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로 걷다 32코스 삼척항 ~ 추암역

낙타 2022. 1. 21. 20:26

해파랑길 32코스

삼척항 ~ 추암역, 증산해변
2021.11.20
소요시간 2:40

다시 해파랑길 32코스로 돌아왔다. 삼척 문화회관에서 도중 종료한 32코스를 이어간다. 해파랑길 32코스는 22.9km의 길이다. 해파랑길의 코스 선정은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다. 뭐... 별로 상관없나?

앞에서 삼척 문화회관에서 종료했으므로 원래라면 삼척 문화회관에서 시작해야 한다. 삼척 문화회관에서 시작하면 오십천 길을 건너편에서 걷는다. 사실상 거의 같은 길을 다시 내려간다. 그리고 하루 코스 선정이나 교통 문제도 있고. 부산에서 코스를 따라 매번 북상하다 보니 이제는 새벽에 출발해서 다시 내려오는 일정이 숨 돌릴 틈이 없다. 밥 먹을 시간조차 애매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삼척 문화회관에서 출발하지 않고 삼척항에서 출발하기로. 일정에는 조금 여유가 생겼지만 대신 단양팔경의 하나인 죽서루를 보지 못했다.

삼척항에 내리니 역시나 고기 잡는 항구의 풍경. 생선들이 줄에 매달려 있다. 계절 탓인지 아니면 이곳 항구에는 오징어를 잡지 않는 것인지 오징어가 아닌 다른 생선들이 가득 널려 있다.

삼척항을 뒤로 하고 곧장 마을 골목길로 오르기 시작한다. '걷고 싶은 바다길'이라는 팻말이 해파랑길 표지와 나란히 붙어 있다. '걷고 싶은 바다길'로 걷는다. 언덕배기에 자리한 집들 사이를 통과해서 뒷 산으로 이어진다.

마을을 지나 올라서면 '삼척 새천년해안 샛바람길'이다. '삼척 새천년 해안 샛바람길'은 새천년해안도로의 인근 숲 속을 따라 조성된 등산로다. 삼척의 새천년해안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샛바람은 동풍을 가리키는데 동해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샛바람을 느낄 수 있는 산책 코스다. 푸른 동해를 바라볼 수 있도록 군 초소가 있던 자리에 전망대를 설치하고 2021년 4월에 완공되었다. 곳곳에 벤치 등이 설치되어 있다. 산 능선을 따라 걸으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고, 하늘과 바다 사이에 뚜렷이 선을 그은 수평선을 바라보는 구간이다.

봉수대 유적지를 만난다. 광진산봉수대다. 국난극복유적지라는 표지석이 있다. 어쩐 일인지 봉수대가 있던 자리에는 돌무더기만 남아 있다.

산에서 내려와 다시 바닷가를 걷는다. 도로와 접한 길이지만 보도가 있어 걷기 편하다 무엇보다도 옆에 보이는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 풍경이 귀와 눈을 앗아간다. 길가에는 억새가 피어있고 철조망이 마치 둘을 갈라놓듯 자리하고 있는 어색하면서 이색적인 풍경이다. 동해 해안 특히 강원도로 올라갈수록 철책선이나 초소가 자리한 풍경이 흔하다.

시원한 파도 소리가 너무 좋아서 동영상으로 남겨보았다.

 

비치조각공원의 조각상

걷고 있는 이 길이 새천년 해안도로다. 새천년 해안도로는 삼척 해수욕장과 삼척항을 잇는 길이다. 삼척해변에서 원덕읍까지 약 104.5km의 해안선을 따라 해안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완성된다면 '이사부길'이라는 이름이 붙을 예정이다.

이사부는 신라 지증왕 서기 512년 무렵에 지금의 삼척인 실직국의 군주로서 우산국 - 울릉도와 독도 -를 최초로 정벌하여, 한반도의 부속 도서로 편입시킨 인물이다.

삼척해변의 조형물

광진항, 비치조각공원, 새천년 해안유원지, 후진항과 작은후진해수욕장을 지나면 삼척해변, 삼척 해수욕장이다.

삼척해변의 조형물

삼척해변은 동해안의 해변치고는 1.4km의 길고 폭넓은 모래사장이다.

삼척해변의 조형물

삼척해변에는 이 외에도 여러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삼척해변을 지나면 수로부인공원이 맞이한다. 수로부인 설화는 동해안이 무대다. 원덕읍 임원리 남화산은 헌화가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헌화가'와 '해가사'에 나오는 수로부인 이야기를 재현했다. 이곳의 수로부인 조각상은 대리석으로만 만들어진 조각품으로는 세계 최대라고 한다.

삼국유사에는 '수로부인조'편에 수로부인과 관련한 설화와 '헌화가'와 '해가사'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성덕왕 때에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가는 도중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 옆에 병풍 같은 바위벽 위에 철쭉꽃이 한창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그것을 보고 옆 사람들에게 "저 꽃을 꺾어다 바칠 자 그 누구뇨?" 하니 모시는 사람들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다. 노인이 암소를 끌고 지나다가 부인의 말을 듣고 꽃을 꺾어 노래를 지어 바쳤다.

자줏빛 바닷가에
암소 잡은 손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꽃을 꺽어다 바치오리다

다시 얼마를 더 가다가 임해정에서 점심을 먹었다. 갑자기 용이 나타나 수로 부인을 납치해 바다로 들어갔다. 수로 부인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런 고초를 여러 군데서 겪었다. 미인은 괴롭다. 서양의 드래곤은 처녀, 주로 공주를 납치했는데 , 동양 용이라서 다른가 보다. 그때 어떤 노인이 마을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면 부인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자 용이 부인을 돌려주었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
남의 아내 앗은 죄
그 얼마나 큰가
네 만약 거역하고
바치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서
구워 먹으리라

김해 수로왕의 건국설화에 나오는 구지가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오는데 주술적인 의미로 부르는 노래였나 보다. 나도 지금까지 해가와 구지가를 헷갈렸다.

수로부인 설화와 관련해 인근 증산해변에 '해가사의 터'와 '임해정'을 복원했다. 수로부인공원이 자리한 일대는 동해안의 해맞이 명소이기도 하다.

이사부사자공원 앞에서 본 추암촛대바위. 멀리 동해항의 방파제가 보인다.

추암촛대바위 앞 포토존

동해시의 명소 추암 촛대바위는 동해의 명소다. 촛대바위와 주변의 기암괴석과 바다는 서로 어울려 절경을 만든다. 애국가의 '동해물과 백두산이' 할 때의 배경화면이 바로 이곳 촛대바위다.

옛날에 한 어부가 아내가 있는데도 첩을 두었다. 그런데 첩이 천하일색이라, 정실이 시기하여 서로 싸웠다. 하늘도 보기 싫었는지, 그 두 여인을 데리고 갔다. 졸지에 홀로 남은 어부가 두 여인을 그리며 바닷가에 하염없이 서 있다가 촛대바위가 되었다고. 지금의 촛대바위 자리에 원래는 돌기둥이 세 개가 있었다. 그런데 작은 기둥 2개가 벼락을 맞아서 부러졌는데, 그것을 두고 민가에서 야담으로 꾸민 이야기가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라고 한다.

추암조각공원

추암 일대에는 조각공원과 매점 등이 있고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어서 가족 나들이하기에도 좋겠다.

촛대바위와 추암조각공원을 한 바퀴 돌면 추암역이 나온다. 사진에 보이는 추암역 표지 오른쪽에 해파랑길 인증대가 있다. 해파랑길 33코스는 사진 왼쪽의 추암해변이라고 되어 있는 굴다리를 통과한 후 오른쪽으로 간다. 추암역에는 삼척과 강릉을 오가는 바다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해파랑길 32코스도 끝났다.

 

2021.12.23 - [길 위에 서다] - 해파랑길로 걷다 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