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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박경리와 김약국의 딸들

통영을 배경으로 한 가장 유명한 소설이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이 아닐까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통영의 유지 집안의 흥망성쇠와 다섯 딸의 삶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통영이라는, 항구라는 배경이 어찌보면 특이한 분위기입니다. 흥망성쇠, 삶의 부침이 쉴새없이 몰아치는 곳이 부두가 아닐까요. 하룻밤 사이에 삶과 죽음이 갈리고 만선의 거부가 되는가 하면 파선으로 목숨을 잃고 망하는 곳이 부두이죠. 그래서 유난히 시끌벅적하고 거칠고 또 흥도 많고 한도 많은 곳입니다. 그런 바닷가를 배경으로 시대가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까지의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시기를 살아가는 김약국과 그 딸들의 삶은 ...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

2021.03.03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카를로 로벨리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카를로 로벨리 루프 양자중력 이론의 관점에서 바라본 '시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年年歲歲花相似(년년세세화상사) 歲歲年年人不同(세세년년인부동) 해마다 꽃은 서로 그대로인데 해마다 사람은 같지 않구나 세월 속에서 자연은 변함없는데, 사람들의 모습은 갈수록 시들어 해마다 달라집니다.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덧없고 그 속에서 인생은 그저 짧고 짧을 뿐.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Mahabharata》의 제3장에서 강인한 영혼인 야크샤가 현자인 유디스티라에게 무엇이 가장 큰 신비인지 물었다. 이에 현자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데도 살아 있는 자들은 자신들이 불멸의 존재인 것처럼 산다.”라고 대답했는데, 이 말은 수천 년 동안 회자되었다.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중에서 내게..

2021.02.23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사리자여, 물질이 빈 것과 다르지 않고 빈 것이 물질과 다르지 아니하며 물질이 곧 비었고 빈 것이 곧 물질이니 감각과 생각과 행함과 의식도 모두 이와 같다. - 나무위키에서 베껴와서 줄바꾸기는 제가 했어요. 세상이 단단하다고 느끼지만 실은 이 세상은 거의 대부분이 텅비어있는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지요. 그 원자를 다시 들여다보면 흔들리는 그림자 같은 것들로 - 초끈 이론에 의하면 - 모든 것 이루어졌다고 하니 일찌기 고다마 싯달다께서 대중을 깨우치기 위해 하신 저 말씀은 만고불변의 물리법칙이네요. 연관글 2021.02.23 - [책과 글] ..

2021.02.23

장미의 이름 - 웃음에 관하여.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의 줄거리는 중세의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연쇄살인 사건이다. 그 사건들은 희극, 즉 웃음 때문에 일어났다. 웃음을 죄악시해서 연쇄살인이 벌어진 것이다. 요즘에도 웃음은 체통 없는 짓이며 점잖은 사람은 웃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이 웃는 것이 아니라 웃는 사람이 행복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최근의 뇌와 신경, 호르몬에 관한 실험들은 저 말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생체 되먹임 작용'이나 뇌의 '신경가소성'에 관한 발견들이다. '생체 되먹임 작용이라는 ...... 행동과 감정은 호르몬 환경을 바꾸고, 뉴런 사이의 연결을 바꿀 수 있다. 뇌는 융통성이 있다.' [여자, 내밀한 몸의 정체 - 나탈리 앤지어] 에서 과학자들은 생각..

2021.02.04

놀데이스 시에나 스마트백팩. Nordace Siena

남자들도 짐이 많다. 휴대폰, 지갑, 태블릿이나 노트북, 충전기, 수첩 등등... 일상에서도 그렇지만 휴일에 나들이나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또 가방이 있어야 하고. 최근에 주말이면 가까운 근교로 걸으러 나간다. 멀리 가는 것은 아니고 온천천이나 엄광산 둘레길을 2시간 정도 걷기도 하고 회동동 저수지를 가기도 하고. 컵라면이랑 물, 김밥을 가져가기도 하고 밥에 김치를 가져간다. 맛있는 식당에서 먹는 것도 좋지만 걷다가 경치 좋은 곳에서 컵라면을 먹는 것도 재미있다.처음에는 등산 배낭이나 트레킹백도 사용했다. 그런데 디자인이나 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포켓과 지퍼, 치렁치렁 늘어진 끈. 2, 3시간 걷는데 필요 없고 보기도 안 좋다. 이건 내 성격이 안 좋은 거라고 봐야 하나? 인터넷에 찾아보니 검은..

2021.02.02

통영 그리고 시인 백석의 첫사랑

2021.01.11 - [책과 글] - 통영 중앙시장 활어시장에서 에서 이어집니다 통영 중앙시장 활어시장에서 연말에 통영에 다녀온 후기를 이제야 씁니다. 새해에는 좀 부지런해지기로 결심했건만. 오랜만에 길을 나서 봅니다. 목적지는 통영. 고향이 고성이라서 통영은 익숙하면서도 음식도 입맛에 맞 dnlsoli.tistory.com 해물탕을 주문하고 앉았는데 식당 벽에 백석의 시 '통영'이 걸려 있습니다. 여기는 거제도인데? 백석은 통영이라는 제목으로 세편의 시를 썼고 창원도. 고성가도. 삼천포라는 제목의 시도 있습니다. 평안북도에서 태어나 고향의 토속어들로 생생한 시적 감성을 보여준 그가 머나먼 통영과 무슨 인연으로 여러 편의 시를 썼을까요? 백석은 24살에 통영 천희 - 처녀. 제 기억으로 고향인 고성에서..

2021.01.18

놀데이스 베르겐 스마트백팩. Nordace Bergen

Nordace.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지? 놀데이스? 놀다스? 노르데이스? 인터넷에도 혼용되고 있다. 주문하면 국제우편으로 중국에서 보낸다. 가격은 저렴한 편. 10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 놀데이스는 자신들의 제품을 스마트백팩이라고 소개한다.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보관하는 별도의 공간이 있고 충전을 위한 잭을 갖춘 백팩을 스마트백팩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놀데이스의 가방을 고른 이유는 간결한 디자인과 색깔 때문이다. 남자들 백팩이 거의 대부분 검은색에 외부에 지퍼나 끈 달린 게 싫다.놀데이스의 주력 제품은 시에나인데 베르겐은 용량이 적고 색상이 검정, 파란, 붉은 세 가지다. 하지만 제품을 받고 보니 내가 생각한 파란색이 아니다. 카탈로그에는 하늘색에 가까운 파란색인데 실제품은 짙고 어두운 파란색이다.다..

2021.01.18

통영 중앙시장 활어시장에서

연말에 통영에 다녀온 후기를 이제야 씁니다. 새해에는 좀 부지런해지기로 결심했건만. 오랜만에 길을 나서 봅니다. 목적지는 통영. 고향이 고성이라서 통영은 익숙하면서도 음식도 입맛에 맞고 볼거리도 많아서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볼거리는 무시하고 먹고 자고 쉬고 오기로 했어요. 통영에 가면 통영중앙시장부터 가는거죠. 활어시장도 같이 있고 통영항이 바로 앞이라서 바닷가 분위기도 납니다. 비린내나고 어선들이 드나드는 바닷가 분위기죠. 구마산(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갓갓기도 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

2021.01.11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성공을 목표로 삼지 말라. 성공을 목표로 삼고, 그것을 표적으로 하면 할수록 그것으로부터 더욱더 멀어질 뿐이다. 성공은 행복과 마찬가지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다. 행복은 반드시 찾아오게 되어 있으며, 성공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에 무관심함으로써 저절로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나는 여러분이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이 원하는 대로 확실하게 행동할 것을 권한다. 그러면 언젠가는 - 얘기하건대 언젠가는! - 정말로 성공이 찾아온 것을 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성공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성공한 사람이 쓰는 건데 대부분의 성공담이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최근의 심리학 등의 연구는..

2021.01.07

연말 회동수원지 아홉산길을 걸으며

行路難行路難 多歧路今安在 행로난행로난 다기로금안재 인생길 어렵구나 인생길 어려워라 갈림길 많으니 지금은 어디인가 - 이백의 행로난 새해 연휴에 나선 길이 어렵습니다. 좁은 산길은 계속 이어지는데 오르락 내리락에 비탈길이라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네요. 사람이 다닌 흔적이 적은 길은 어디론가 사라져 없어지기도 하네요 그래도 고개 돌리면 보이는 풍경과 불어오는 맑은 바람이 마음을 씻어줍니다. 이백은 "행로난, 길가기 어렵다"라고 썼는데 대부분은 저 구절을 "인생길 어렵다"라고 읽습니다. 인생길 힘든 거야 예나 지금이나 누구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여담으로 행로난을 인생길로 옮기는 게 좋은지 한참 생각해봤습니다. 의미상으로는 분명히 인생길이지만 그걸 인생길이라고 정해버리면 읽을 때 마음속 이미지가 제한..

2021.01.04