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정말 놀라운 시대다. 우선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의 수가 지금까지 죽은 사람들보다 많다. 또한 유례없는 분량의 자원을 소모한다. 또 엄청난 양의 무언가를 만들고 쓰레기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그중에는 정보, 지식도 있다.
오늘날 세계가 만들어내는 정보량은 얼마나 될까. 다른 매체의 정보를 제외하고 디지털 정보만 따져보자. IBM에 따르면 인류는 2020년에 하루에 약 25억 기가바이트의 디지털 정보를 만들었다. 2020년 8월 11일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물리학과 멜빈 봅슨(Melvin Vopson) 교수의 발표에 의하면 오늘날 존재하는 전 세계 데이터 양의 90%가 지난 10년 동안에 만들어졌으며 매년 수십% 씩 증가하는 중이다. 유튜브에 하루 동안 올라오는 비디오는 평생 동안 보아도 다 못 본다.
우리의 삶을 덮치고 있는 거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내용이 "뉴스'이다. 우리는 매일 엄청난 뉴스를 접하고 있지만 정작 뉴스 그 자체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뉴스는 무엇일까? 우리는 뉴스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것일까?
위키백과에 의하면 뉴스 News란 낱말은 14세기에 등장하였다. New의 복수 형태이다. 동서남북 사방(North, East, West, South)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니란다.
뉴스에 대한 욕구는 오래되었다. 원초적이고 본능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사람들 간의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우리가 인사로 하는 '안녕하십니까?' '잘 지내셨습니까?'는 바로 소식을 주고받는 것이다. 뉴스의 전달인 셈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는 인간의 언어와 뒷담화에 대한 이론이 나온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언어는 세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이다. 인간의 언어가 진화한 것은 소문을 이야기하고 수다를 떨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즉 뉴스를 주고받기 위해서 언어가 발달한 것이다. 사자와 들소의 위치, 그리고 누가 누구를 미워하는지, 누가 누구와 잠자리를 같이하는지, 누가 정직하고 누가 속이는지.
철학자 헤겔은 사람을 인도하는 원천이자 권위의 시금석으로서의 종교를 뉴스가 대체할 때 사회는 근대화된다고 했다. 기도하는 시간은 뉴스를 보는 시간을 바뀌었다. 저녁 9시 뉴스는 모두가 보아야 하는 경건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서 무언가를 얻기를 원한다.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 파악하고, 경제를 예측하고, 내일의 날씨 예언을 받아야 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시시콜콜한 사건들이 보도되면 우리는 놀랍고, 무섭고, 우습고, 재미있고, 신기해한다.
저자는 뉴스의 세세한 내용을 파고들지만 낙관적이다. 아니 낭만적인가? 뉴스는 우리에게 이루어야 할 목표가 있다.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등장하는 사회 뉴스를 보자. 정치에 관한 뉴스는 복잡한 우리 사회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사회가 개혁해야 할 필요성을 알려준다. 동시에 적절하게 대중이 분노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 정치 뉴스는 국가의 모습을 전달하며 권력자들과 시스템을 감시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해외 뉴스는 외국의 생활 모습을 알려준다. 그 나라에서 벌어지는 잔인하고 극적인 위기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반복되는 이러한 내용은 우리를 지치고 무감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해외 뉴스는 우리가 다른 나라의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같은 인간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경제 뉴스도 제 역할이 있다. 경제 뉴스는 현재의 경제적 발전상을 보여주고 합리적이고 만족스러운 형태로 발전하는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단순한 경제 데이터의 나열이 아니라 산업의 여러 생산 활동을 재현함으로 우리가 현실을 깨닫도록 한다.
스포츠나 연예계, 왕실의 인사들, 재계의 거물들에 관한 뉴스는 어떤가? 현재 이 뉴스 영역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 많은 부분이 넘어갔다. 셀레버레티, 인플루언스들은 우리 시대의 가장 존경할 만한 인물들이 되었다. 그들의 영감과 지혜 - 성공의 비결, 재테크, 다이어트 방법, 요리법 등등. - 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우리는 그들을 질투하면서 따라 하게 된다.
재난뉴스도 있다. 우리는 멀리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에 대해서,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고 있다. 재난은 한순간에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부수고 우리의 삶을 참혹하게 만든다. 우리의 삶은 연약하고 무기력하다. 우리의 일상은 언제든지 사고나 폭력으로 깨질 수 있다. 다른 사람이 겪은 재난이 얼마든지 나에게도 닥칠 수 있다. 이 점을 알게 되면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 공감하고 우리의 삶을 감사하게 된다.
소비자 정보 뉴스 분야도 있다. 소비는 단순히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다. 심리적 만족감, 행복의 일부를 사는 것이다. 소비자 정보 뉴스는 상품과 서비스로 사람들이 행복을 얻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뉴스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뉴스가 너무 많다. 반복되는 비슷한 소식이 어제는 미국에서 오늘은 런던에서 내일은 다른 곳에서 쏟아진다. 비슷한 사고 소식이, 경제 뉴스가, 불륜에 관한 기사가 나올 것이다. 이렇게 쏟아지는 뉴스를 쫓아다니면 어느새 우리는 뉴스에 파묻혀서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중요한 소식은 놓치고 판단해야 할 일들을 흘려버릴 수 있다.
두 번째로 그렇게 무수히 많이 쏟아지는 뉴스도 누군가에 의해서 걸러졌다. 신문에 실린 기사들, TV 뉴스에 나오는 화면들, 유튜브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나오는 무수히 많은 뉴스들이 모두 선택되었다. 내용만이 아니다. 알릴 것인지 알리지 않을지부터 편집이 시작된다. 한겨레 신문과 조선일보를 보자. 이 두 신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설이 아니다. 어떤 내용이 실리고 어떤 내용이 실리지 않았는지가 가장 큰 차이다. 그래서 나란히 펼쳐 놓고 보면 두 신문이 같은 세상에 대해서 보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두 신문은 평행 세계, 각기 전혀 다른 차원의 세상에 대해서 전하는 것 아닐까?
우리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뉴스의 물량 공세에 헤매기 쉽고, 그렇다고 멀리하면 시대에 뒤처질 것 같다. 뉴스와 일상적으로 만나면서도 거리를 두고 검토할 줄 알아야 한다.
뉴스가 더 이상 우리에게 가르쳐줄 독창적이거나 중요한 무언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챌 때 삶은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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