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숲.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따라서

낙타 2021. 6. 3. 06:29

왜 사람들은 힘들게 산을 오르고 배낭을 메고 몇날 며칠을 걸어갈까? 혹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대륙을 횡단할까? 그 이유는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솔직히 내가 왜 힘들게 둘레길을 걷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서 걷기 시작했고 걷다보니 좋은 코스를 찾아 가게됐다. 그러고 나서 둘레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 걷기 시작했다.

20년간 영국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돌아간 사람이 있다. 뉴햄프셔 주의 작은 마을로 이사한 그는 마을 끝에서 숲으로 사라지는 길을 발견한다.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그런 길이 아니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이었다.

애팔레치아 트레일은 장거리 종주 등반의 원조로 불린다. 미국의 동부 해안을 따라 애팔래치아 산맥 위로 3360킬로미터의 길이다.

"근사하지 않은가. 당장 바로 하자."

그런데 애팔레치아 트레일에는 곰이 있다.

저자 빌 브라이슨은 같이 갈 친구들을 구하는데 오랜 고향 친구 카츠 외에는 아무도 같이 가려 하지 않는다. 25년만에 만난 친구와 길을 떠나는 것이다. 숲과 벌레들과 곰, 그리고 어딘지 믿음이 가지 않는 친구. 애팔래치아 트레일. 괜찮은 조합이다. 이 정도 스포일러는 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이 둘은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완주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중간에 있었던 사건 사고들, 사람들, 그리고 숲의 모습들만으로도 유쾌하고 재미있다.

꽤 오래 아마존 베스트 셀러였고 서평에는 "기행문학의 현대적 고전이 될 운명을 타고난 책이다."라고 하는데 어쩐 일인지 한국어 번역본은 절판이다.

미국에는 대표적인 3개의 장거리 트레일이 있다. 약 4300km를 걷는 서부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PCT, 미국 중부를 관통하는 5000km 길이의 콘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 CDT. 약 3500km를 걷는 동부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AT. 세 코스 모두 종주하려면 각각 6,7 개월 걸린다.

코리아 둘레길의 첫 번째 노선인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 구간 770㎞의 동해안 걷기 여행길이다. 두번째 노선 남파랑길은 부산광역시 오륙도에서 전라남도 해남군 땅끝까지 이어지는 1,463㎞이다. 합쳐서 2233km다. 애팔래치아 트레일보다 1100km 정도 짧다. 미국이 크긴 큰가보다.

길을 나서는데 꼭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길이 있으면 그냥 가볼 수도 있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