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가면을 벗고 나를 만나는 연습

낙타 2026. 3. 3. 11:00

어릴 적 나는 숫기가 없었고 사람 대하기를 무척 어려워했다. 지금은 사회생활을 제법 잘하는 편이다. 오랜 시간 세상 풍파에 깎여 둥글게 변한 모양이다.

실제 기분과 상관없이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지낸다. 명랑하게 행동하는 것은 사회적 생존을 위한 나의 적응 기제였다. 하지만 밝은 모습과 내면 사이의 괴리감은 나를 지치게 했다. 내가 쓴 명랑한 가면은 페르소나다. 사회적 요구에 맞춘 가면과 참 자기 사이의 간극이 커질수록 에너지는 고갈된다.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랑받는 느낌은 오히려 깊은 고립감을 불러왔다.

타인에게 늘 좋은 모습만 보이려는 욕구는 버림받지 않으려는 두려움의 발현일지 모른다. 나는 타인의 일에 마음의 벽을 치며 나를 보호해왔다. 사회적 가면을 유지하느라 쏟은 에너지가 너무 커서 선택적 집중을 한 셈이다. 이 벽은 무관심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요새였다.

트레킹과 글쓰기는 내가 가면을 벗는 휴식 시간이었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혼자 걷는 트레킹은 사회적 지위나 예의 바른 미소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오직 걷는 나라는 육체적 실존만 남는 시간이다. 담백해진 마음으로 문장을 적어 내려가면 내면의 진짜 목소리가 들린다. 트레킹은 몸으로 쓰는 글이고 글쓰기는 마음으로 걷는 길이다. 이 두 활동은 나를 지켜주던 벽을 사유를 위한 건강한 창문으로 바꿔준다.

일상에서도 정신과 마음의 에너지 보존 법칙을 실천하기로 했다. 상대의 말이 끝나면 속으로 셋을 세고 답하는 3초 법칙을 사용한다. 과도한 리액션의 볼륨을 낮추고 가벼운 미소와 질문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넘긴다. 침묵은 어색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휴식 시간임을 인정한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오늘 좀 차분하게 경청하고 싶다고 웃으며 답할 것이다. 그것이 가면을 조금씩 벗고 진짜 나로 살아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