아마도 진실은 둘 다가 아닐까 싶다.
부산의 5대는 해운대, 이기대, 태종대, 몰운대, 신선대다. 모두가 빼어난 경치이지만 신선대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듯하다. 부산사람들도 신선대하면 신선대부두가 더 익숙하다.
신선대라는 이름은 산봉우리 ‘무제등’이란 큰 바위에 남은 신선과 말의 발자국에서 유래했다. 또 신라시대 대 문장가인 최치원이 신선이 되어 유람하며 바위에 신선대라는 글자를 새겼다고 한다. 하지만 신선의 발자국도 대 문장가의 글씨도 오랜 세월에 사라졌다. 이름의 유래와는 달리 신선대에는 2005년까지 쓰레기 소각장이 있었다. 그 자리를 공원으로 개발한 것이다. 전망대에서는 오륙도와 국립해양대가 있는 조도, 영도가 보이고 부산의 내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수평선 저 멀리 일본 대마도까지 펼쳐진다. 특히 부산항 대교와 부두의 야경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이다.
근처에는 한국과 미국의 해군 시설이 있다. 함부로 사진 찍으면 큰일 날 것 같은 소심함.
또 역사적 의미도 있다. 1797년 10월 14일 영국 해군 소속 탐사선 프로비던스호가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한반도와 영국이 최초로 만난 것이다. 윌리엄 브로우턴 함장의 부산 방문 200주년 기념으로 그가 부산항을 정밀하게 측량 관측했던 지점에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남의 나라에 들어와서 마음대로 측량을 했는데 그게 기념할 일인가 싶기도 하다. 이런 것을 바보 인증이라고 부르지 않나? 바보는 사실이니 기념비 세워놓고 잊지 않는 것도 좋겠다.
기념비에는 함장의 일기 일부분을 새겼다. 이런 거 꼼꼼하게 읽어보는 1인.
이른 아침 우리 배를 보기 위해 호기심에 가득한 남자, 여자, 어린아이들을 가득 실은 작은 배들이 우리 배를 둘러쌓다. 그들은 누볐거나 겹 천으로 된 흰 무명천으로 헐렁한 상의와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크고 헐렁한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여자들은 속바지 위에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남녀 모두가 흰 무명 버선과 볏짚으로 만든 짚신을 신고 있었다. 남자들은 머리카락을 정수리에 묶어 상투를 틀었고, 여자들은 머리카락을 꼬고 땋아서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우리 배에서 가까운 남쪽에 있는 산(신선대)으로 올라가 방위각을 재기 위해 뭍으로 나갔다. 정상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시야는 매우 넓었고, 항구의 모든 부분을 명확히 볼 수 있었다. 이 산의 강한 자력으로 인해 나침반의 바늘이 정확한 방향을 알리지 못하고 항상 북쪽이 아닌 동쪽을 알리므로 방위각 측정은 소용이 없었다. 나는 가파르고 높고 튀어나온 이 산이 우리 나침반 바늘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지도상에 이 산의 이름을 ‘자석의 머리’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영국 앤드류 왕자 방한 기념비도 있는데 찾지 못했다. 그냥 지나쳤나 보다. 왕도 아니고 무슨 왕자의 방한 기념비까지.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덮여 있는 신선대에서 내려가는 완만한 경사로를 걸어가다가 UN평화공원쪽으로 꽃댕강나무와 벚나무 가로수가 있는 신선대산복도로로 이어진다.
동명대학교를 지나서 세계 유일의 UN군 묘지인 재한UN기념공원과 평화공원이 나온다. 부산시수목전시원, 대연수목전시원, UN조각공원, 부산시립박물관이 하나의 큰 공원을 이룬다. 길 건너에 부산문화회관이 있으며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도 근처에 있다. 볼 것은 많은데 하루가 짧으니 아쉬울 수밖에.
UN평화공원에 갈맷길 3코스 1구간 중간인증대가 있다.
우암동 일대는 온통 재개발 건축 현장이다. 우암동 도시숲으로 오르는 길
우암동 도시숲을 나오면 또 공사현장. 갈맷길에서 살짝 벗어나서 남파랑길 1코스인 숲 속 오솔길로 간다. 아스발트길로 된 도심길을 한참 걸은 터라 숲길과 흙길이 반갑다. 숲길이 끝나고 문현 곱창골목을 향해 장고개를 넘어간다.
우암동 쪽에서 문현동 쪽으로 넘어오는 고개를 "장을 보러 갈 때 넘는 고개" 장고개라 불렀다. 옛날 이 고갯길을 우암동, 감만동, 용호동 사람들이 머리에 장바구니와 보따리를 이고 부산진시장 일대의 부산장에 가려고 넘었다.
문현 곱창골목이다. 문현동에는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재래시장과 가축시장이 있었다. 시장에 장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인근 도축장에서 나오는 자투리 고기와 부산물을 재료로 하는 음식을 팔았다. 그중 하나가 곱창이다. 독특한 맛과 푸짐한 양으로 소문이 났다. 곱창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들이 생겨서 현재까지 이어지며 "곱창골목"으로 불리게 되었다. 배고픈 시절에 지방 가득한 곱창이 얼마나 맛있었겠나. 말 그대로 배에 기름칠하는 느낌이었을 터다.
2001년에 영화 "친구"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졌다. 서민들의 허기진 배를 치워주던 저렴한 곱창이 이제는 일부러 찾아가서 먹는 별미가 되었다.
종점에 거의 도착했다. 부산진성공원이다. 예전에는 자성대공원이었는데 자성대가 일본식 성곽 표기라고 해서 최근에 '부산진성공원'으로 변경했다. 자성대란 이름은 부산진성이 모성(母城)이고 이 성을 자성(子城)이라고 불러서, 혹은 산 정상에 자성을 만들고 장대(將臺)로 사용하여서라고 한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왜군이 부산진성을 헐고 일본식 성을 쌓아 지휘소로 사용했고, 그 뒤에는 명나라 군대가 주둔하기도 했다. 이후 자성대를 중심으로 성과 사대문을 쌓고 관아로 사용하였으나 일제강점기에 철거되었다. 근처에 임진왜란과 관련된 몇몇 유적이 있다. 지금의 건축물들은 1974~1975년 부산시에서 정화 복원공사를 하여 동문·서문·장대를 새로 지은 것이다. 생각해보니 일본은 한국의 과거를 참 꼼꼼하게도 지웠다.
영가대는 일본에 파견되었던 조선통신사행과 관련 있다. 1614년에 부산진성 근처에 새로 선착장을 만들었다. 이때 바다에서 퍼올린 흙이 쌓인 작은 언덕에 나무를 심고 정자를 지었다. 1617년에 조선 사신이 영가대에서 일본으로 출발한 이후부터 통신사행은 이곳에서 출발하고 돌아왔다. 출발 전에는 이곳에서 안전 항해와 무사 귀환을 비는 해신재를 올렸다. 원래의 영가대는 동구 범일동 성남초등학교 서쪽 경부선 철로 변에 있었다. 1910년경 경부선 철도 공사로 없어졌고, 현재의 영가대는 2003년에 복원했다. 부산진시장 뒤편 철길 옆에 영가대 자리를 표시하는 비석이 있다. 옆에 있는 조선통신사 역사관에서 조선통신사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볼 수 있다. 입장료 무료.
범일2동 주민센터 앞에 갈맷길 3코스 1길 종점, 3코스 2길 시작 인증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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