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씨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난 김에 몇 자 적어봅니다. 이렇게 필(feel) 받을 때가 있잖아요.
[단상] 피아노와 트럼펫, 그리고 이웃들: 진정한 문화 강국이란 무엇인가
올해 여든살의 피아니스트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이 4월3일 부산시민회관에서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이야기를 듣다 문득 든 생각들을 정리해 봅니다.백건우 선생은 오랜 기간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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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백건우 씨가 치매 걸린 아내 윤정희 씨를 방치했다고 한바탕 난리가 났었죠. 저는 처음에 딸이 아버지를 고발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딸은 아버지 편에서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있었고, 오히려 윤정희 씨의 동생들(처가 식구들)이 비난한 거더군요. 결국 프랑스 법원에서도 백건우 씨 손을 들어줬고요.
참, 남의 가정사는 겉만 봐선 모르는 건데 사정도 모르는 남들이 함부로 간섭할 문제가 아니지 싶습니다.
말 나온 김에 예술가들의 인간성 한번 훑어볼까요? 예전에 스페이스움에서 연주 들었을 때, 사회자가 그날 언급된 예술가들이 하필이면 죄다 인성이 파탄 났다고 탄식하던 게 기억납니다.
세상 어디나 그렇지만, 예술계라고 고상하고 훌륭한 분들만 있는 건 아니죠. 좋은 분, 이상한 사람, 나쁜 놈이 골고루 섞여 있습니다. 확실히 예술성과 인간성은 별개인 듯합니다.
순진무구한 천재 소년 이미지인 모차르트는 여자의 속살을 좋아한 건 기본이고, 사실 좀 충격적인 취향이 있었는데요. 바로 '똥, 방귀' 이야기를 병적으로 좋아했다고 합니다. 사촌 누이에게 보낸 편지들이 온통 배설물 농담으로 가득 차 있다니, 그 천진난만한 얼굴 뒤에 그런 반전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ㅋㅋㅋ

악성 베토벤은 성격 괴팍한 건 유명하고, 오랫동안 매독으로 죽었다는 설이 유력했죠. 그런데 작년에 머리카락 DNA를 분석한 결과가 나왔는데 매독이 아니라 'B형 간염'과 '음주로 인한 간경화'가 사인이었다네요. 술이 웬수입니다.

모차르트나 베토벤은 인간성이라고까지 말할건 아니지요. 반전 이미지라고나 할까요?
진짜 '나쁜 놈' 계보에는 조각가 로댕이 빠질 수 없죠.
로댕은 마흔셋에 스무 살의 제자 카미유 클로델을 만났습니다. 로댕은 젊은 카미유의 재능과 사랑, 젊음을 쏙 뽑아먹고는 비참하게 버렸죠. 더 화가 나는 건, 로댕 곁엔 평생 그를 하녀처럼 뒷바라지한 조강지처 '로즈 뵈레'가 있었다는 겁니다. 로댕은 평생 딴짓하다가 로즈가 죽기 딱 2주 전에야 결혼식을 올려줬다고 하니, 두 여자 모두에게 몹쓸 짓을 한 셈입니다.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내인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가 불치병(다발성 경화증)으로 몸이 굳어갔습니다. 자클린느는 다렌보임과 결혼하기 위해 유대교로 개종하면서 헌신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렌보임은 간호는커녕 프랑스에서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와 딴살림을 차리고 아이를 둘이나 낳았습니다. 자클린은 죽을 때까지 남편이 딴 여자와 사는 줄 몰랐다고 하니, 참 독하죠.
바렌보임은 심지어 죽은 후에 자클린느의 무덤을 한번도 찾아가지 않았다네요. 이 일로 비난을 받아서 바렌보임이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좌의 음악감독에서 해임되었는데 이어서 취임한 사람이 정명훈입니다.

우리가 즐겨 듣는 <자클린의 눈물>은 사실 오펜바흐의 미완성 곡을 첼리스트 베르너 토마스가 발굴해 붙인 제목인데, 바렌보임의 비정을 생각하면 그 제목이 너무나 사무치게 들립니다.
Harriet Krijgh - Jacques Offenbach´s „Les Larmes de Jacqueline op.76/2"
Harriet Krijgh, Cello, performing Jacques Offenbach´s „Les Larmes de Jacqueline op.76/2"at the Sneak Preview Concert of the Cello Biennale Amsterdam 2014. 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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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 음악계의 인간성 끝판왕은 역시 바그너입니다.
이분은 '친구의 아내'만 골라 사귀는 아주 고약한 취미가 있었거든요. 무명 시절 자기를 먹여 살린 후원자 베젠동크의 부인 마틸데와 바람이 났습니다. 결국 이 관계는 바그너의 부인에게 들키면서 깨지게 되죠. 나중엔 자신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지휘자 한스 폰 뵐로의 아내 '코지마'를 뺏었습니다. 코지마는 리스트의 딸이기도 하죠. 뵐로는 아내를 뺏기고도 바그너를 존경해서 지휘를 계속했다니, 보살인지 호구인지 모르겠습니다.
바그너는 첫 번째 부인과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결국 친구의 아내를 뺏어 재혼한 코지마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이 바그너 가문의 대를 이었죠. 지금도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 등 문화계의 큰손으로 떵떵거리고 사는 사람들은 다 그 '불륜의 사랑'으로 태어난 후손들입니다.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나 봅니다. (바그너 머리가 검은색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예술성과 인성은 별개인가'라는 질문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죠. 예술적으로 위대하다고 해서 인격까지 훌륭한 건 아니라는 사실, 다시 한번 느끼며 씁쓸해지네요. 예술가들이 바그너처럼 자기 확신에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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