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여
다 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최근 부산 송정 해수욕장의 죽도 입구에 다녀왔습니다. 지난번 방문 때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념비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보았습니다. 2025년에 세워진 동요 ‘섬집 아기’의 노래비더군요.

아마 우리나라 사람 중에 이 노래를 모르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이 곡은 ‘반짝반짝 작은 별’이나 모차르트의 자장가와 더불어 부모님이 아이를 재울 때 가장 즐겨 부르는 국민 자장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는 한국전쟁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던 한인현 작가가 지은 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피난 시절 작가는 부산 송정 앞바다의 작은 섬에서 홀로 잠든 아이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고달픈 삶과 엄마를 기다리다 지쳐 잠든 아기의 모습을 애틋하게 그려낸 작품이죠.

많은 분이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거나 마음이 아리다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이흥렬 작곡가는 서정적이면서도 애상적인 멜로디를 통해 쓸쓸한 섬마을의 분위기를 극대화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사 속에 담긴 ‘엄마의 부재’와 ‘기다림’이라는 테마가 우리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건드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아름답고 슬픈 노래에 뜻밖의 서늘한 해석이 따라붙기도 합니다. 아기가 혼자 집을 본다는 설정이 사실은 방치를 의미하며, 바다의 자장가에 잠들었다는 대목은 아기가 굶주림 끝에 숨을 거두는 과정을 묘사했다는 주장입니다. 갈매기 울음소리는 죽음을 알리는 부고이고, 뒤늦게 달려온 엄마는 이미 숨진 아이를 보며 오열한다는 비극적인 시나리오죠. 이 외에도 몇 가지 무서운 버전의 괴담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시대 상황을 떠올려 보면 이는 괴담보다는 슬픈 현실에 가깝습니다.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시절,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아이가 홀로 집을 지키는 풍경은 너무나 흔한 자화상이었습니다. 특히 2절 가사를 보면 엄마는 아기가 걱정되어 다 채우지도 못한 굴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모랫길을 달려오고 있습니다.
이 노래에 무서운 해석이 붙은 이유는 가락 자체가 주는 낮고 적막한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난과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우리 어머니들의 절절한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이제는 이 노래를 들을 때 고단한 하루 끝에 아기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오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독일 합창단이 부르는 한국 동요 ‘섬집아기’ 풀버전 | 한화클래식 2024
바로크 음악 최고의 하모니를 경험할 수 있었던한화클래식2024가 뜨거운 호응 속 막을 내렸습니다.⠀클래식에 진심인 한화가 2013년부터 기획, 주최해 온 한화클래식은세계적인 고음악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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