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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따라서

왜 사람들은 힘들게 산을 오르고 배낭을 메고 몇날 며칠을 걸어갈까? 혹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대륙을 횡단할까? 그 이유는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솔직히 내가 왜 힘들게 둘레길을 걷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서 걷기 시작했고 걷다보니 좋은 코스를 찾아 가게됐다. 그러고 나서 둘레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 걷기 시작했다. 20년간 영국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돌아간 사람이 있다. 뉴햄프셔 주의 작은 마을로 이사한 그는 마을 끝에서 숲으로 사라지는 길을 발견한다.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그런 길이 아니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이었다. 애팔레치아 트레일은 장거리 종주 등반의 원조로 불린다. 미국의 동부 해안을 따라 애팔래치아 산맥 위로 3360킬로미터의 길이다. "근사하지 않은가. 당장 바로..

2021.06.03

투바/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 목표에 도달하는 것보다 그 여정이 더 성스럽다

예전에 부산의 백양터널을 지나서 당감동 쪽으로 내려오면 도로에 '부산 정중앙'을 가리키는 도로 표지판이 있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부산 서면의 '메디칼 스트리트'에도 '부산 정중앙'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지금은 찾을 수가 없다. 부산광역시의 정중앙은 부산진구 백양순환로95번길 47-10 북위35도 10분 4초, 동경 129도 2분 17초. 이곳이 정중앙으로 표지석을 만들게 된 계기는 2001년 동평초등학교 4학년이던 손모 군이 부산방송국 호기심천국에 부산의 정중앙이 어디인지 물어보는 엽서를 보낸 것에서 시작한다. 부산대 도시문제연구소가 5,000여개의 좌표를 설정하고 이를 지리정보시스템(GIS)에 입력하여 부산 정중앙을 찾아냈다. 그러나 최근 이 일대가 재개발 공사로 철거되어서 정중앙 표..

2021.05.27

가재가 노래하는 곳 - 자연과 인간에 대한 관찰

테이트는 토머스 무어의 시 한 편을 발견했다. .... 그녀는 암울한 늪의 호수로 갔네 그곳에서 밤새도록 반딧불이 등불을 벗 삼아 하얀 카누를 저었지 머지않아 나는 그녀의 반딧불이 등불을 볼 테고 그녀의 노 젓는 소리를 들을 테고 우리 삶은 길고 사랑으로 충만하리라 죽음의 발걸음이 가까이 다가오면 나는 그 처녀를 사이프러스 나무에 숨기리. -[가재가 노래하는 곳] 중에서 먼저 작가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 델리아 오언스는 동물행동학을 전공한 박사이다. 작가는 아프리카에서 7년 동안 야생동물을 관찰한 논픽션 세 편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한 생태학자로 여러 학술지에 글을 실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그의 첫 소설로 2018년, 일흔이 가까운 나이였다. ..

2021.05.24

파이 이야기. 호랑이는 있었을까?

옛날 어느 나라에 막강한 권력을 가진 왕이 있었습니다. (...) 이 나라에는 원형 경기장이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똑같이 생긴 문 두 개가 있었는데 죄인은 그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하나의 문 뒤에는 호랑이가 있습니다. 만약 죄인이 그 문을 선택하면 굶주린 호랑이가 달려 나와 몸을 갈기갈기 찢긴 채 죽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문 뒤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습니다. 만약 그 문을 선택하면 죄인은 무죄로 인정되고 그 미녀를 무조건 아내로 삼아야 했습니다. (...) 왕에게는 딸이 한 명 있었습니다. 꿈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공주였습니다. 그런데 공주는 신분이 낮은 한 청년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왕은 크게 분노하였습니다. 왕은 청년을 심판하기로 하였습니다. (.....

2021.05.22

통영에서 만나는 이중섭의 예술

이중섭5 김춘수 충무시 동호동 눈이 내린다. 옛날에 옛날에 하고 아내는 마냥 입술이 젖는다. 키 작은 아내의 넋은 키 작은 사철나무 어깨 위에 내린다. 밤에도 운다. 한려수도 남망산, 소리 내어 아침마다 아내는 가고 충무시 동호동 눈이 내린다. 이중섭은 6.25전쟁이 터지자 원산에서 부산으로 피난을 온다. 그러나 전쟁 중의 부산 생활은 너무나 힘들었다. 1951년 봄에 서귀포로 가는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지만 결국 영양실조로 결핵에 걸린 아내와 두 아이를 일본으로 보내게 된다. 그러던 중에 이중섭은 1952년 경남도립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 강사로 있던 공예가 유강렬의 도움으로 통영에 터를 잡게 된다. 유강렬은 이중섭에게 양성소와 붙어 있는 집에 조그만 방을 구해주며 그를 지원해 ..

2021.05.19

한국의 고흐. 이중섭의 삶과 예술혼

내가 만난 이중섭 김춘수 광복동에서 만난 이중섭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남포동 어느 찻집에서 이중섭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뼘 한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근대 화가들은 누구일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화가는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이 아닐까 한다. 이 세 작가는 2000년 이후에 특히 유명해졌는데 주로 그들의 고독하고 드라마틱한 삶과 높은 그림값이 그 이유다. 박수근의 작품은 국내 미술 경매 최고가인 45억 2000만원이고 이중섭은 35억 6000만원으로 ..

2021.05.15

박물관 보는 법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감상자의 안목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유산으로 남긴 미술품들이 화제다. 이건희 회장은 한국 고미술품부터, 유명 서양 현대미술품까지 최고급만 수집했다. 국내외 작가 미술품을 포함해 총 2만3000여점을 기증한다. 이 작품들은 호암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유하고 있는 작품과는 별도의 이건희 회장 개인 소장품들이이라고 하니 놀랍다. 삼성의 미술품 구입 방식은 비자금을 이용했다는 폭로가 있었고 삼성문화재단이 편법 상속의 도구로 사용되는 등 논란도 많다. 그러나 어쨋든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국보 14건이나 되고 이중섭(104점), 유강열(68점), 장욱진(60점), 이응로(56점), 박수근(33점), 변관식(25점), 권진규(24점) 등의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작품들이 공개되니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설레이겠다. 한국에..

2021.05.14

갈맷길로 걷다 2-1 미포교차로 ~ 민락교

길 위에 서다 정연복 세상의 모든 길은 어디론가 통하는 모양이다 사랑은 미움으로 기쁨은 슬픔으로 생명은 죽음으로 그 죽음은 다시 한 줌의 흙이 되어 새 생명의 분신(分身)으로 아무리 좋은 길이라도 가만히 머무르지 말라고 길 위에 멈추어 서는 생은 이미 생이 아니라고 작은 몸뚱이로 혼신의 날갯짓을 하여 허공을 가르며 나는 저 가벼운 새들 전체 시간 2:50 운동 시간 2:27 운동 거리 9.2km 평균 속도 3.6km 이제 갈맷길 2길이다. 운동 거리 측정에는 중동역에서 미포 사거리까지 가는 거리, 민락교에서 민락역까지 가는 거리가 포함되어 있다. 갈맷길 코스는 6.7km 정도다. 갈맷길 2코스1구간 문탠로드 민락교 갈맷길 2코스 1구간 시작인증대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65번길 120 (중동) 갈맷길2코스..

2021.05.10

남편보다 쪼끔 더 법니다 - 일본의 현실 인식과 변화를 위한 노력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자기계발서를 집어 들었다. 저자는 시부이 마호. 1994년 대학의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6년 선배이자 사수인 남편과 결혼했다. 결혼 후에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극도의 자존감 상실을 겪은 후, 어느날 남편과 말다툼을 한다. 남편은 자기에게 경제 수업을 받으라고 한다. 저자는 남편에게 경영형 인재로 변하기 위한 강의를 받고 백화점의 향수 매장 매니저로 일하다가 증권 회사의 영업 직원으로 옮겨간다. 우연한 기회에 기업 컨설턴트에게 투자를 받고 남편에게 배운 경영자형 인재에 대한 강의를 하는 컨설턴트 회사를 창업한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남편은 은행에 근무하며 대화 내용으로 보아서는 고위 간부라기 보다는 중간 직급의 은행원으로 보인다. 남편은 자기가 ..

2021.05.09

통영 토영~이야길 1코스 예술의 향기1 (세번째)

2021.05.03 - [길 위에 서다] - 통영 토영~이야길 1코스 예술의 향기1 (첫번째) 통영 토영~이야길 1코스 예술의 향기1 (첫번째) 통영에 있는 박경리, 유치환, 이중섭, 윤이상 등 예술인들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하니 통영시에서 이미 훌륭한 관광 코스로 묶어서 안내하고 있다. 토영이야길 1코스 예술의 향기1, 2가 그것이다 dnlsoli.tistory.com 2021.05.03 - [길 위에 서다] - 통영 토영~이야길 1코스 예술의 향기1 (두번째) 통영 토영~이야길 1코스 예술의 향기1 (두번째) 2021.05.03 - [길 위에 서다] - 통영 토영~이야길 1코스 예술의 향기1 (첫번째) 에서 이어짐. 통영 토영~이야길 1코스 예술의 향기1 (첫번째) 통영에 있는 박경리, 유치환, 이중섭..

2021.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