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 웃음에 관하여.

낙타 2021. 2. 4. 16:53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의 줄거리는 중세의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연쇄살인 사건이다. 그 사건들은 희극, 즉 웃음 때문에 일어났다. 웃음을 죄악시해서 연쇄살인이 벌어진 것이다. 요즘에도 웃음은 체통 없는 짓이며 점잖은 사람은 웃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이 웃는 것이 아니라 웃는 사람이 행복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최근의 뇌와 신경, 호르몬에 관한 실험들은 저 말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생체 되먹임 작용'이나 뇌의 '신경가소성'에 관한 발견들이다.

'생체 되먹임 작용이라는 ...... 행동과 감정은 호르몬 환경을 바꾸고, 뉴런 사이의 연결을 바꿀 수 있다. 뇌는 융통성이 있다.' [여자, 내밀한 몸의 정체 - 나탈리 앤지어] 에서

과학자들은 생각이 실제로 뇌의 물리적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경가소성’이라고 하는 이 현상은 인간 정신을 이해하는 데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한다. 그러는 동안 뇌는 끊임없이 신경 경로를 만들고 재조정한다. 이 신경 경로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좌우한다. 다행인 점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로를 수정하게끔 생각의 방향을 튼다는 점이다. [시작의 기술 - 개리 비숍]

즉 내가 웃으면 나의 뇌는 지금 내가 즐거운 상태라고 인식하고 신경과 호르몬을 즐거운 상태로 조정한다. 정말로 웃어서 행복해진다. 반대로 내가 연기로 눈물을 흘리면 내 신체는 슬픈 상태로 돌입하며 우리의 뇌와 신경 근육은 슬플 때 분비하는 물질들로 가득찬다. 웃고 우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상관없다
[프레전스]라는 책에서 에이미 커디는 자세가 어떻게 호르몬 분비를 바꾸는지 실험을 보여준다.

바로 이 자세. 원더우먼 자세를 하면 우리의 몸에서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이게 해주는 호르몬이 나온다고. 이 연구 결과는 일부 논란이 있긴 하다. 관심 있으면 유튜브나 TED에서 강연을 찾아보시길 ...

이 비슷한 연구는 조던 피터슨이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첫번째 법칙으로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에서 설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조던 피터슨이 예로 드는 바닷가재의 호르몬 변화와 사회적 지위가 관련이 있으며 그에 따라 신체적으로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조던 피터슨은 보수 우파로 분류된 사람이라서 싫어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심지어 "신난다"라고 소리내어 말하는 것만으로 뇌의 상태를 자극해 이후에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엉터리 자기 계발 강사들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피를 뽑고 침을 분석하는 복잡한 그리고 아픈 과정을 거쳐서 얻어낸 결론이다. 난 세상에서 주사바늘이 제일 무섭다. ㅎㅎ

그러니 웃는 것은 우리의 뇌 호르몬 신경. 즉 몸과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 어린아이는 하루에 500~600번 웃는데 성인들은 7번 웃으면 많이 웃는다. . 하루에 한 번도 웃지 않는 사람이 있다. 특히 남자들.

힘들 때에도 웃을 수 있는 사람
인생이 노래처럼 잘 흘러갈 때에는
명랑한 사람이 되기 쉽다.
그러나 진짜 가치 있는 사람은 웃는 사람이다.
모든 것이 잘 안 흘러갈 때도
웃는 사람 말이다
- 엘라 휠러 윌콕스

그러니
웃어라. 온 세상이 함께 웃을 것이다.

운명은 나를 비천하게 사용했다
그러나 나는 운명을 향해 웃었다
내가 얼마나 쓴 잔을 들이켜야 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어느 날 기쁨이 찾아와 내 곁에 앉았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네가 왜 웃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왔다."

- 엘라 휠러 윌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