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으로 영상을 만들고 작곡을 하며 코딩까지 하는 세상입니다. 저는 다른 재주는 없어서 글쓰기에만 살짝 AI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어느 날 칼 젠킨스의 팔라디오를 듣다가 문득 신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천재가 그토록 많은 음악을 만들어냈는데, 아직도 새로운 멜로디가 나올 구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말이죠. 이제는 새로운 창작의 샘이 마를 때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다가 AI에게 제 생각을 입력하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이 내용에 대해서 사실 확인을 하고 내용을 추가해 줘
내가 음악에 대해서 항상 신기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 음악은. 적어도 현대의 체계적인 음악은 12 음계를 사용하고 있다. 모든 음악은 이것으로 표기된다. 그래서 저작권을 따질 때는 악보가 아니라 12음의 이어짐으로 저작권과 표절 여부를 결정한다.
한 마디에서 최대치로 10개의 음표를 사용한다고 가정하자. 표현의 가짓수는 12의 10 제곱이다. 계산 결과는 61,917,364,224. 대충 6백2십억. 엄청나게 많아 보이지만 12음계를 사용해서 음악을 만든 지 어언 3백 년,
이 정도면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다 나오고도 남았을 텐데. 놀랍게도 아직도 새로운 음악이 작곡된다.
AI가 내놓은 답변을 다듬고 문단을 조절하고 제 생각을 붙여서 블로그에 글을 올렸습니다. 결과물이 이 글입니다.
12개의 음표가 만드는 무한한 우주, 그리고 칼 젠킨스의 팔라디오
우리가 듣는 현대의 모든 음악은 사실 단 12개의 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적어도 체계화된 음악은 12음계 안에서 모든 멜로디가 탄생하고 기록되죠. 그래서 저작권을 가릴 때도 악보 그 자
dnlsoli.tistory.com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조금 간지러웠습니다. 이 글은 과연 내가 쓴 걸까요, 아니면 AI가 쓴 걸까요? 내가 썼다고 하기엔 양심이 조금 찔립니다. 그렇다고 AI가 썼다고 하기엔 내 아이디어가 담겼으니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미술사의 혁명적인 사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마르셀 뒤샹이 1917년에 선보인 작품 샘입니다. 평범한 소변기에 가상의 이름인 R. Mutt라고 서명만 해서 전시회에 내놓았던 그 파격적인 작품 말입니다. 당시 예술계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예술가의 손으로 직접 빚어낸 것만이 예술이라고 믿던 시대였으니까요. 하지만 뒤샹은 단호했습니다.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대상을 직접 만드는 손재주가 아니라, 어떤 개념을 창조하느냐는 정신에 있다고 주장했죠.

AI시대의 글쓰기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과거의 글쓰기는 작가의 피땀 어린 노고와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는 장인 정신의 산물이었습니다, AI 시대의 글쓰기는 조금 다른 국면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쓰고 싶은 주제를 입력하면 AI는 우리보다 훨씬 매끄러운 문장력으로 양질의 결과물을 쏟아냅니다. 아마도 뛰어난 작가들 외에는 AI보다 글을 잘 쓰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글쓰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작업이 되어버린 걸까요?
저는 다시 한번 자문해 봅니다. 내 블로그의 글은 진정 나의 것인가? 대답은 예스입니다. 미술에 레디메이드가 있듯이 글쓰기에도 레디메이드 글쓰기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제 글쓰기는 화려한 문장력의 대결이 아니라 어떤 개념을 선점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무엇을 주제로, 어떤 구조로, 어떤 주장을 담을 것인가 하는 그 개념이 나의 것이라면, AI라는 도구를 빌려 썼더라도 그 글의 주인은 당당히 나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로 레디메이드 글쓰기라는 이 기막힌 개념은 제가 처음으로 생각해 냈습니다. 이 아이디어의 저작권은 꼭 제 이름으로 남겨두고 싶네요.
이 글도 AI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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