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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워싱턴 포스트가 2020년이 어떤 해였는지 짧게 표현해보라고 독자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했다. 1등은 9살 소년이 쓴 글이었다. "양쪽을 잘 살피며 교차로를 건너고 있었는데 잠수함에 치인 것과 같은 한 해였다." 대단한 표현이다. 크게 될 듯. 현대 문명은 거대한 성채를 쌓아올리며 어떤 위협에도 굳건한 난공불락인 것 같다. 적어도 자기들끼리 핵무기를 쏴 대거나 외계인이 침략하기 전에는. 하물며 예전에 물리친 조그만 바이러스가 다시 치명적인 역습을 가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바이러스는 화성인들이 침공할 때에 효과적인 우군일 줄 알았다. DNA까지 파헤치는 기술과 의학은 이제는 흑사병이나 천연두 콜레라 따위도 물리칠 것 같았다. 위험성은 지적되었다. 오늘날의 치명적인 위험은 현대 문명 자체다. 놀라운 속도로.. 2021. 3. 29.
빅토르 위고와 뮤지컬 레미제라블. 인간에 대한 애정. 무엇이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가? 사람이 동물이 아니라 사람인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으로서의 존엄성은 무엇으로 생기는 것일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무엇일까? 도구를 사용해서? 손에 돌도끼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이 사람을 정의할까? 이성과 지식? 언어를 사용해서? 사람을 설명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있는 이유를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한 단어로 뭉뚱거려서 사랑이라고 하지만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이성에 대한 사랑, 부모 자식간의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등. 그 중에서 타인에 대한 사랑이다. 인류애 혹은 박애. 좀 더 범위를 좁히자면 인간에 대한 연민이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동물들도 자식은 끔찍히 아끼고 이성을 위할 줄 안다. 하지만 다른이에.. 2021. 3. 14.
영화 미나리. 할머니의 힘을 발견하다 영화 할머니, 아니 '미나리'가 화제입니다. 희망을 찾아 미국 아칸소주에 정착하려는 한국인 이민 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호평을 받고 상도 많이 받았습니다. 미국의 양대 영화상인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았으며, 전미은퇴자협회에서 미국 어른을 위한 영화로 선정되고 최우수세대통합상을 주었다고 하네요. 미국에서 무려 상을 75개나 받았고 윤여정씨가 받은 상만 26개라니 상복이 터졌네요. 오스카상에서 주제가상과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에 미나리의 한예리씨가 오르기도 한다니 기대가 큽니다. 유튜브에서 영화 감독과 출연진들의 인터뷰를 봤습니다 놀라며 극찬... 이 부분은 그러려니 하세요. 사회자가 할머니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을 grandma 가 아니라 '할머니'로 소개합니다. 미국에서 한국어 '할머.. 2021. 3. 10.
뮤지컬 캣츠.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 인간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고양이가 좋아하는 사람. 저는 후자입니다. 응? 고양이들의 떠들썩한 놀이판을 보고 왔습니다. 뮤지컬 캣츠. 캣츠 40주년 기념으로 한국 공연 중입니다. 부산의 드림씨어터에서 3, 4월 볼 수 있어요. 다들 아는 사실. 뮤지컬 캣츠는 T. S. 엘리엇의 시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기반으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을 하고, 1981년 영국 런던 웨스트 앤드에서 초연을 했습니다. 1982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해서 세계에서 흥행에 가장 성공한 뮤지컬 중 하나입니다... 라고 검색하면 어디서나 대충 비슷한 내용이 나오네요. T. S.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그 분이죠. 4월이 되면 다들 한번씩 인용해 보는.. 2021. 3. 8.
통영. 박경리와 김약국의 딸들 통영을 배경으로 한 가장 유명한 소설이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이 아닐까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통영의 유지 집안의 흥망성쇠와 다섯 딸의 삶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통영이라는, 항구라는 배경이 어찌보면 특이한 분위기입니다. 흥망성쇠, 삶의 부침이 쉴새없이 몰아치는 곳이 부두가 아닐까요. 하룻밤 사이에 삶과 죽음이 갈리고 만선의 거부가 되는가 하면 파선으로 목숨을 잃고 망하는 곳이 부두이죠. 그래서 유난히 시끌벅적하고 거칠고 또 흥도 많고 한도 많은 곳입니다. 그런 바닷가를 배경으로 시대가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까지의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시기를 살아가는 김약국과 그 딸들의 삶은 ...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 2021. 3. 3.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카를로 로벨리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카를로 로벨리 루프 양자중력 이론의 관점에서 바라본 '시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年年歲歲花相似(년년세세화상사) 歲歲年年人不同(세세년년인부동) 해마다 꽃은 서로 그대로인데 해마다 사람은 같지 않구나 세월 속에서 자연은 변함없는데, 사람들의 모습은 갈수록 시들어 해마다 달라집니다.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덧없고 그 속에서 인생은 그저 짧고 짧을 뿐.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Mahabharata》의 제3장에서 강인한 영혼인 야크샤가 현자인 유디스티라에게 무엇이 가장 큰 신비인지 물었다. 이에 현자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데도 살아 있는 자들은 자신들이 불멸의 존재인 것처럼 산다.”라고 대답했는데, 이 말은 수천 년 동안 회자되었다.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중에서 내게.. 2021.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