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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다

해파랑길로 걷다 27코스 울진 죽변항 ~ 부구삼거리

by 낙타 2021. 11. 17.

해파랑길 27코스
울진 죽변항에서 울진 부구 삼거리까지
거리 : 11.4km
소요시간 : 3시간 정도

해파랑길 27코스는 울진 죽변항에서 시작한다. 죽변항 입구에 26코스 27코스 기점 인증대가 있다. 죽변 시외버스 정류장이 근처에 있다.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해파랑길은 여기서 살짝 부두 쪽으로 들어간다.


상자에 담겨있는 것은 고등어인가 보다. 그 옆에 놓여있는 커다란 물고기가 신기하다. 혼자서 팔레트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뭔가 싶어서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서 물어보니 개복치란다. 회를 떠서 먹기도 하고 삶아서도 먹는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거 뭐하러 사냐고 한다. 물고기 관련 일을 하는 친구인데 말하는 투를 보니 그렇게 맛있는 물고기는 아닌가 보다. 포항 경주 등지에서는 개복치를 결혼식장에서 잘 내놓는다고

개복치는 복어에 속하는 물고기인데 독은 없다. 생긴 모양이 못생겨서 '개'자를 붙었다. 개체수가 적고 덩치가 크기 때문에 스쿠버다이빙을 하다가 개복치를 만나면 무척 행운이라고 한다. 2021.10.1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지중해 연안에서 몸길이가 3.2m, 높이가 2.9m에 달하는 초대형 개복치가 잡혔다. 크레인을 사용해서 들어 올려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몸집이었는데 1천 파운드짜리 저울이 부서질 뻔했다고.


어류가 다양하고 해산물이 많기로 유명한 동해안의 울진 지역답게 부두에는 연신 배가 들어오고 있다. 배에서 내린 상자를 놓고 경매를 하는 사람들이 몰려 있다. 무엇인가 보니 오징어를 경매하고 있다. 잠시 후에는 잡어를 경매하니 중개사들은 모이라는 방송도 나온다. 한쪽에는 스티로폼 박스를 쌓아놓고 해산물을 나를 준비를 하고 있고 트럭도 대기 중이다.


한쪽에서는 오징어를 말리고 있다. 맛있겠다. 저거 사가서 맥주나 소주 안주를 하고 싶지만 버스를 타고 왔다. 버스 안에 오징어 냄새를 가득 풍길 수는 없으니까.

죽변항 끝 쯤에 대게빵을 파는 가게가 있다. 대게빵과 커피를 사서 근처에 앉아 아침 대신 먹었다. 모양은 대게 모양이고 맛은 딱히 대게 맛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맛있었다.


모퉁이를 돌면 이제 탁 트인 바다가 보인다. 시원한 바다가 반갑다. 10월인데 동해 바닷물은 벌써 차가워 보인다. 갈매기들이 바위에 올라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사람은 갈매기를 구경하고 갈매기는 사람을 구경한다. 그 위로는 모노레일이 지나가고 있다.


죽변 해안 스카이레일은 죽변항에서 탈 수 있다.


스카이레일과 바다를 내려다보며 계속 걷는다. 저 멀리 시퍼런 바닷 색도 장관이고 발밑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도 멋지다. 저기 지나가는 스카이레일에는 아마도 아름다운 연인이 사랑을 속삭이고 있으면 어울릴 듯하다. 잘 정리된 데크 길가로는 대나무 숲이 있다. 대나무가 많아서 이곳의 지명이 죽변이다. 전망대도 몇 군데 마련되어 있어서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길이다. 드라마 세트장도 있다고 한다. 나와서 보니 '용의 꿈 길'이라고 푯말이 붙어 있다.


이곳은 예전에는 용이 노닐면서 승천한 곳이라는 뜻으로 용추곶이라는 이름이었다고 한다. 먼 옛날에 오직 승천하기만을 바라던 용이 오랜 세월 이곳에서 수련하여 마침내 뜻을 이루었다는 전설이 있다.

용의 꿈길 끝에는 유명한 죽변등대가 있다.


죽변등대 앞을 지나가는데 담벼락 너머에는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오징어를 말린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일 것이다. 오길 잘했다고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길은 시골 마을을 지나가고 아스팔트 길로 한참을 가기도 한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원자력 발전소를 피해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가을 풍경에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코스모스와 여러 종류의 꽃들이 길가에 가득 피어있고 옥수수밭이나 파밭을 지나가는 여정도 심심하지는 않다.


원자력본부를 지나서 다리를 건너면 해파랑길 27코스와 28코스의 기점인 부구 삼거리에 도착. 3시간 정도 걸었다. 같은 날에 28코스까지 걸었기에 글이 이어진다.

이 코스는 '(주)부산의 아름다운 길' http://www.gobusan.kr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