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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 앤디 위어

지구멸망 시나리오는 여러가지가 있다. 소행성 충돌, 지구 온난화로 인한 빙하시대, 슈퍼 화산 폭발, 세계적인 전염병, 인공지능의 반란, 입자가속기로 인한 블랙홀의 생성, 핵전쟁, 인공 생물학으로 인한 생명체의 변형이나 인공 생명체, 나노기술의 통제불가 등이 영화나 작가들의 관심을 끄는 시나리오들이다. 그에 더해 외계 문명이나 외계 생명체의 공격도 흔한 소재다. 나는 좀비 시나리오가 마음에 든다. [마션]에서 화성에 홀로 낙오된 우주비행사의 이야기를, [아르테미스]에서는 달 도시를 지키기 위해 뛰어 다니는 밀수꾼 여자의 이야기로 흥미진진한 입담을 보여준 앤디 위어의 신작 SF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나왔다. 이번에는 지구 멸망의 위기를 구하는 과학교사의 이야기다. 어떤 종류의 멸망이냐고? 아마도 외계 ..

2021.08.02

이기적 유전자 - 인간은 이기적으로 프로그래밍되었는가

인간은 이기적인가? 유전자는 이기적인가? 아니다. 그런거 없다.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는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쓴 책이다. 도킨스의 주장에 의하면 진화의 주체가 인간 개체나 종이 아니라 유전자이며 인간은 유전자 보존을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기계에 불과하다. 선택의 기본 단위, 즉 이기의 기본 단위가 종도 집단도 개체도 아닌, 유전의 단위인 유전자다. 모든 사람은 이기적으로 태어났다. 이기주의를 만들어내는 단위는 유전자다. 즉 유전자는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에 원래 이기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이기적 유전자의 자기 복제를 통해 생물의 몸을 빌려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성의 진화, 이타주의의 본질..

2021.08.02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교정자의 이야기

글쓰기는 힘들다. 술술 잘 쓰는 재주를 가진 사람도 있지만 나는 아니다. 이렇게 짧은 블로그 글도 몇 번을 돌아보고 고쳐서 올리지만 읽을 때마다 고칠 곳이 눈에 띈다. 티스토리의 맞춤법 교정기를 이용하는데 교정기가 내 글 솜씨를 교정하지는 않아서 힘들기는 그대로다. p.s. 이 블로그 첫 문장 '글쓰기는 힘들다'도 '글쓰기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라고 썼다가 고치고 고쳐서 저렇게 나온 것이다. 글쓰기 책도 읽어보고 인터넷에 있는 비법 강의도 찾아보는데 그래도 글은 늘지 않는다. 고치고 또 고치는 것만이 나의 갈길이라.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교정자로 일하는 저자가 한통의 메일로 시작된 어떤 만남을 이야기한다. 교정을 본 책의 저자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물음에 교정자가 답장을..

2021.07.25

스마트 시대의 책 읽기 -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의 비교연구

제목은 거창하지만 책이라는 물리 매체에 관한 사소한 이야기다. 먼저 가장 고전적인 책 읽기. 종이책이다. 어떤 사람은 종이책으로 읽어야 책 읽는 맛이 제대로 난다고 하는데 나도 그 점은 동감이다. 종이책의 느낌은 대체할 수 없다. 종이책의 단점은 일단 무겁다. 책 좀 가지고 있으면 알 것이다. 이사할 때 책이 제일 무겁고 골칫거리임을. 나도 이사할 때마다 책을 정리하고 버리는 것이 제일 큰 일이다. 한 권의 책이라도 들고 다니면서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종이책은 어두운 곳에서 볼 수 없다. 저녁에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으려면 들기 불편한 것은 둘째치고 조명을 따로 갖추어야 한다. 옆에 사람이 있으면 잔소리 들을 수도 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21세기 스마트 시대다. 책 읽기도 스마트하게. e..

2021.07.09

이디스 워튼 - 순수의 시대

[순수의 시대 The Age of Innocence]는 이디스 워튼이 1920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몇 차례 영화화되었다. 국내에서 '순수의 시대'라는 드라마가 있어서 헷갈릴 수도 있겠다. 작품은 1870년대의 남북전쟁이 끝난 후의 뉴욕 상류사회가 배경이다. 변호사 뉴랜드 아처가 메이 웰랜드와 약혼하고 남편에게서 도망친 메이의 사촌 엘렌 올렌스카 백작 부인이 등장하며 시작한다. 엘렌은 남편과 이혼하려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남편 곁으로 돌아가도록 설득하는 일을 뉴랜드에게 맡긴다. 뉴랜드는 점차 그녀에게 이끌린다. 그리고 그들의 세상이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엘렌만이 아니라 자신도 위선적인 관습으로 유지되는 삶의 피해자임을 깨닫게 ..

2021.06.29

은밀한 설계자들. 세상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종족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무엇을 하면 될까? 예전에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증기기관, 자동차, 비행기... 등등. 지금도 물론 새로운 물건은 끊임없이 나온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그런 하드웨어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축으로 등장했다. 안드로이드,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등 그리고 그것들을 설계하는 프로그래머. [은밀한 설계자들 : 세상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종족]은 프로그래밍의 역사와 프로그래머들의 세계를 파고든다. 프로그래머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우리의 생활 패턴과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다방면의 자료를 통해서 흥미롭게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프로..

2021.06.27

류츠신의 삼체. 사냥꾼들의 우주

삼체는 중국 작가 류츠신의 SF소설이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뛰어난 SF작가들이 나온다. 류츠신은 [지구의 과거]라는 3부작을 발표했는데 1부 삼체, 2부 암흑의 숲, 3부 사신의 영생이다. [지구의 과거] 시리즈에서 류츠신의 설정은 무척 극단적이다. 이건 차차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 [삼체]가 무슨 의미일까? 삼체는 삼체문제라고도 하는데 물리학에서 세 물체가 서로 중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두 물체가 서로 미치는 영향을 계산할 수 있는데 - 뉴튼이 알아냈다. - 삼체문제에서는 일반적인 해를 구할 수 없다. 즉 계산 불가이다. 삼체 세계는 세 개의 항성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에서 발생한 문명이다. 행성의 궤도를 미리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삼체 세계는 극도로 불안정하며 안정적인 외..

2021.06.23

와일드. 삶이자 희망의 기록

우리는 사랑으로 거의 노력 없이 나아간다 에이드리언 리치 바람이 머리 위 텐트를 찢어 버리기 시작할 때 나는 일기에 썼다 우리는 지금 안다 고립된 채 그리고 지금은 이곳 높은 곳에서 함께 위험에 처했음을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의 힘에 손대지 않았음을 손가락으로 찢어 낸 일기장에 나는 썼다 사랑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존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푸른 불의 케이블이 우리의 몸을 묶고 는 속에서 모두 태운다 우리는 이보다 덜한 것을 위해 안주하며 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꿈꿔 왔다 우리 모두의 삶 [공통 언어를 향한 꿈] 중에서 1926년에 워싱턴 주의 캐서린 몽고메리라는 퇴직 교사가 미국의 서쪽 산맥들을 타고 오르내리는 도보여행로를 제안 했다. 1930년대 이후 기존에 있던 길들이 합쳐..

2021.06.10

나를 부르는 숲.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따라서

왜 사람들은 힘들게 산을 오르고 배낭을 메고 몇날 며칠을 걸어갈까? 혹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대륙을 횡단할까? 그 이유는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솔직히 내가 왜 힘들게 둘레길을 걷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서 걷기 시작했고 걷다보니 좋은 코스를 찾아 가게됐다. 그러고 나서 둘레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 걷기 시작했다. 20년간 영국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돌아간 사람이 있다. 뉴햄프셔 주의 작은 마을로 이사한 그는 마을 끝에서 숲으로 사라지는 길을 발견한다.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그런 길이 아니었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이었다. 애팔레치아 트레일은 장거리 종주 등반의 원조로 불린다. 미국의 동부 해안을 따라 애팔래치아 산맥 위로 3360킬로미터의 길이다. "근사하지 않은가. 당장 바로..

2021.06.03

투바/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 목표에 도달하는 것보다 그 여정이 더 성스럽다

예전에 부산의 백양터널을 지나서 당감동 쪽으로 내려오면 도로에 '부산 정중앙'을 가리키는 도로 표지판이 있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부산 서면의 '메디칼 스트리트'에도 '부산 정중앙'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지금은 찾을 수가 없다. 부산광역시의 정중앙은 부산진구 백양순환로95번길 47-10 북위35도 10분 4초, 동경 129도 2분 17초. 이곳이 정중앙으로 표지석을 만들게 된 계기는 2001년 동평초등학교 4학년이던 손모 군이 부산방송국 호기심천국에 부산의 정중앙이 어디인지 물어보는 엽서를 보낸 것에서 시작한다. 부산대 도시문제연구소가 5,000여개의 좌표를 설정하고 이를 지리정보시스템(GIS)에 입력하여 부산 정중앙을 찾아냈다. 그러나 최근 이 일대가 재개발 공사로 철거되어서 정중앙 표..

202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